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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커뮤니세이션즈에 인수된 전문 블로그 사이트 '이글루스'
"'얼음집'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변경 공사가 시작되지 않을까."

싸이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전문 블로그사이트 이글루스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회원들 사이에서 걱정 어린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대기업에 인수된 만큼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한층 더 수익성 있는 모델로의 전환은 불가피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이글루스만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 측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글루스는 지난 2003년 오픈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전문 블로그로 출발, 질 높은 유저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열혈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그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온 대표적 1인 미디어서비스다.

이글루스, SK커뮤니케이션즈 품으로

퍼온 글들이 대부분인 다른 블로그들과는 달리 이글루스는 블로거들이 직접 생산해 내는 콘텐츠들이 대부분이고 블로그의 겉모습도 이용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용자 수는 10만명 정도지만 이들의 자부심과 자존심은 최고다.

싸이월드를 인수해 1700만 가입자 규모로 키운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이글루스에 눈독을 들인 것도 바로 이런 강점 때문이다.

특히 개인적 공간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미니홈피가 확장성에 한계를 보이며 성장세가 둔화되는 반면 정보 중심의 블로그의 성장은 계속되는 추세다. 이는 블로그에 실린 정보들이 각 포털사이트의 검색결과의 질을 높이고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터라 각 업체들이 블로그 숫자를 늘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각 포털사이트들의 경쟁력은 누가 더 양질의 콘텐츠를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네이트통'과 '페이퍼' 서비스를 키우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정통 블로그 서비스에 뛰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네이트통은 기존에 있던 정보를 모아놓는 기능에 그치고 있고, 영화 등 특정 주제를 담은 콘텐츠를 생산해 발행하는 1인 매거진 형태의 페이퍼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1인 미디어 사업의 확대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콘텐츠 생산 통로 확보의 필요성이 컸던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인터넷 영역에서는 좋은 콘텐츠가 많이 쌓이는 서비스가 결국 승리하게 되어 있다"며 "이글루스를 인수한 것은 전문성과 깊이를 갖춘 콘텐츠들과 이것들을 생산해 내는 블로거들의 열정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글루스에 둥지를 튼 이용자들은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인수로 이글루스가 지금까지의 쌓아올린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싸이월드와 같은 형태의 서비스로 전환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얼음집, 미니홈피로 개조되는 거 아니야“

블로거 숫자를 늘리기 위해 그동안 콘텐츠의 질을 높게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가입자 나이 제한(18세이상만 가입)을 풀거나 수익을 위해 배너광고가 걸리고 유료 아이템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블로그를 화려하게 꾸미거나 '펌질'로 블로그가 채워지는 것, 또 자신의 콘텐츠가 무단으로 도용당하는 것을 싫어해 이글루스를 이용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미니홈피 등 유사한 다른 블로그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때문에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블로거는 "만약 이글루스가 조잡한 스킨 등 아이템을 판매하고 아무나 가입할 수 있게 하면 잡다한 퍼온 글과 광고가 남발하는 블로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을 강행한다면 이글루스는 더 이상 이글루스로서의 고유한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되고 최소한 30% 이상의 사용자가 탈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익성을 위해서라면 아이템을 파는 형태가 아니라 기존 정책을 고수,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이 쓴 글의 저작권을 존중받으면서도 다른 블로그 서비스들과 차별되는 공간을 형성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K커뮤니케이션즈 측은 아직 이글루스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방안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30일 이글루스 측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수계약체결이 확정되면 이용자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SK측 "이용자들과 충분히 논의해 운영방안 마련할 것"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이글루스가 가진 강점인 콘텐츠의 질을 어떻게 계속 살리고 좀더 높이느냐"라며 "이를 위해 블로거들이 기존 정책 중 고수해야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부분은 충분히 논의해 업그레이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장 가입자 기반을 확대해 블로그 분야의 시장점유율을 올리거나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은 없다"며 "앞으로 여러가지 웹2.0 서비스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사용자생산콘텐츠(UCC)를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니홈피 돌풍의 여세를 몰아 1인 미디어 시장의 주도권 장악을 노리는 SK커뮤니케이션즈. 10만 이글루스 이용자들의 마음을 얻어 블로그 시장에 새로운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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