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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베란다에 빨래를 넌다고 신고가 들어오는 나라, 정부가 총 1억16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어린이 비만 바로잡기 4주년 계획에 돌입한 나라, 노인들이 일정 연령과 조건에 달하면 정부가 임대아파트를 제공하는 나라, 신아연 기자의 눈에 비친 호주의 풍경은 이색적이고 독특하다.

오마이뉴스에 '호주 이민생활 이야기' '지금 호주는' '신아연의 이민짬밥'을 연재했거나 쓰고 있는 신아연 기자는 올해로 호주 이민생활 14년차. 1,2년에 한 번꼴로 가끔씩 한국을 방문한다. 그래서 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모습 또한 색다르다.

40대 이상 남자는 모두 '사장님', 여자는 '사모님'으로 불리는 현실이 신기하고, 때 아닌 '불닭' 열풍도 낯설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어 무심하게 넘어가는 풍경조차 그는 이방인의 눈으로 잡아낸다.

그는 한국인의 눈으로 호주의 풍경을 묘사하고, 이방인의 눈으로 한국을 그려낸다. 그렇게 2년 동안 모은 글을 지난해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라는 책으로 엮었다. 올 봄엔 <자식으로 산다는 것>이 출간될 계획이다.

한국의 신문, 잡지, 인터넷 사이트와 방송 등에 호주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신아연 기자.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의 신나는(?) 호주 생활과 책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생활이라 호응 못 받을 거라 생각"

호주 북부 퀸스랜드 주의 한 열대우림공원
ⓒ 신아연
- 어떻게 책을 내게 됐습니까?(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 포함)
"첫 번째 책은 호주로 이민 온 후 동포신문사 기자로 일하면서 쓴 칼럼이 한 권 분량 모아져서 '그냥' 냈고, 두 번째 책은 첫 책을 내고 나니까 또 내고 싶어져서 '작정하고' 냈습니다.(웃음)"

-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 보조>는 책 제목이면서 기사 제목이기도 하거든요. 특별히 책 제목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 한 권 내기 위해 200자 원고지 1천매 가까운 글을 쓸 때보다도 몇 자 안 되는 제목 뽑는 게 더 어렵죠. 제목이란 '의미 있게 튀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한국과 비견될 만한 호주사회의 문화나 정서, 의식, 가치관 등이 상징적으로, 함축적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판사집 아들이 식당 주방에서 허드레 설거지를 하고 반찬거리를 다듬는다 한들 본인도, 가족도, 주변의 시선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나라, 가족의 체면이나 아버지의 명예보다 자기 행복과 하고 싶은 일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나라, 뭐 그런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 책에 대한 반응은?
"한마디로 '재미있다'고들 하셨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따스하다' '유머가 있다'는 말도 곁들여 주셨고요. 평소 호주이민을 생각하고 계신 분이나 외국살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재미'와 더불어 호주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평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역시 호주 한인사회에서 공감을 많이 받았지요. 그런가 하면 시드니로 파견된 한국기업 주재원 한 분이 책 재밌게 읽었다면서 집으로 선물을 보내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글쟁이로 사는 것이 행복했던 순간이었죠.(웃음)

외국생활에 대한 글이니 한국사회에서 큰 관심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는 동안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글을 쓸 때 세 가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우선 재미가 있을 것, 그 다음은 정보를 담을 것, 그리고 나름의 시각을 가질 것. 재미, 정보, 시각의 균형을 갖춘다면,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어줍잖게 뭔가 남을 가르치려 하는 태도를 경계했습니다."

- 문화, 미디어, 교육, 보육 등 시각이 다양합니다.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가 어디인가요?
"사회 돌아가는 일에 가능한 한 고른 관심을 두려고 노력하지만, 교육이나 가정 문제, 사회복지 분야에 귀를 더 기울이게 됩니다."

- 지금 세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지요?
"다음 달이나 5월 '가정의 달‘에 맞춰 <자식으로 산다는 것> 이 출간됩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서울 디지털 창작집단 동료 작가들 21명이, '철이 좀 든' 중년의 나이에서 노부모를 생각하며 쓴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시아버지 이름을 부르는 며느리도 있어

ⓒ 눈과마음
- 한국에는 자주 들어옵니까?
"대략 1,2년에 한번 꼴로 갑니다. 1년만 지나도 빠르게 변하는 모습을 확연히 느낍니다. 호주는 10년 살아도 생전 변하는 게 없어요. 불나지 않은 이상 구멍가게 하나도 몇 십 년 그대로 있죠.(웃음) 그런데 한국은 갈 때마다 길을 잃고 헤맬 지경이죠."

- 해외 거주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이 땅에서만 살아온 한국인들과는 시각이 다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더 극명하게 보일 것 같은데요.
"조심스럽게 답해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제가 볼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의 생각이나 여론이 마치 자기 것인 양, 떠도는 말에 따라 어느 날은 무조건 비판했다가 다음 날이 되면 무조건 편을 드는 걸 자주 느낍니다. 황우석 박사 건이 단적인 예가 되겠지요. '개성을 중시하자'는 말들을 '획일적'으로 하고 있는 것도 좀 그렇고요."

- 우리나라에서 40대 이상 아저씨는 모두 '사장님'으로 불리는 사례를 다룬 '제발 나를 사장이라고 부르지 마'라는 글이 재미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떠난 상태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도드라지게 보였을 텐데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요즘 호칭 인플레 현상이 너무 심해요. 아무나 선생님이고 사장님이고 사모님이잖아요. 아저씨 아줌마란 말은 거의 '모독' 수준으로 여겨질 만큼. 사실 참 정겨운 호칭인데…. 그런 면에서는 호주가 참 편해요. 웬만하면 전부 이름을 부르니까요. 심지어 시아버지 이름까지 부른다는 사람을 봤으니까요.(웃음)"

- '화려하고 세련된 가공의 아름다움은 적다 해도 시야 가득 푸름과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호주 땅이 그야말로 지상천국임을 한국에서 돌아온 후 재삼 확인해가는 나날이다'와 같은 글을 보면 호주의 매력에 푹 빠진 듯한데요. '입원이나 수술을 요하는 중병이면 모를까, 1차 진료 기관을 찾아가게 되는 소소한 질병에는 독한 약보다 생명체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회복에 대한 신뢰와 자연 면역력에 의지하는 것을 치료의 기본으로 삼는 이 나라 방식에 일단은 수긍이 가게 된 때문이다'(호주의 의료현장) 등을 보면 오히려 호주가 더 동양적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호주를 한마디로 표현하라 한다면, 저는 '문명과 자연이 공존하는 나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도시에는 문명만 있고, 시골에는 자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든 시골이든 양적 차이만 있을 뿐, 두 모습에 대한 질적 차이가 없습니다. 어느 도시, 어느 마을을 가도 문명과 자연이 함께 합니다.

호주의 의료현장에 대한 소고도 말씀하신 것처럼 '동양적인 관점'이라기보다, 인간 존재를 그런 맥락에서 파악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말하자면 약을 주고 주사를 놓는 것이 '문명적 요소'라면 시간이 가면 나을 거라는 믿음, 면역력에 의지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본성'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요?"

▲ 여름 해변 더 스트랜드(The Strand). 햇볕이 강해서 바다와 잔디, 모래, 나무 그늘이 선명하게 보이는 곳이다.
ⓒ 신아연
- 글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호주인들은 '웰빙'이란 말을 '더불어 잘 살기'란 의미로 이해한다' '호주는 육아 문제에서 사회제도뿐만 아니라 양편 부모 모두 완전한 남녀평등의식을 구현하고 있다' '내가 본 호주 사람들은 한결같이 우직하게 열심히 일하며 주어진 대가대로 욕심 없는 삶을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보면 '호주가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만, 호주를 너무 미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엇이든 전적으로 좋거나 옳고, 전적으로 싫거나 틀린 건 없잖아요. 호주사회에서 제가 가장 좋게 느끼는 분위기가 바로 위에 열거한 것들이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한 것입니다. 무조건 미화가 아니라 저는 바로 이 점을 가장 좋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국사회와 가장 비교가 되는 사회적 요소이기도 하다는 뜻이지요. 이방인에 비친 호주라는 나라의 또 다른 면면들은 눈에 거슬리고, 심지어 '쓰레기' 같은 면도 있지요."

- '호주 퀸스랜드주 교육부가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도시락 검사를 실시한다'는 글이 호주의 나쁜 면을 드러낸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학생들이 인스턴트식품을 갖고 오면 교사가 도시락을 뺏어 점심을 굶기고, 무심코 인스턴트 음식을 넣어준 학부모는 학기말에 학교로 불려가 '해명을 요구하는 문초'를 당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거의 우리나라 군사정부 시절 이야기 같습니다. 낙원으로 불리는 호주에서도 그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까?
"그 일은 에피소드나 소동 정도로 끝났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니까요. 사람 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니까 억지스런 일이 없을 순 없지요. 강제 도시락 검사도 몇몇 학교에서 그렇게 하기로 했었나 봐요. 하도 애들이 뚱뚱하니까 비만율을 어떻게 좀 낮춰보려고 그랬던 거죠."

- 요즘 호주에서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요. 얼마 전 히딩크 감독이 축구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 국민들이 크게 환호했다는 외신을 봤는데요.
"그래서 히딩크를 딴 나라에 안 뺏기려고 오래 잡아두려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있습니다. 최근 가장 큰 사회 이슈는 사후 피임약의 시판이 법으로 보장된 것, 10대 청소년들의 범죄 급증, 끊이지 않는 마약문제 등이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매너리즘 빠질 시기, 방향 전환 절실히 느껴"

신 아연 기자는 누구?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나왔다. 1992년 호주로 이민 간 후 자유기고가 및 서울 디지털 창작집단 호주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신문, 잡지, 인터넷 사이트와 방송 등에 호주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호주 이민생활을 엮는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눈과 마음. 2005년)를 냈으며 , 다음 달 무렵 <자식으로 산다는 것>(공저, 깊은 강) 을 출간할 예정이다.
- 오마이뉴스에는 어떻게 기사를 쓰게 됐나요.
"한국에 사는 언니가 한번 글을 올려보라고 해서 쓰게 됐습니다. 저같이 외국 사는 사람에게는 '딱'인 매체입니다."

- 가끔씩 심한 악플이 달리는데, 그럴 때 기분이 어떤지요.
"악플보다 더한 건 무플이라면서요?(웃음) 누가 어느 날 제게 화도 안 나냐고 묻더군요. '프로는 역시 다르다'고 하면서요. 욕 먹는 데도 '프로급'이란 뜻으로 농담을 한 거죠. 악플도 관심이라면서요? 어쩌겠습니까? 관심 있다는데.(농담)"

- 기고하거나 출연하는 매체가 무척 많습니다.
"몇 군데에 고정 기고하고 있고, 교양지와 시사지, 기업체 사보나 정부 간행물 등에서 부정기적으로 청탁을 해옵니다. 특히 <한민족 네트워크>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700만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전 세계 한인들을 아우르는 주제의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큰 곳입니다. 또 EBS 라디오 '김민웅의 월드센터'에 일주일 한 번씩 호주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애정이 가는 프로그램입니다."

- 이후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내년쯤 한 월간지에 연재했던 꽁트를 모아 책으로 엮어낼 준비를 하고 있고요. 후 내년에는 세 번째 이민 칼럼집을 내고 싶습니다. 제 나이가 올해로 딱 40대 중반입니다. 흔히 말하듯 인생 후반전을 뛰어야 할 때고, 전반전과는 다른 경기 내용을 펼쳐야 하는데…. 한국에서 경력까지 합치면 글쟁이 생활이 그럭저럭 20년입니다. 솔직히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되었지요. 재충전이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낍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공부를 위해 대학원 진학을 고민중입니다. 큰 욕심을 접고 무엇보다 그때그때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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