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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반주사요법이 중년층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으면서 국내 제조사들이 자체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부터 자체제작에 들어간 녹십자는 태반 원료에 대한 안정성 테스트를 하는 등 신뢰도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진제공 녹십자
ⓒ 우먼타임스
[이재은 기자] 직장인 배진수(47·홍보회사 간부)씨는 피곤함을 느끼는 날이면 동네병원 피부과에 가서 태반주사를 맞는다. 태반주사를 맞은 다음 날이면 한결 몸이 가볍고 피로감도 덜한 것이 느껴지기 때문. 중요한 미팅이 있다거나 몸이 힘든 날이면 어김없이 병원을 찾는다는 배씨는 태반주사의 효능을 경험한 뒤부터 동료직원들과 친구들에게 태반주사를 적극 권하고 있다.

"정력강화 좋다" 입소문 중년 발길 잦아

근래 태반주사가 만병통치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병원들에 태반주사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40~50대 중년여성과 남성들 사이에서 태반주사의 열풍은 거세다.

현재 태반주사는 산부인과, 피부과, 성형외과, 한의원 등에서 간염, 간경화, 갱년기 우울장애, 피부미용, 퇴행성관절염 치료, 아토피, 생리통, 불면증 치료 등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년남성들 사이에서 정력 강화제로 소문이 나면서 정력 강화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태반주사 요법을 쓰는 전문의들은 의사가 권해서가 아니라 환자의 요구에 의해서 치료가 이뤄지는 것이 태반주사의 특징이라고 강조한다. 의사들이 미처 권하기도 전에 환자들이 스스로 찾아와 주사를 놓아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강북 예인피부과 최병익 원장은 "피로감이 누적돼 있을 때 태반주사를 맞으면 금세 피로감이 풀리고 활력이 느껴진다는 환자들이 많다"며 "환자들이 요구할 경우 태반치료요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태반주사요법의 효능은 있는 것일까.

태반주사요법을 쓰고 있는 병원들은 여러 분야에서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모체의 혈액에서 산소를 공급하고 각종 영양분을 보급하는 태반은 대사 작용, 배설작용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백질, 지질, 핵산, GAG,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해 피부개선, 컨디션 회복, 정력 강화 등에 효능이 있다는 것. 특히 미백효과, 피부 탄력 및 주름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백승준 세민성형외과 원장은 "태반주사요법은 피부 건조증, 아토피·기미 치료에 쓰이며 이 밖에 잔주름과 피부 노화예방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얼굴 부위에 태반주사를 처방한 경우 기미, 주근깨 등이 엷어지는 미백효과가 입증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질병 앓은 산모 태반 유통 가능성

태반주사 가격은?
원산지·병원별 들쭉날쭉

태반주사의 가격은 제품의 원산지에 따라, 또 의사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산, 국산, 중국산이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일본산과 국산의 유통가격은 비슷하다. '일본제품은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에 환자와 의사 모두 일본 제품을 선호하고 있지만 실제 가격은 비슷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상위 제품으로 평가받는 것은 일본산 멜스몬과 녹십자가 지난해부터 자체 제작하고 있는 라이넥이다. 일본산과 국산의 원가는 1회 기준으로 7000~9000원 선이지만 병원에서 2만~10만원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가격경쟁으로 많은 수의 환자를 확보하고자 하는 병원에 있다.

최소한 일주일에 2번씩 4주 이상 주사를 맞아야 하는 태반주사의 특성 때문에 한 번 병원을 찾은 환자는 적어도 8회 이상 방문을 하게 된다. 따라서 가격할인을 통해 환자수를 확보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태반주사요법은 치료를 중단하면 효과가 바로 감소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목동 S성형외과의 한 관계자는 "중년여성들이 10명씩 단체로 예약을 하는 조건으로 가격을 2만원에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들의 경우에는 찜질방, 미용실, 계모임 등에서 입소문을 듣고, 가격 할인을 받고 단체로 병원을 찾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태반주사의 효능을 인정하는 전문의들조차 안정성에 대해서는 자신 없다는 태도다. 아직 태반주사요법을 입증할만한 연구결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태반주사요법을 받고 여드름, 체중증가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백 원장은 "약물이나 치료가 의학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중맹검(실험자가 특정성분ㆍ식품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실험)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태만주사요법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이를 입증할 만한 연구결과가 없다"며 "국내에서도 안전하고 효과가 뛰어난 제품이 생산되고 태반의 효과에 관한 연구결과가 계속 발표돼 학문적으로도 뒷받침될 수 있을 때, 의사들도 적극적으로 태반주사를 권할 수 있는 입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반주사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번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의 질병을 앓은 산모의 태반을 사용한 제품의 주사를 맞았을 경우, 같은 질병에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때문에 태반 추출부터 제품생산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관리감독이 철저하고, 가수분해 상태로 재생돼 간염·에이즈 같은 전염병을 옮기는 확률이 낮은 일본 제품이 여전히 시장에서 인기다.

녹십자가 지난해부터 자체 제작에 들어갔지만 태반 원료에 대한 자체 안정성 테스트를 하지 않는 중소 제조사들이 많아 국내산 태반주사 제품의 경우, 일본제품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제품 역시 병원균 감염 등에 대한 안정성에 대해서는 100%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 및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태반주사, 어떻게 유통되나
주먹구구식 관리...제도도 걸음마 단계

태반은 불법 유통될 경우, 병원 감염 등의 우려가 높아 무엇보다 관리기관의 단속 강화와 제약업체의 정확한 안정성 테스트가 요구되지만 현재 유통되는 태반의 상당수는 어느 산모에게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 채(건강한 태반인지 확인하지 못한 채) 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어 태반 활용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태반은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감염성폐기물로 분류, 소각 또는 재활용되고 있지만 정작 소각해야 할 것과 재활용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없는 상태다. 소각되어야 할 태반이 재활용되고, 재활용될 태반은 소각되고 있는 상황.

태반 관련법도 없어 의약품 차원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산모의 동의하에 태반을 의약품으로 제조해야 하며, 모든 태반에는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증명하는 의료업체 기관의 증명서가 첨부돼야 하는 인태반 유래 의약품 안전관리 방안을 식약청에서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이 제정되지 않아 여전히 안정성 검증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폐기물 처리 관계자들이 폐기물 인수·인계서를 거짓으로 작성, 건수를 조작한 뒤 소량씩 태반을 빼돌려 소규모 제약회사에 빼돌릴 수도 있다. 때문에 태반 활용제품을 제조하는 제약회사의 태반 원료에 대한 정확한 안정성 테스트가 절실히 요구되지만 태반을 활용한 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업체 대부분이 태반 원료에 대한 정밀한 안정성 테스트 없이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산 태반 제품까지 병원에 유통되는 점을 감안할 때 불법 유통되는 태반 제품의 수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압구정 K성형외과의 병원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병원의 경우에는 중간 유통 도매상인들이 끼워서 파는 중국산을 받아쓰는 경우도 있다"며 "중국 제품이라고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태반 제품의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는 일본 제품만 고집한다"고 말했다.

각종 병원균에 감염된 태반을 사용한 태반 제품이 시중에 엄연히 떠돌아다니고 있지만 제조사와 유통 도매인은 물론 관리감독기관까지 방관만 해왔던 상태.

식품의약품안전청 생물의약품팀의 장영욱 사무관은 "태반 제품에 대한 안정성과 윤리 문제 발생을 해결하기 위해 태반 원료의약품을 의료의약품 신고대상으로 지정, 국내외 모든 원료에 대한 바이러스 불활화 검증 실시 여부 및 인태반 선별과 수집 방법의 적정성 여부 등을 현지 실태조사를 통해 점검할 계획이며 이를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태반 제품의 안정성 강화를 위해 최근 시중에 유통 중인 인태반 유래 의약품을 매년 정기적으로 수거, 점검하고 품질 부적합 제품의 신속한 회수 및 폐기가 가능하도록 제조 유통업소로 하여금 유통 관련 기록 문서를 작성 보관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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