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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정부지원 10억원과 민간후원금 52억원 등 모두 62억원의 연구비를 개인계좌로 부당하게 관리하며 사용한 사실이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금액은 민·관이 황우석 교수 연구비로 지원해 집행된 246억원 중 25%에 해당하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중 황교수가 연구 재료비와 연구원 인건비를 개인 명의의 통장으로 보관한 10억원, 그리고 한국과학재단이 후원한 15억원을 합쳐 총 25억원이 현금으로 인출돼 부당하게 사용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사용처가 불분명한 25억원에 대해 횡령죄 적용 여부를 검찰에 넘겨 판단하기로 했다.

황 교수는 이 막대한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을까. 현재 감사원 조사결과에서는 구체적인 사용내역이 파악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황 교수가 정부 지원금, 민간 후원금, 자신의 강의료 및 월급 등을 9개 계좌에 뒤섞어 사용해 구체적인 지출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즉, 황 교수 개인 돈과 민·관 연구지원 자금이 뒤섞여 '공적 자금'이 얼마가 사용됐고, 잔액이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황 교수는 연구원 53명의 통장을 직접 관리하며, 이들에게 지급된 인건비를 수표나 현금으로 찾아 모두 현금화한 뒤 월급을 다시 지급하는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에 대해 "수표 및 계좌간 이동이 아닌 현금의 사용내역을 밝히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연구원들의 매달 얼마를 받았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정부 연구비에 유용에 대해 "연구원 인건비, 숙소임차료 등에 사용했다"고 감사원에서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아무런 증빙 자료가 없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밖에 황 교수는 감사원 조사에서 "(연구비 사용 내역에 대해) 오래된 일이라 기억 안 난다"고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수의대학이 아닌 황 교수에게 현금으로 급여를 받은 53명의 연구원들도 감사원 조사에서 "황 교수에게 월급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들은 2005년 11월까지 월급을 받았음에도 황 교수와 마찬가지로 "모른다"고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황 교수와 말을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감사원은 "이미 황 교수팀이 해체된 상태라 많은 연구원들을 접촉할 수 없었고, 연락이 안 되는 연구원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황우석 교수의 민·관 연구 지원비 일부는 정치인 후원금으로도 사용됐다. 그러나 역시 황 교수의 자금 얼마가 어느 정치인에게 전달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황교수는 "기억나지 않는다"로 버텼고, 감사원이 새롭게 찾아낸 것은 없다. 구체적 자료가 없어 황 교수의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감사원의 해명이다.

황우석 교수는 S기업과 공동연구협약을 체결하고 연구비 30억원을 본인 은행 계좌로 받았다. 또 5개 건설회사로부터 연구비 3억 5,100만원도 받았다. 서울대 총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집행된 이 돈에 대해 감사원은 조사도 하지 않았다.

이들 자금은 (사)신산업전략연구원을 통해 황 교수에게 전달됐고, 개인 명목 연구비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황 교수의 민간 후원금 40억원을 관리한 (사)신산업전략연구원은 일부 자금을 주식 등에 투자했지만 이는 감사 대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내역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지출 내역이 밝혀진 건 황우석 교수가 과학재단으로부터 연구비 명목으로 받은 18억 8000만원이다. 이 돈은 '황우석 교수 후원회'가 2004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금한 것이다.

황 교수는 이 후원금 가운데 7억원은 자신 명의 정기예금 통장에 예치했고, 8억원은 현금으로 인출해 5만달러를 지난해 말 김선종 연구원에게 전달하는 등 연구목적 외로 사용했다. 황 교수는 감사원 조사에서 "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와 여유자금이 생겨서 (후원금 일부를) 정기예금에 넣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황 교수의 9개 은행계좌에는 얼마가 남아있을까. 박의명 감사원 심의관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황 교수 개인 계좌에 수십억원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역시 황우석 개인 돈과 '공적 자금'이 뒤섞인 것이다. 박 심의관은 "누구 돈이 얼마 남았는지 모르는 상황이고, 민간 후원금은 회수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감사원에서 검찰로 넘어갔다.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6일부터 황 교수 연구비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황 교수의 계좌 추적에 착수할 방침이다.

검찰은 과연 황우석 교수와 연구원들의 "모른다", "기억 안 난다"를 뚫고 정부 연구비 및 민간 후원금 사용 내역을 밝혀낼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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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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