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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안국동에 위치한 '참여연대'. 참여연대가 안국동 시대를 접고 새집을 찾고 있다.
ⓒ 나영준
1998년의 소액주주운동, 2000년 낙천낙선운동과 2002년 대선 정치자금 감시운동. 모두 지난 10여 년간 참여연대가 벌인 의미 있는 사회참여운동이다. 그간 시민사회에서 '참여'의 의미를 짚어주던 참여연대가 지난 8년간 사용한 안국동 건물을 떠나게 됐다.

올해로 창립 11주년을 맞는 참여연대가 상징처럼 여겨지던 안국동의 시대를 접는 속사정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안국빌딩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직접적인 이유로는 새 단장을 마치더라도 그간 '헐값'이나 다름없던 월 임대료로는 계속 건물을 임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안국빌딩 사무실을 오는 4월 말까지 비우기로 했다.

▲ 참여연대 사무실 모습.
ⓒ 나영준
참여연대는 지난 1997년 현 건물에 세든 뒤 보증금 2억2000여만 원에 매월 500여만 원의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사무실을 사용해 왔다. 이는 건물주의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참여연대가 사용하고 있는 순수 사무실 공간(실평수 160평)과 비슷한 건물을 임대하려면 지금보다 월 15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건물을 구입할 경우에는 25~30억 원의 비용이 들며 장기융자를 받는다고 해도 월 3000만 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월 회비가 8000여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여연대의 현 재정 규모로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참여연대는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고 회원들의 자발적 회비를 중심으로 어렵게 재정을 꾸려왔다. 현재 참여연대가 융통할 수 있는 돈으로 4대문 안에 그만한 규모의 사무실을 얻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 지난 1일부터 참여연대는 '희망 1번지' 운동을 시작했다.
ⓒ 나영준
▲ '희망1번지, 문패를 달아주세요' 홈페이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도 볼 수 있다.
ⓒ basecamp.peoplepower21.or
지난 1일부터 참여연대는 외부지원이 아닌 시민·회원참여의 동력으로만 사무실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참여연대 베이스캠프 프로젝트- 희망 1번지, 문패를 달아주세요'라는 운동을 전개 중이다.

안정적인 활동 공간 마련을 위한 이 운동은 새로운 회원을 추천하거나 회비를 조금씩 올려 내고 여윳돈을 베이스캠프 기금으로 기부하는 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http://basecamp.peoplepower21.org를 참고).

"10여 대 트럭분의 자료를 이고 지고 해마다 이사를 다녀야 할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참여연대로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십시일반 시민의 정성으로 벽돌을 쌓고, 연대의 힘으로 서까래를 올린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외풍에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견고한 시민의 집을 짓겠습니다."
- 참여연대 베이스캠프 프로젝트 홈페이지 중에서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단체를 꿈꾸는 참여연대의 안타까운 희망과 도전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집'이 아닌 안정적 '토대'가 필요하다
[인터뷰] 참여연대 이승희 실장

▲ 참여연대 이승희(37) 실장
- 이곳(안국동)으로 참여연대가 터를 잡은 것은 언제인가?
"이전에는 용산 쪽에 있다 97년 하반기에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99년에 박원순 변호사의 부인이기도 한 인테리어 전문가 강난희 선생님의 도움으로 상근활동가와 회원들이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내부 공간을 개조했다. 한 겨울에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고 이후 활동을 펼쳐 나가며 참여연대라는 곳을 시민들에게 알리게 된 의미가 있는 곳이다."

- 현재 상황은 어떤가?
"그동안 기본적으로 싼 값에 있어서 너무나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한 상황이다. 여유 있는 재정이 아닌 모금 활동을 통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걸 만족할 만한 곳으로 옮긴다는 건 힘들다.

사실은 회원의 증가 속도가 감소하는 추세여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 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건 외곽으로 나갈 경우 시민들이 참여연대를 찾기가 힘들다는 ‘접근성’의 문제다."

- 건물을 매입할 건지 혹은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이 될 지는 결정이 된 것인가.
"아직 정확히 판단하기가 힘들다. 모금 활동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상한금 500만 원의 특별후원기금을 모으고 그 외에도 안정적인 기금 마련을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회원 가입을 바라고 있는 상태다."

- 건물을 매입하게 된다면, 간혹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부정적인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비용 면에서 효율성을 찾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한다. 장기적인 면에서 운동의 안전성을 위한 최소한의 생존전략이다. 만일 건물을 갖는다고 해도 그것이 시민단체 회원이나 상근자의 소유는 절대 아니다. 훗날 우리가 활동을 제대로 못 해 해산하게 될 경우 사회에 기부하게 하게 된다. 절대 참여연대의 '소유'가 아닌 것이다."

- 지켜보시는 시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시민운동에 있어 안정적인 토대가 있어야 발전과 개선의 여지도 있는 것이다. 운동의 단절을 불러와 시민단체가 설 곳이 없어진다면 권력견제 등의 건강한 기능이 상실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단순히 집을 소유하고자 하면 여러 방법을 동원 해 고액 후원금을 낼 수 있는 이들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지켜왔던 정신이 아니다. 참여연대는 독립성을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금은 받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가 바라는 것은 시민들 사이로 뿌리 내리고자 함이기에 건강하고 순수한 시민들의 참여를 바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바로가기- 참여연대 베이스캠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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