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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본격적인 델리 여행에 나선다. 이제 인도 분위기도 적응되기 시작하니 여행에 탄력을 붙여가야지.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접해야겠다 다짐하며 길을 나선다.

▲ 간디를 기리는 라즈가트에서 절하는 인도인들
ⓒ 이창욱
인도의 진면목 보기 시작하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라즈 가트다. 인도의 정신, 독립의 상징 마하트마 간디를 화장한 장소인 이곳은 추모공원으로 조성되어 간디를 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연인원 천만 명이 방문할 정도라고 하니 간디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한다.실제 내부에서 절을 하는 인도인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 라즈가트의 간디를 기리는 제단
ⓒ 이창욱
추모공원답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공원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선 신발을 벗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발을 맡아주는 직원이 있는데 이때도 얼마간의 팁을 반드시 주어야 하니 고위관리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부패가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을 직접 확인하는 듯 하여 조금은 씁쓸하다.

공원을 둘러보고는 레드포트로 향한다. 붉은 성 레드포트는 무굴제국의 황제이자 건축광이었던 샤자한이 10여 년에 걸쳐 축조한 성으로 그 당시 왕궁으로 쓰였던 곳이다. 샤자한은 인도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자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도 꼽히는 아그라의 타지마할과 아그라 성 등 대규모 건축을 많이 한 왕이라고 한다.

국력을 약화시킬 정도의 대공사를 쉬지 않고 벌인탓에 아들의 반란에 왕좌에서 쫓겨나게 되었다니 무엇이든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붉은 성, 그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인도 독립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포이 항쟁(영국에 고용된 인도인 용병 세포이 계급이 일으킨 무력 운동)으로 인해 많이 훼손된 후 개보수가 이루어졌다는 붉은 성은 그럼에도 여전히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워낙에 규모가 큰 탓에 성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붉은 성(현지어로 랄 낄라)은 입구로 들어서기 위해 지나야 하는 광장에서 바라보면 양쪽 끝이 눈에 들어올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 웅장함을 자랑하는 붉은성1
ⓒ 이창욱
▲ 붉은성으로 들어서는 관문, 라호르 게이트
ⓒ 이창욱
직접 마주하면 그 위압감에 주눅이 들 정도의 규모로 과연 한 나라를 대표하는 왕궁으로서 손색이 없어보인다.

내부는 그 규모만큼 다양한 구경거리를 자랑한다. 네루 인도 초대 수상이 민족해방 기념일에 연설을 했다는 라호르게이트를 통과해 들어가면 장신구 상가가 줄지어 있고, 그곳을 지나면 왕의 접견장이였던 디와니암과 과거 보석으로 온 벽이 치장되어 있었다는 디와니카스 등 여러 건물들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과거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했는 왕궁이건만 규모는 그대로인데 내부 장식은 관리가 잘 되지 않은 탓인지 낡고 더러워진 모습이 조금 안타깝다.

▲ 한참을 걸어들어간 붉은성 내부의 건물들
ⓒ 이창욱
▲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붉은성 내부 건물들
ⓒ 이창욱
▲ 왕궁건물들에 새겨진 화려한 장식들
ⓒ 이창욱
큰 규모의 성내부는 공원으로서도 손색이 없어 많은 인도인들과 관광객들이 찾는다. 편안히 잔디밭 한켠에 앉아있으니 한 떼의 까마귀들이 하늘을 검게 뒤덮는다. 우리나라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그 모습에 왠지 소름이 돋기도 한다.

▲ 순간 붉은성의 하늘을 덮어버린 까마귀떼들.
ⓒ 이창욱


찬드니 촉, 아비규환의 시장모습

붉은 성을 나오면 눈 앞에는 찬드니 촉이 펼쳐진다. 과거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는 이곳은 현재는 도깨비 시장으로 은, 꽃, 향신료 등을 저렴하게 판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태연히 길가를 걸어다니는 소가 눈에 익기 시작한 초보여행자에게 찬드니 촉은 아비규환의 현장이다. 너무나 빽빽한 사람들, 여기저기 널린 소의 배설물과 그 배설물을 쫓아 날라온 파리들, 외국인만 보면 구걸하러 몰려드는 빈민들 게다가 빈곤과 부족한 의료체계 때문인지 신체가 정상적이지 않은 일부 사람들의 모습....

여기저기서 내게 동전 몇닢을 바라며 손을 끄는데 그 손들을 뿌리치는 것만으로도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약간의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좁은 시장통을 걷다가 이내 뒷걸음질쳐서 나온다. 순간 익숙치않은 모습들이 내가 위험한 곳으로 가고 있다는 공포마저 불러일으킨 탓에 황급히 나온 것이다.

그렇게 찬드니 촉을 나와 길을 걸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에 젖어든다.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일진데, 나와 다른 생김새와 빈곤한 그들의 모습에 그만 두려움을 느껴버린 것이 내내 언짢다.

그 와중에도 어느 인도인이 갑자기 내 옷에 작은 인도국기를 꽂고는 돈을 달란다. 그냥 돈을 달라고 하는 게 낫지, 이런 경우는 정말 어이가 없다.

이슬람 사원에서 태권도 사범을 만나다

찬드니 촉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엔 자미 마스지드라는 이슬람 사원이 있다. 건축광 샤자한의 마지막 걸작이라고 하는데 그가 죽은 뒤인 1656년에서야 완공되었다고 한다. 인도 최대의 이슬람 사원으로 수용인원이 2만5000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 규모가 놀랍다.

인도 북부에서 느낀 아쉬운 점들 중 하나가 바로 청결문제이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내려온 문화유산들의 규모가 세계 어딜 내놔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대단한 것들인 인도에서 이들 유적들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전체적으로 인도인 자체의 위생관념이 낮고 소를 숭배하는 종교덕분에 거리의 청결이 유지되지 않는 점도 있지만, 최소한 주요 유적지들은 깨끗하게 유지해야만 관광자원으로써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자미 마스지드도 그 규모와 의미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는 볼거리지만 소, 새 등 동물의 배설물들과 사람들이 버린 오물 때문에 그 웅장함이 가려져 보였다.

그래도 역사적인 유적인 만큼 볼거리는 충분하다. 넓은 사원 내부에는 자신들의 종교인 이슬람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신자들로 가득하다. 경건한 표정으로 의식을 표하는 이슬람 신자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왠지 모를 경이감까지 생겨난다.

그리곤 나오는 길에 어느 인도인이 말을 걸어온다. 말끔한 차림의 그 사람은 알고보니 파키스탄인으로 인도에 관광을 온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국적인 한국임을 알고는 자신이 태권도 사범이라며 멋있게 주먹을 들어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민간외교로서의 태권도의 역할을 말해주는 듯 하다.

인도에 와서 모두들 우리를 보고 돈이 많은 일본인이냐고 물어와 조금은 씁쓸했었는데 그래도 한국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기분이 좋다. 함께 주먹을 쥐며 사진을 찍고는 사원을 나온다.

▲ 바닥에 앉아 한가롭게 카드놀이를 즐기는 인도인들
ⓒ 이창욱


정든 델리를 떠나며

처음 인도라는 나라의 분위기를 적응시켜준 델리를 떠나 낙타 사파리로 유명하다는 소도시 푸쉬카르로 향하는 기차를 탄다. 처음 기차를 이용하며 접한 기차역은 바닥에 아무렇지도 않게 누워있는 수많은 빈민들로 발디딜 틈 없는 모습이 우리나라에서의 공공시설의 개념을 뒤집어 놓는다.

기차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내가 탈 기차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 유념해야 한다.

▲ 낮이라 상당히 양호한(?) 모습의 기차역
ⓒ 이창욱

덧붙이는 글 | 국정브리핑,유포터에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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