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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티스트 웨이> 표지
ⓒ 경당
지난 해 선물로 받은 책들 가운데 올해도 수시로 꺼내 읽게 된 두 번째 책은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이다.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TV프로듀서, 영화감독, 문예창작 강사, 작곡가 등 우선 저자가 활약해 온 예술 영역의 다양함에 놀랐는데, 그녀가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와 결혼 한 후, <택시 드라이버>, <뉴욕 뉴욕>의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집필하기도 했으나, 그와 이혼 후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아티스트 웨이>는 자신의 악몽 같은 경험을 딛고 일어서는 개인적인 체험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있는 활동이 될 수 있는지 워크샵을 통해 실험했고, 그 강의들의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제목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오해할지 모르겠다. 비단 예술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 뿐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들, 긍정적인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친구로부터 이 책을 선물받기 전, 공병호 박사가 쓴 책을 읽다가 이 책에 대해 두어 줄 정도 언급한 부분을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저런 책도 있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자기 경영을 위한 이렇게 좋은 참고서를 공병호 박사가 왜 그렇게 짧게 언급하고 말았는지 사실 이 서평을 쓰는 지금도 궁금하다.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는 12주간의 여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숙제와 요구가 많은 책이다. 매일 해야 하는 것도 있고, 매주해야 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창조성이 막힌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일상으로부터 창조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며 저자는 12주의 프로그램을 통해 끈기와 용기를 필요로 하는 훈련 과정을 차근차근 안내한다.

12주 동안 많은 과제가 주어지지만,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숙제는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이다. 모닝 페이지는 매일 아침, 세 장씩 무언가를 쓰는 일이다. 하루의 시작을 일종의 ‘쓰기 명상’으로 시작하는 셈인데, 저자는 처음 8주 동안에는 섣부른 판단이나 평가를 배제하기 위해 자신이 쓴 모닝 페이지를 읽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는 비평가의 평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자신의 작품을 대가의 명작과 비교하지 말고, 냉철한 비평가의 손에 맡기지도 말라는 것과 비슷한 논지이다. 아직 어린아이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자신의 초기 작품을 같은 분야에서 성공한 명작들과 비교하거나 비평가에게 평가를 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자신의 창조성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 나이와 시간의 벽에 부딪혀 자신의 창조성 혹은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대답한다.

질문: 제가 피아노를 잘 칠 때쯤이면 몇 살이 되는지 알기나 하세요?
대답: 물론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배우지 않아도 그 나이를 먹는 것은 마찬가지죠.

듣고 보면 간단하고 명쾌한 대답이지만, 사실 유약한 생활인들에게 나이와 시간의 벽이 주는 과대과장 두려움을 없애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림자 아티스트(아티스트를 후원하거나 지켜보는 것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에 머물고 있고, 그것이 주는 안락함에 빠져있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소설가가 되기에 늦었다고 말하며 해마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소설을 읽는 것으로 소설가에의 꿈을 대신하는 사람들에게 박완서 선생님이나 기자출신 늦깎이 작가 김 훈 선생님을 예로 드는 것은 어떨까. 더구나 올해는 각 신문사마다 30~40대(심지어 60대 당선자도 있다!) 늙은 신인들이 신춘문예를 휩쓸었으니 펜을 놓고 눈요기로 허기를 대신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본보기가 더 많아졌다.

문화센터의 인체소묘 과정에 등록하는 대신, 미술전문 잡지를 사보며 나는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사람들, 도자기 작업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부엌 한 귀퉁이를 치우는 대신 스튜디오가 필요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 ‘꿈은 크게’라는 생각으로 뜬구름만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단계 한 단계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는 것처럼 기초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저자는 여러 차례 반복한다.

또, 창조성이 막힌 사람들은 지독하게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단계를 밟는다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도구삼아 일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우는 아이를 달래듯 설명한다.

유난히 걱정이 많은 사람들, 주변의 시선에 좌우되는 사람들에게는 트집만 잡는 동료보다는 따뜻하게 응원해 줄 사람을 찾으라고 권고하는데, 내 생각에도 혼자 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은 모임을 만들어 함께 12주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 모닝 페이지를 매일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서로 격려하고, 아티스트 데이트를 통해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자신의 창조성을 선의를 가진 동료들과 나눌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을 선물 받은 뒤 반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 12주 프로그램을 한 번도 성공적으로 끝마치지 못했다. 지난 해 6월부터 쓰고 싶던 <책동네> 서평을 이제야 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태교를 겸해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간증하듯 당당하게 소개하고 싶었는데 5주 이상 모닝 페이지를 쓰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을 네 명에게 선물했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12주 성공 소식을 알려오지 않고 있다. 그들도 나처럼 매번 실패와 재 시도를 반복하고 있다는 말을 약간의 위안으로 삼고 있지만, 올해는 반드시 12주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계속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통해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창조성을 깨우고 싶다. 이 책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 안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창조성을 회복하고, 놓고 살아온 자신만의 꿈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티스트 웨이 -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 개정판

줄리아 카메론 지음, 임지호 옮김, 경당(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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