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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조작 의혹 조사를 위해 자료 확보에 들어간 첫날 핵심 연구원이 관련 자료를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다급히 삭제했다고 조사위 관계자가 11일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위가 지난달 중순 출범 직후 전격적으로 서울대 수의대에 대해 출입통제 조치를 취하고 황 교수의 연구실 시설을 봉인해 실험 노트와 컴퓨터 파일 등 자료확보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당시 조사위는 자료 확보를 위해 교수들과 연구원들의 PC를 제출받고 있었는데 황우석 교수측은 실험실 관리 책임을 맡고 있던 K연구원의 PC에 대해 `안 된다'며 시간을 끌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황 교수측은 조사위원들의 종용 끝에 K연구원의 행방을 찾아내 약 10분 뒤에 PC를 제출했으나 이 때는 이미 자료가 삭제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서울대 중앙전산원 소속 전문가 3명을 동원, 밤낮으로 복구작업을 벌인 끝에 겨우 데이터를 되살려 조사자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조사위측은 이런 정황을 근거로 K연구원이 황 교수의 지시를 받고 증거 인멸을 위해 자료를 삭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른 조사위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잘 몰라 자료 삭제가 고의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삭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대 관계자는 "만약 하드디스크를 아예 폐기하는 방식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면 속수무책이었을텐데 그나마 다행"이라며 "만일 자료를 복구하지 못했더라면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할 뻔 했다"고 덧붙였다.

한 조사위원은 황 교수팀의 실험자료 관리 실태에 대해 "실험일지는 메모 수준에 불과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진술과 일일이 대조해야 했으며 아예 기록이 없는 사례도 있었다"며 "제대로 된 실험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관리가 허술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즈메디병원은 아직 자체조사를 시작하지 않았고 한양대에서도 자료 확보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증거 소실이나 인멸 등이 우려되고 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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