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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완수 YTN 사장.
ⓒ YTN
'황우석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는 비판을 받았던 YTN의 보도에 표완수 사장 등 회사 경영진이 개입, 편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YTN의 한 내부 경위서에 따르면, 표 사장은 '황우석 사태'가 반전을 거듭하던 지난해 12월 초 "이제는 매스컴에서 보호해야 한다"며 황 교수 구명에 적극 나섰다고 한다.

이 경위서는 황 교수 사태 파문 취재를 맡았던 당시 기동취재부장이 12월 11일 인사위원회에 제출한 것이다.

경위서에 따르면, 표 사장은 12월 5일 보도국 회의실에서 열린 간부회의에 참석해 < PD수첩 >의 취재윤리 문제를 강조하며 '황우석 교수 살리기'를 지시한다. 다음은 이 간부가 당시 표 사장의 발언을 메모한 내용.

"이제 YTN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등산보다 하산이 더 중요하다. 이제는 황우석 교수를 매스컴에서 보호해야 한다. 다른 과학자가 황 교수를 이야기하도록 해야 한다. 재검증 요구는 과학자에게 맡겨야 한다.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시청자위원인 변호사가 생명윤리위원장이다.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

언론의 문제는 취재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언론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그릇된 취재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 PD 저널리즘이 오도된 측면이 있으니 살려야 한다. MBC 죽이기는 안 된다. 지금부터 잘해야 한다. 발전적 계기를 만들어야 하니까, 2시간 (이에 대한) 대담을 방송하는 것도 좋겠다. 뉴스 시간에 출연시켜도 되고."


그는 "표 사장이 보도국 회의에서 직접 말한 내용은 언론사 사장의 발언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영진의 편집권 침해였다"며 "YTN 사규와 단체협약의 공정 방송과 관련된 조항에는 '경영진은 편집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 돼있다, 부당한 편집권 침해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12월 6일과 7일 긴급 편성된 YTN의 <이슈진단-과학과 취재윤리> 프로그램에 대해 "사장의 요구와 지침 때문에 급히 제작돼 시청자들의 항의를 불렀고 YTN의 신뢰도를 급속도로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보도국장 "정운찬 총장 말 톤다운하자"

YTN의 부적절한 보도에는 보도국장도 한몫 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12월 3일 오후 보도국장과 사회부장, 취재기자들이 참석한 아이템 회의에서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하자 보도국장이 한참동안 그를 노려봤다는 것. 당시 그는 "김 연구원이 < PD수첩 >과 인터뷰한 지 한달 보름이 지난 동안 황 교수팀이나 모처의 회유와 압력이 있어서 다른 주장을 할지 모르니까 조심해서 방송하고, MBC의 반론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후 "YTN 요즘 너무 한다, 그만 해라, 세상을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게 하고 있다"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우려에 동감한 그는 12월 8일 "황 교수와 관련된 보도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정 총장을 전화로 연결해 황 교수 논문의 진위논란을 다루는 리포트를 2∼3개 하자"고 보도국장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보도국장은 "정 총장은 소장파 학자들에게 경도된 사람이니까 발언 배경에 뭔가가 있을 것"이라며 "정 총장의 발언을 톤 다운(tone down)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했다. 관련 보도도 그날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로 연기됐고, 오후 6시 이후에는 아예 단신처리됐다.

그는 "표 사장 또한 보도국장과 비슷한 발언을 그날 간부 회의에서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전 기동취재부장, 12월 10일 보도국장과 협의 없이 보도... 이후 부서이동

YTN은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3시 '단독 - 김선종 연구원 줄기세포 사진 조작 YTN에 숨겨'라는 리포트를 방송한다. 당시 이 보도는 YTN의 보도 방향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그러나 YTN은 1시간여 만에 자사 및 포털사이트에 보낸 해당 기사를 모두 삭제하고, 저녁 뉴스에 정 반대 논조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오게 되었을까. 전 기동취재부장은 보도국장이 여러차례 건의를 무시하면서 YTN을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생각에 오후 3시 보도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내보냈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보도국장에게 미리 알리고 방송 여부를 의논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러 차례에 걸친 보고와 건의를 무시하면서 YTN 뉴스를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사전에 알리지 않는 것이 우리 YTN을 위하고 YTN 기자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면서 타사의 공격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같은 판단에 대해 표 사장과 취재팀 고위 간부들은 '일탈행동' '내부 통제시스템을 어긴 해프닝' '독불장군식 행동'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그는 12월 10일 보도와 관련한 책임을 지고 12월 말 방송심의팀으로 부서를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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