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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칼팍 자치공화국의 수도 누쿠스
ⓒ 김준희
내친 김에 계속 서쪽으로 가기로 했다. 이번 목적지는 카라칼팍 자치 공화국의 수도인 누쿠스. 타슈켄트에서 서쪽으로 약 1200km 떨어진 도시다. 카라칼팍은 우즈베키스탄 영토내에 있는 자치공화국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영토내에 12개의 주와 1개의 자치공화국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카라'는 '검다'라는 뜻이고 '칼팍'은 '모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카라칼팍은 '검은 모자'라는 뜻이 된다. 이 명칭은 카라칼팍 민족을 지칭하는 용어다.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사람들은 우즈벡 민족이나 타직 민족이 많은데 반해서 카라칼팍 자치공화국에 사는 사람들은 카라칼팍 민족이 대다수라고 한다. 자치공화국이기 때문에 여기에도 대통령이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투표로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에서 임명하는 형식이라고 한다.

역사도시도 아니고 볼 만한 유적도 없는 누쿠스에 가는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누쿠스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과거에 항구도시였던 '무이낙'이라는 곳이 있고, 거기서 좀 더 북쪽으로 가면 아랄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택시를 탔다. 넥시아로 히바에서 누쿠스까지 30달러에 가기로 하고 아침 10시 경에 이찬칼라를 떠났다. 히바에서 누쿠스로 가는 길은 아무다리야 강을 따라서 간다. 커다란 아무다리야 강이 있고 가끔씩은 목화밭이 보인다. 이 목화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백색황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대표적인 생산물이다. 전체 수출의 40%를 넘게 차지하고 있고 세계 생산량 4위라고 한다.

이 정도면 우즈베키스탄 경제에서 목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도 같다. 하지만 이 때문에 치러야 했던 대가도 컸다. 목화는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수출품이지만 이 목화경작 때문에 우즈벡은 구소련 시절부터 아랄해와 주변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었다. 넓은 목화밭에는 그곳에서 일을 하는 많은 아이들이 보였다. 목화 수확철인 가을로 들어서면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목화 수확작업에 동원한다고 한다.

▲ 아무다리야 강가에서 먹은 생선튀김
ⓒ 김준희
한참을 달리다가 강변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생선을 튀긴 요리로 점심을 먹었다. 역시 강가라서 그런지 생선요리를 하는 식당이 많다.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한 이후에 처음으로 먹는 생선이다. 밥을 먹고나서 아무다리야 강을 건너서 계속 서쪽으로 달려갔다. 강을 건너자 경치가 바뀌었다. 아까보던 강과 목화밭은 없어지고 도로의 양옆은 황량한 키질쿰 사막이다.

▲ 히바에서 누쿠스 가는 길
ⓒ 김준희
누쿠스에 도착하자 오후 1시가 넘어 있었다. 여지껏 거쳐온 다른 도시들처럼 여기도 덥고 건조한 곳이다. 택시기사의 도움을 받아서 싼 호텔을 찾았다. '지펙졸리'라는 이름의 B&B 호텔에 들렀지만 이곳에는 빈방이 없단다. 호텔의 젊은 매니저는 자기와 함께 호텔일을 하는 '볼라드'라는 이름의 친척집에 머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나쁠 것은 없지만 한 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어서 난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렇게 하면 거주등록은 어떻게 해요?"
"거주등록은 이 호텔에서 머문 것처럼 해줄게요."
"가격은요?"
"아침식사 포함해서 하루에 15달러요."

이렇게 해서 나는 볼라드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누쿠스에서도 꽤 잘사는 집인지 커다란 2층 양옥집에 자동차가 2대나 있다. 22살의 볼라드는 대학에서 회계를 전공하고 지금은 호텔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 집을 안내해 주면서 2층의 침실을 쓰라고 했다. 넓은 2층에는 침실과 거실, 서재와 큰 화장실이 있었다. 2층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혼자 편하게 사용하라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에 온 이후로 이런 호강은 처음이다.

호텔의 젊은 매니저의 이름은 '타자베이'라고 한다. 27살의 그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자신의 형이 지금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서 반가워한다. 그리고 한국드라마 <겨울연가>가 우즈베키스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면서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우선 날이 저물기전에 타슈켄트로 돌아가는 차편을 알아보았다. 타자베이의 도움을 받아서 먼저 표를 구입하기로 했다. 누쿠스에서 타슈켄트로 가는 교통편에는 비행기와 기차와 버스가 있다. 비행기는 가장 빠르지만 가장 비싸다. 기차는 버스보다는 비싸지만 가다서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가장 느리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제일 싸면서 중간 빠르기인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가격은 9500숨(숨은 우즈벡의 공식화폐단위, 1숨은 한화 약 1원). 며칠후에 떠나는 이 버스표를 구입해놓고 타자베이, 볼라드와 함께 아랄해에 가는 방법을 의논해보았다. 볼라드는 내가 원한다면 자신의 차로 아랄해까지 데려다줄 수 있다고 한다.

"아랄에 가려면 일반 승용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제일 좋아요"
"얼만데요?"
"넥시아 이용할 경우에 왕복 50달러요."
"비싸네요. 좀 싸게 안될까요?"
"요즘 기름값이 올라서… 45달러에 해줄게요. 그 이하로는 안되요. 무이낙까지 왕복 400km가 넘어요."

아랄해에 가는 것도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걱정거리가 사라지자 나는 볼라드의 차를 타고 함께 시내로 나섰다. 밥도 먹고 맥주도 한 잔 하기 위해서다.

▲ 누쿠스 버스터미널 앞의 거리
ⓒ 김준희
누쿠스의 거리는 크고 넓었다. 인구 20만의 도시라지만 내눈에는 인구 36만의 사마르칸트 보다도 커보였다. 카라칼팍 자치공화국은 우즈벡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랐다. 볼라드는 이 곳의 사람들은 자신이 카라칼팍 민족이라는 것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음식도 달랐다. 부하라와 히바에서 많이 먹었던 양고기 볶음밥이나 양고기 국 대신 여기서는 꼬치구이 샤슬릭과 삼사를 많이 먹는다고 한다.

우리도 한 카페에 들어가서 샤슬릭과 함께 생맥주를 마셨다. 이 집에서 직접 만든 생맥주라고 하는데 500cc 한 잔에 300숨이다.

"운전해야 되는데 술먹어도 돼요?"
"한두 잔은 괜찮아요."
"그러다가 경찰한테 걸리면 어떡해요?"
"여기 경찰은 다 내 친구들이에요. 걸려도 상관없어요."

샤슬릭과 삼사를 안주로 맥주를 마시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푹쉬고 싶었다. 그리고 내일은 아랄해를 보러 간다. '20세기 최대의 자연파괴'라고 부르는, 인간이 망가뜨린 그 아랄해를 보러 간다.

▲ 삼사와 토마토
ⓒ 김준희


 

덧붙이는 글 | 2005년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몽골-러시아(바이칼)-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키즈스탄을 배낭여행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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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과 장르소설을 좋아합니다. 저서로 <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평원에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