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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조작과 관련해 23일 오후 대국민사과와 함께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는 동안 동행한 황 교수팀의 한 학생이 울먹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3일 2·3번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는 DNA 분석결과가 나와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하루 전날인 22일 황우석 교수가 검찰에 제출한 수사요청서에서 문제의 2번과 3번도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라고 밝혀 주목된다.

이는 황 교수팀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제출한 11개의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자체가 현재 하나도 존재하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황 교수가 주장하는 '원천기술'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황 교수가 수사요청서에 이렇게 밝힘에 따라 서울대 조사위가 외부기관에 의뢰한 2번과 3번 줄기세포의 DNA 분석 결과도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아닌 것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3번, 미즈메디 연구소의 4·8번 체외수정 배아 줄기세포"

▲ 황우석 교수가 22일 검찰에 제출한 수사요청서 중 일부. 황 교수는 여기서 문제의 2번과 3번도 미즈메디병원의 체외수정 줄기세포라고 밝혀 주목된다.
ⓒ 오마이뉴스 조영미
황 교수는 지난 16일 "우리 연구팀이 만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누군가 일부러 미즈메디 병원의 줄기세포와 뒤바꿔 놓은 것 같다"며 사법당국의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황 교수는 이어 22일 오후 미국 피츠버그대 김선종 연구원과 이름을 모르는 1명을 고소하는 내용의 수사요청서를 서울중앙지검에 냈다.

▲ 황우석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조작과 관련해 23일 오후 대국민사과와 함께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황 교수는 이 수사요청서에서 줄기세포 6개(2, 3, 4, 8, 10, 11번)에 대한 DNA 검사를 의뢰한 결과 "실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경악스러운 검사결과가 나왔다"며 "모두 미즈메디 연구소의 체외수정 배아줄기세포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2번 줄기세포는 미즈메디 연구소의 4번 체외수정 배아줄기세포로, 3번 줄기세포는 미즈메디 연구소의 8번 체외수정 배아줄기세포로 각각 밝혀졌다는 것.

황 교수의 법정 대리인인 문형식 변호사는 "김선종씨만이 황 교수팀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꿀 수 있다"며 김 연구원을 고소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황 교수는 "서울대 수의대팀이 수행한 연구과정은 모두 정상이었다"는 주장 이외에는 김 연구원이 바꿔치기를 했다는 가정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또 수사요청서에는 바꿔치기가 어느 단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누구 지시에 의해 바꿔치기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황 교수가 처음부터 바꿔치기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왜 2개의 줄기세포만 김 연구원에게 넘겨 줄기세포 사진과 테라토마 사진을 부풀리도록 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설사 김 연구원이 바꿔치기를 했다 하더라도, 그가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바꿔치기를 했는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또한 황 교수가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검찰 수사를 전격 요청한 것을 두고도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에 대비해 '물타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검찰 "본격 수사는 조사 모두 끝난 뒤 착수"

검찰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모든 사실 관계를 서울대 조사위원회 등이 조사하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수사는 이런 조사가 모두 끝난 뒤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황희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이번 문제는 학계가 평가하고 대처해야 할 사안이지 검찰이 수사해야 할 분야는 아니다"며 "연구비 문제도 재검증 뒤 관계기관이 검토해야 할 성격인 듯 싶다"고 말했다.

앞서 정상명 검찰총장도 "이번 사건은 과학계에서 먼저 시시비비를 가리고, 검찰 수사는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 착수는 서울대 조사위의 조사가 끝나는 내년 초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황우석 줄기세포' 관련 고소·고발 사건 총 5건

최근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의혹을 둘러싸고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황 교수팀이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당했다'며 22일 연구원 등을 수사해달라는 요청 외에 < PD수첩 > 등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 MBC가 황 교수 측근인 윤태일씨를 상대로 낸 소송 등 관련 고소·고발은 모두 5건이다.

시민 이모씨는 지난 21일 황 교수를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허위사실을 논문에 기재해서 국민을 우롱했기 때문에 사기죄 등의 혐의가 있다는 것인데, 국민적인 울분 차원에서 고소한 것 같다"며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재백 원광대 명예교수는 지난 13일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관련 의혹을 방영한 < PD수첩 > 제작진과 MBC 사장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박의정 '바른역사추진협의회' 대표도 지난 6일 < PD수첩 >과 최승호 책임PD, 한학수 PD, 최문순 사장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 15일 고발인인 박의정씨를 불러 고발 경위 등을 조사했으나 PD들과 황 교수측 등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일정은 아직 확정하지 않고 있다. < PD수첩 > 제작진의 '명예훼손죄' 혐의 유무를 판단하려면 과학계 내부에서 먼저 진위논란이 정리되어야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MBC도 지난 15일 < PD수첩 >팀 취재과정에서 황 교수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아이러브 황우석'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윤태일(43)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씨는 전날(14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연구원 A씨가 줄기세포와 영롱이 복제 과정 등에 대해 3개월 정도 체계적으로 PD수첩팀을 학습시킨 것 같다"며 "A씨와 PD수첩팀이 이메일로 주고받은 '학습자료'를 우리가 확보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MBC측은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이메일을 윤씨가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해킹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라며 "윤씨의 행위는 불법적인 것이기 때문에 진상조사 차원에서 윤씨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 PD수첩 >에 대한 고발건을 수사중인 형사2부(부장 임권수)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윤씨가 < PD수첩 >과 연구원 사이에 오고간 이메일을 실제 가지고 있는지,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입수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지난 20일 황 교수팀의 난자 의혹을 제기한 지난달 22일 < PD수첩 > 방송에 대해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와 보도교양심의위원회 건의를 받아들여 주의를 당부하는 권고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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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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