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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함영이 부장, 정리=채혜원 기자, 사진=노민규 기자]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사회 곳곳에서 여풍의 바람이 거셌던 2005년. 그러나 5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여성이 전체 공무원의 10%도 안 되고 여성의 지방의회 참여율이 기초자치단체장 0.4%(2명), 광역의원 9.2%(63명), 기초의원 2.2%(77명)에 불과한 것이 한국여성의 현주소다. 정상가족 중심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70%가 여성으로 여성 빈곤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우먼타임스는 호주제 폐지 후 우리사회가 그려가야 할 '새판'을 짜기 위해,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여성단체 대표들을 만나 여성운동의 새 목표를 듣는 기획인터뷰 'post 호주제 폐지-여성계 대표에게 듣는다'를 진행했다. 송년을 맞아 본지는 기획인터뷰에 참여한 여성계 대표들과 2005년을 정리하고 2006 여성운동의 새로운 아젠다를 논의하는 좌담회를 열고 다양한 여성문제의 해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우먼타임스 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박인혜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대표, 신숙희 우먼타임스 발행인,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가 참석했다.


ⓒ 우먼타임스

우타 : "'포스트 호주제 폐지-여성계 대표에게 듣는다' 기획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의식변화 이끌기'와 '가족정책변화'가 지적되었다.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곽배희 : "호주제 때문에 개정할 수 없었던 구체적인 법안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저출산, 보육, 아동, 여성노인 등 여성관련 문제가 보건복지부, 여성부 등으로 흩어져 하나의 논의의 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법, 제도 변화와 함께 바람직한 경제, 복지혜택을 누리는 주체가 실질적으로 여성이 될 수 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남윤인순 : "호주제 폐지 결정과 함께 가족개념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순차적으로 가족관련 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가족정책의 핵심 즉 어디에 포커스를 둘 것인가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여성의 빈곤화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가족정책이 수립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의식변화는 부양과 돌봄 노동을 사회화하는 가운데 가능할 것이다."

박인혜 :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정상가족 외에 다양한 가족을 인정해야 하는 것을 넘어 지금의 관계를 해체하고 새롭게 재구성하는 논의 단계까지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가족'을 사회 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봤다면 이제는 '꼭 결혼을 해야 하는가' '이혼은 무조건 나쁜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가족제도에 동참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시기다. 호주제 폐지는 이러한 논의의 장을 열어준 출발점이라고 본다."

이미경 : "총론에서 각론으로 넘어가 보면 성폭력 문제와 관련, 법·제도 변화에 비해 제도를 운용하는 담당자, 시민들의 의식변화는 너무나 더디다. 여전히 성폭력의 원인을 여성의 몸가짐, 옷차림으로 돌리고 있으며 피해자들에 대한 시선이 동정적인 선에 머물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치유를 통해 가질 수 있는 회복기간과 용기다. 앞으로 상담소는 일반인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쉬운 문화적인 활동을 통해 의식변화를 꾀할 예정이다."

ⓒ 우먼타임스
조현옥 : "지금까지 여성운동은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제도 정비에 주력해왔다. 호주제 폐지 결정을 기점으로 다른 문제에도 심혈을 기울일 때다. 특히 제도개선이 돼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놓여 있는 여성들과 관련한 문제에 여성계가 눈을 돌려야 한다."

우타 : "기획인터뷰에 참여한 여성계 대표들은 법, 제도변화는 앞서가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라는 점에 입을 모았다. 일상 속에서의 성평등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2006년, 여성계는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인가."

박인혜 : "전화연합은 개개인의 삶에 법이 적용되는 것을 과제로 삼고 미디어운동을 시작했다. 지역여성이 참여하는 성평등 방송문화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여성들이 방송모니터링 참여 기회를 통해 방송모니터링의 역량을 키우고 시청자 참여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사업이 무엇보다 가치관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것이다. 또한 가정폭력방지에 대한 연중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이미경 : "2006년에는 무엇보다 대중과 함께하는 활동을 활성화시키려한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자신의 피해경험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집단적 치유의 장을 마련하는 '생존자말하기대회'나 성폭력 위협으로 인해 밤길을 빼앗겨온 여성들의 안전한 밤길을 되찾기 위해 '달빛시위'를 벌이는 등의 사업을 확대시킬 계획이다."

남윤인순 : "지방분권화 흐름에 따라 삶의 중심공간이 지역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의 대안적이고 성평등한 삶의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한다. 각각의 지역사회에서 성평등 모델을 강화, 개발해서 확산시켜나가려는 활동을 준비 중이다."

곽배희 : "가정법률상담소는 호주제 폐지 결정과 함께 세세한 법안 수정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이 작업에는 '가족 내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가족정책 수립과 가족과 관련된 법개정안 논의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도 진행 중이다."

우타 :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계에도 정당 여성공천 비율 높이기, 지방 여성정치인 발굴 등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여성계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일고 있는가."

조현옥 : "사실 여성공천 비율에 대한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 민주노동당만이 2006년 지방선거 여성할당 20% 이상 실현 방침을 정했을 뿐 다른 정당은 아직 마련되고 있는 게 없다. 중요한 것은 당내 여성의원들의 활발한 움직임과 여성유권자들의 세력화다. 여세연도 지금까지 의정모니터활동, 여성정치교육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앞으로는 여성유권자가 재미있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 정치에 대한 개념을 확대, 변화시키려고 한다."

남윤인순 : "여세연, 여연 등 여성단체들은 지역 여성유권자들의 요구를 지역 정치에 적극 반영시키고, 여성의원 확대를 통해 평등하고 민주적인 지방의회를 만들고자 '생활자치·맑은정치 여성행동(이하 여성행동)'을 발족했다. 여성행동은 '돌봄정치'와'풀뿌리 생활자치의 확대' '지방자치의 정상화'를 위한 여성유권자 실천을 조직하고 지방의회 여성대표성 30% 확대를 위한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박인혜 : "전화연합에서는 선거에 출마하는 회원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한두 명을 대표모델로 해서 전력 지원을 할 생각이다."

곽배희 : "무조건 여성이면 찍어야 한다는 생각은 여성유권자들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여성유권자들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미경 : "여성행동 등과 연대해 단체 회원들에게 공지를 보내고 지방선거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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