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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네티즌, 브릭의 젊은 과학도들... 과학계의 절대 카리스마였던 황우석 교수팀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던 브릭의 젊은 과학도들. 대한민국은 황 교수팀의 논문 성과를 잃었지만, 과학의 미래를 열어갈 젊은 과학도들을 얻었다.

"이번 사태는 한국 과학계에는 타격이겠지만, 황우석 교수의 연구활동에 대한 오류를 속속 지적한 젊은 과학도들에게는 일종의 승리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황우석 사태'를 보도하면서 이렇게 평가했다. "황 교수를 실질적으로 쓰러뜨린 거의 모든 비판은 젊은 과학도들이 사용하고 있는 웹사이트에서 먼저 나왔다"며 브릭의 공을 치켜세웠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 일명 브릭(BRIC).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많은 과학 관련 웹사이트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던 브릭이 저물어가는 2005년, 국내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황우석 교수 논란의 한 복판에서 한국 과학계가 자체적인 검증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확인시키며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다.

브릭은 생물학 분야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보 및 정보분석도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과학재단과 포항공과대학교의 지원으로 지난 96년 1월에 설립됐다. 한 달 뒤면 10돌을 맞는다.

'애국주의'와 '국익론' 앞에서 한국 과학계가 무력하게 침묵을 지킬 때 그들은 달랐다. 지난 12월 4일 취재윤리 위반 논란에 휩싸이며 < PD수첩 >이 쓰러지자 '황우석 진실게임'은 황 교수의 승리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이름 없는 젊은 과학자들은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게 이상하다!", "이것도 이렇게 이상하다!"

딱 2주 걸렸다. 12월 15일 노성일 이사장의 '고백'과 다음날 황 교수의 회견으로 상황은 드라마틱하게 반전했다. 그들의 주장은 '소수'였지만, 이제 '다수'가 됐다. 한때 황 교수를 철석같이 믿었던 <사이언스>는 브릭의 한 회원과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과학자 양심 지키기 위해 외쳤을 뿐"

▲ '황우석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 10일 브릭에 올라온 과학도들의 주장글들. 젊은 과학도들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는 딱 2주 걸렸다.
사실 황우석 교수라는 '과학계의 거대권력'을 허무는 것이 그들의 목적은 아니었다. 합리적 토론과 객관적 반증으로 진실성이라는 '과학자의 양심'을 지키기 위한 자발적 외침이었을 뿐이다. 순수한 과학적 열정이 결과적으로 이러한 예기치 않은 성과를 낳은 것이다. 브릭 회원들이 여론의 따가운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진실을 찾기 위한 실증적 재검증에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브릭의 설립자로 지금은 고문역으로 한발 물러나 있는 남흥길 포항공대 교수는 "<오마이뉴스>가 올해의 네티즌으로 브릭을 선정했다"는 소식을 듣자 "감사하다"는 말로 짧게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남 교수는 언론의 과도한 조명으로 부담스러웠던 탓인지 곧장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그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언론이 '황우석 대 브릭'이라는 대립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결코 우리가 바라던 게 아니었다"면서 "자칫 중립성이 훼손될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토론이 가능하면서 과학적 논리적 근거로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흐뭇해했다. 그 자신이 이번 브릭 활동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과학도들의 과학적 열정을 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는 듯했다.

황 교수팀 논문과 관련한 논란이 수그러들면 이들 젊은 과학도들은 다시 실험실로 돌아갈 것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다시 실험실의 불을 밝히며 진리를 찾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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