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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청와대도 '황우석 쇼크'에 빠졌다.

어제(15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는 없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 뒤 대다수 청와대 참모들은 퇴근을 미룬 채 비상대기에 들어갔고, 필리핀을 국빈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도 관련내용을 보고받고 "좀 더 지켜보자"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은 새벽까지 긴박하게 움직였으며, 김병준 정책실장도 외부 인사들에게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는 16일 오전 수석·보좌관회의와 일일상황점검회의를 잇달아 열고 황우석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최인호 부대변인은 "일일상황점검회의에서는 '주의깊게 지켜보고 필요한 게 있으면 점검을 해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청와대도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박기영 보좌관-김병준 정책실장 책임론 대두

'황우석 사태'는 결국 청와대 책임론으로 번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책임론의 주요 타깃은 황 교수에 대한 지원정책을 주도해온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다.

박 보좌관은 15일 저녁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보도 이전에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며 "너무 엄청난 사실이라 뭐라고 말도 못하겠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 지난 5월 25일 서울 순화동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열린 황우석 교수 연구지원 종합대책 회의가 끝난 뒤 황우석 교수와 악수하며 활짝웃고 있는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왼쪽).
ⓒ 연합뉴스 한상균
황 교수가 '든든한 후원자'라고 평가해온 박 보좌관은 지난해 1월 청와대에 입성한 이래 ▲황우석 연구지원 모니터링 운영 ▲황우석 지적재산 관리팀 구성 ▲'황금박쥐' 모임 참여 ▲'최고과학자상' 신설 ▲지원금 확대(2004년 65억원→2005년 265억원) 등을 주도해왔다. 2004년 <사이언스>에 실린 황 교수 논문의 공동저자인 그는 '황우석 신화의 숨은 주역'으로 불리우기도 했다.

하지만 박 보좌관은 황 교수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적 의혹이 사실이 드러나자 언론과의 접촉을 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특히 MBC < PD수첩 >팀의 취재활동에 대한 편파적인 보고서를 전달해 노 대통령의 판단을 흐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은 박 보좌관의 사퇴를 주장해왔다.

민주노동당은 16일 성명을 통해 박 보좌관은 물론이고 김병준 정책실장의 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은 "박 보좌관과 김 실장은 황 교수와 함께 소위 '황금박쥐'라는 모임을 주도해 줄기세포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유도했음에도 정작 황 교수 논란이 불거지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도 "황 교수 연구의 윤리적 자문을 했다며 15명의 공저자 중 이름이 올라가 있는 박 보좌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조기에 신속히 조사하고 보고할 수 있었는데 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박 보좌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현재까지 "박 보좌관의 사퇴는 검토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박 보좌관은 16일 오전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긴급대책회의에 김병준 정책실장 등과 함께 참석했다.

이와 함께 김병준 정책실장에 대한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 교수에 대한 지원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쪽은 박 보좌관이 아니라 김 실장이라고 보고 있다.

김 실장은 박 보좌관과 황 교수,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등과 함께 한달에 한번씩 만나는 '황금박쥐' 모임의 멤버다. '황금박쥐' 모임은 박 보좌관이 청와대에 입성한 직후인 2004년 2월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권력내 네트워킹이 없었더라면 국가 차원의 황우석 지원 프로젝트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노 대통령 "2만달러시대의 희망" 극찬... '황우석 신화만들기'에 일조

'황우석 신화 만들기'에 일조해온 노 대통령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는 황 교수가 광우병에 안걸리는 소와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할 수 있는 돼지를 만드는 데 성공하자 "기술이 아니라 마술"이라며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극찬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6월 황 교수팀 11명에게 과학기술 최고훈장을 수여하면서 "세계 일류의 믿음을 줬다"고 추겨세웠다. 이에 황 교수도 "대통령이 평소에 과학도에 베푸는 애정과 성원이 가슴에 와 닿는다"며 "노벨상 수상자 20명의 첫 페이지를 여는 대통령으로서 2015년 사회 교과서에 당당히 기록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또 노 대통령은 지난 10월 19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세계줄기세포허브' 개소식에 참석해 "이 시기에 제가 대통령 자리에 앉아서 여러분과 이 일을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척 큰 행운"이라며 "옛날에는 제가 별로 도움이 안됐지만 지금은 좀 돕고 있고 앞으로 확실히 밀겠다"고 황우석 지원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게다가 노 대통령은 이날 미리 준비해온 원고내용과는 상당히 다르게 "생명윤리에 관한 여러가지 논란이 훌륭한 과학적 연구와 진보를 가로막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하며 거듭 지원의사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와 필리핀 국빈방문을 마치고 16일 저녁 귀국한다. 그는 다시 불거진 2002년 대선자금문제와 함께 황 교수의 연구진위 논란으로 힘겨운 연말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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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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