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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가짜 줄기세포'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황우석 지지그룹'의 면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 저자로 올라있는 사람은 모두 33명. 이들 중 황 교수를 비롯해 이병천·강성근(서울대 수의대) 교수와 문신용·안규리 교수(서울대 의대), 박종혁·김선종 박사(미즈메디 병원)가 두 논문 모두에 이름을 올린 핵심 인물이다.

줄기세포 논란이 가열되면서 일부는 본의 아니게 이름이 오르내려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이른바 '황우석 사단'으로 불리는 핵심 측근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병천, 강성근은 황 교수의 오른팔, 왼팔

▲ 이병천(오른쪽)·강성근 교수가 지난 6일 오전 인터넷 카페 '아이러브 황우석' 회원들로부터 무궁화와 장미꽃을 받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황우석 사단'의 핵심은 서울대 수의학과 이병천 교수와 강성근 교수. 두 사람은 각각 황 교수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린다. 두 사람은 청주신흥고-서울대 수의대를 같이 졸업한 동문이다. 이 교수가 강 교수보다 5년 선배다.

이 교수는 1987년 서울대 수의학과 졸업과 동시에 황 교수팀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대학 4학년 때 갓 부임한 황 교수 강의를 들으며 인연을 맺기 시작한 이 교수는 명실상부한 황 교수의 수제자. 평소 "선생님(황 교수)을 만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연구팀 동료들은 '리틀 황'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는 93년 국내 최초 시험관 송아지를 시작으로 황 교수가 '한국 최초의 복제송아지'라고 발표한 영롱이 연구에도 깊이 관여했다. 이 교수는 황 교수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후에는 황 교수팀의 '기획조정실장' 역할을 해왔는데, 가장 오랫동안 황 교수를 보필해온 터라 그동안 연구의 허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만한 인물이다.

강 교수는 2002년부터 황 교수팀에 합류해 줄기세포연구 분야를 담당했다.

강 교수는 DNA의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는 이른바 '녹아웃 기법'으로 황 교수의 신임을 받았는데, 2003년 세계 처음으로 광우병 내성 소와 장기이식용 무균돼지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했다. 지난 5월 영국 런던의 <사이언스> 논문 발표 기자회견 당시 강 교수가 황 교수를 보좌하는 동안 이병천 교수는 서울에서 연구진을 챙기는 등 두 사람은 '찰떡 공조'를 과시해왔다.

그러나 미 피츠버그대학에 파견된 김선종 연구원은 강 교수를 황 교수와 함께 논문 데이터 조작을 지시한 인물로 지목했다. 강 교수는 '줄기세포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 PD 수첩 >에 맞서 이론적 반박을 펴는 등 황 교수팀의 '방패'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 들어 말문을 닫았다.

줄기세포팀장 권대기, 줄기세포 사진찍은 김선종도 핵심

황 교수팀의 모든 줄기세포를 분석하고 반출하는 일을 맡았던 권대기 줄기세포연구팀장도 사건의 내막을 소상히 알고있는 인물이다.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그는 '만 27세의 대학원생'으로만 알려져 있다.

6개월 이상 황 교수를 취재해온 < PD수첩 >도 권 팀장을 별도로 접촉하지 못했고, 지난 10월 31일 황 교수팀을 인터뷰할 때도 그는 인터뷰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2004년 2월 25일자 기사를 통해 이른 아침 서울대 수의대에서 가락동 도축장으로 가축들의 난소를 채취하러 가는 그의 모습을 묘사한 바 있다.

한양대 출신의 김선종 연구원은 지난 9월 박사후과정(포스트닥) 자격으로 피츠버그대학의 섀튼 교수팀에 파견될 때까지 <사이언스>에 제출한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사진을 직접 찍은 사람이다.

김 연구원은 10월 20일 < PD수첩 >팀에 '중대증언'을 해놓고도 YTN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는 바람에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는 < PD수첩 > 인터뷰에서 "나는 힘이 없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지만, 앞으로 어떤 얘기를 할 지 주목된다.

황 교수 '주치의' 안규리 교수... 환자 체세포 채취

▲ 12일 낮 서울대학교 수의대 황우석 교수 연구실에서 안규리 교수가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는 황 교수가 "앞으로 줄기세포의 연구 방향을 쥐고 흔들 인물"이라고 극찬했던 인물이다. 3년 전부터 황 교수팀에 합류한 그는 2005년 논문에 사용될 환자의 체세포 채취 작업을 맡았다.

학계에서 '수의대 출신'의 한계를 안고 있는 황 교수가 "배아 줄기세포가 환자들의 임상 실험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안 교수에게 접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안 교수가 줄기세포와 관련된 데이터 조작 여부를 최근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심상치 않은 사태 전개를 직감한 김형태 변호사가 지난 11월 29일 "이쯤에서 황 교수와 선을 긋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지만, 안 교수는 이를 듣지 않았다. 안 교수는 12월 초 피츠버그대 연구원들의 '반박 인터뷰' 당시 YTN 기자와 함께 미국을 다녀왔다. 제럴드 섀튼 교수의 '황우석 논문 300% 확신' 발언을 <조선일보> 기자에게 알려줘 결과적으로 대형 오보를 만들어낸 사람도 안 교수다.

작년 10월 작고한 과학계의 거목 안동혁 박사는 딸에게 과학자로 성공하라는 뜻으로 프랑스 과학자 마리 퀴리의 성을 딴 이름을 줬지만, 안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그 동안의 명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한국 IT·BT 10년 앞을 내다보는 '황금박쥐'

황 교수의 말만 듣고 그를 적극 지원해온 정부인사들도 비판 여론에 시달릴 전망이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그들이다.

2004년 12월 1일자 <매일경제>는 이들을 황 교수와 묶어 '한국 IT·BT 10년 앞을 내다보는 모임 황금박쥐'라고 소개했다. 황 교수의 '황', 김 실장의 '금', 박 보좌관의 '박'에 진 장관의 성씨 발음과 비슷한 '쥐'를 모은 것. '황금박쥐' 모임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반영된 사례도 있다. 배아복제 금지논란을 벌인 유엔에 대표단을 파견하자는 것과 황 교수가 '척추병원' 구상을 밝힌 것도 이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박 보좌관은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공동저자이기도 한데, 어떤 역할을 했는 지가 불분명하다. 박 보좌관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에게 "< PD수첩 >이 취재 과정에서 연구원들을 위압하고 협박해 연구원들이 고통과 불안에 시달린다"며 황 교수팀에 편향된 보고를 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문책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도 황 교수의 '강력한' 후견인 중 한 사람이다. 올해 국가예산 중 256억원을 황 교수팀에 지원한 것도 오 장관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오 장관은 황 교수팀을 위한 의·생명연구 공학동 건립과 '황우석 노벨상추진위원회' 준비에도 나서고 있다.

오 장관은 지난 8일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황 교수를 직접 위로하기도 했는데 "제3자가 <사이언스>에 실린 세계적인 대학자의 논문 검증에 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6일 YTN 인터뷰), "더 이상 논문 검증을 거론하지 말자"(8일) 등의 발언으로 본질을 흐렸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사건의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그에 대한 지원을 주도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왼쪽부터).
ⓒ 자료사진
정치권 마당발... 폭넓은 교류, 두터운 인맥

황 교수가 주요 정·관계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점도 관심사다. 황 교수는 올해 1월 3일, 서울 동교동 자택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인사를 갔다.

국민의 정부 당시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두뇌한국'(BK21) 사업으로 선정받아 연구의 발판을 마련한데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김 전 대통령이 황 교수가 99년 영롱이 탄생 직후 선보였던 복제한우 '진이'의 이름을 직접 지어준 일화도 유명하다.

지난 99년 교육부 장관 재임 당시 BK21사업을 기획, 추진했던 이해찬 국무총리도 황 교수와 20년지기. 충청권 출신의 두 사람은 서울대 72학번 동기로서 황 교수는 지난 2월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연구 성과가 나왔을 때 먼저 이 총리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황 교수는 서울대 문리대 72학번 모임인 '마당'에도 참석하며 친분을 쌓았는데, 마당 회원에는 이 총리를 비롯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박우섭 인천남구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황 교수와 정 장관은 지난 96년 정 장관이 15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한 뒤 '노벨상후원회'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대병원으로 황 교수 병문안을 갔다.

황 교수의 정치권 인맥은 여야를 뛰어넘는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황 교수의 사이는 이 총리, 정 장관에 비할 바는 아니자만 박 대표가 지난해 4월 황 교수 후원회 발족식에 참석한 이후 교류를 계속 해오고 있다. 황 교수는 지난해 12월 박 대표의 동생 지만씨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황 교수가 대전고 출신인 탓에 충청권 정치인들과 인연도 깊다. 학창시절부터 친분을 쌓은 심대평 충남지사가 대표적. 심 지사는 지난 8일 황 교수팀 실험용 돼지를 생산하고 있는 홍성 양돈농장을 방문, 황 교수의 조속한 쾌유를 빌기도 했다.

▲ 황우석 교수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정치인들과 가깝게 교류하고 있다. 황 교수와 친분이 두터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심대평 충남도지사.(왼쪽부터)
ⓒ 자료사진
언론자문과 법률대응 맡은 비공식 그룹까지

황 교수팀에는 공식적 활동을 하는 조직 말고도 '비공식조직'이 있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공식적인 직함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연구팀에서 대 언론관계와 홍보, 법률대응 등에서 자문을 하거나 관련 업무를 주도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내일신문> 홍보실장과 YTN 전 기획조정실장 출신으로 황 교수의 언론홍보 자문역이자 '아이러브 황우석' 팬카페 운영을 맡은 윤태일 리더스미디어 사장, 황 교수 연구팀의 윤리문제 등 법률대응을 비공식으로 자문한 한희원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국장, 외신 보도자료 작성을 도와준 김성희 <시카고트리뷴> 한국 특파원 등도 이번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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