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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휩싸인 박물관 밖 풍광이 아름답다. 대한민국 보물 제1호를 국립광주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으리라.
ⓒ 한석종

▲ 광주의 상징이며 관문인 무지개 다리. 이곳을 거점으로 중외문화벨트가 펼쳐진다.
ⓒ 한석종
남도지방에 요즘같이 함박눈이 쉼 없이 내리는 날에 박물관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표를 끊고 내부 유물을 관람하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 사람은 극히 극소수일 것이다.

새벽부터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인 눈을 쓸어 놓고서 손님 맞을 준비로 부산을 떤 지 오래건만 사람 인기척 하나 없어 박물관은 산사처럼 고요하고 적막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담장 하나 사이를 두고 박물관 밖은 그야말로 생동감이 넘쳐난다.

서로 시린 손을 어루만지며 정겹게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들, 아스라이 지난 추억의 한 갈피를 더듬으며 고요히 사색에 잠겨있는 어느 중년의 여인, 학교를 몰래 빠져나와 삼삼오오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며 눈싸움에 여념이 없는 여학생들 그리고 길이 아닌 곳을 막무가내로 헤집고 돌아다니며 신이 난 아이들로 아연 생기가 돈다.

왜일까? 이렇게 함박눈이 두툼한 이불처럼 쌓인 날은 박물관 내부보다 밖이 더욱 더 값지고 빛나는 보물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함박눈은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값지고 빛나보이게 만드는 신기를 부린다. 그 신기로 인하여 사람들은 이렇게 아우성을 치며 매료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함박눈이 수북이 쌓인 날은 다짜고짜 박물관으로 간다. 시원하게 확 트인 박물관 밖 곳곳에 펼쳐진 온갖 형상을 한 아름답고 빛나는 보물들을 감상하러 가는 것이다. 특히 국립광주박물관은 서설로 휩싸이는 이맘때의 정취와 풍광이 그야말로 백미 중 백미로 꼽힌다.

함박눈과 제일 잘 어울리는 것은 소나무요, 역시 우리 한옥이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이 두 요소를 모두 담고 있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또 주변 중외공원과 어린이공원, 문화예술회관, 광주민속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중외문화벨트가 이어져 있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공원으로 둘러싸여 서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 이렇게 함박눈 내린 날은 박물관 안은 텅빈 산사처럼 적막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 한석종
또 국립광주박물관은 여느 다른 박물관의 건축 형태와는 달리 우리나라 고유 한옥지붕 형태로 디자인되어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이렇게 서설이 휩싸이는 날이면 아무 말 없이 자연 속으로 흡수되고 만다.

광주광역시 북구 매곡동 산83-3 번지에 위치한 국립광주박물관은 대지 면적 8만5520㎡, 건물 6180㎡의 규모에 지하 4층, 지상 2층으로 1978년 11월 28일에 개관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선사시대에서 오늘날까지 호남지방의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선사문화유물, 영산강 유역의 독무덤(옹관묘)과 석실고분출토 유물,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의 불교미술과 일반 공예품,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도자기와 화학 등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또 신안 해저에서 인양된 중국 송·원대 유물이 특별 전시되고 있으며 도자기와 토기를 위주로 하여 총 1만 6149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그동안 광주박물관에서 발굴한 유물이나 원 소재지에서 보존하기 어려워 이곳으로 온 유물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박물관 안의 전시 유물들이 문화사에서 아무리 귀중하고 가치있다 할지라도 함박눈이 쉼 없이 내리는 요즈음은 뒷전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국립광주박물관 앞마당에 서노라면 저절로 대한민국 보물 제1호는 서설에 휩싸인 '국립광주박물관의 설경'이라는 것을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박물관 담장 너머로 들여다 본 국립광주박물관. 눈오는 날에는 박물관 안보다 밖에 값진 보물들이 많다.
ⓒ 한석종

▲ 박물관 앞마당 나뭇가지마다 빛나는 '함박눈'
ⓒ 한석종

▲ 함박눈은 박물관 밖 주차장의 승용차도 자연의 한 가족으로 편입시켜 놓았다.
ⓒ 한석종

▲ 박물관 입구에 한점 한점 일렬로 전시된 국보급 "함박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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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안은 산사처럼 적막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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