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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5번과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 1번을 비교한 사진.
ⓒ 디시인사이드

황우석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만든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5번이 미즈메디 병원에서 2000년 만든 수정란줄기세포 1번과 동일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과 브릭(생물학연구정보센터, BRIC)의 일부 회원들은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 부록에 있는 줄기세포 5번 사진과 미즈메디병원 연구팀이 최근 미국 학술지 <생식생물학>(Biology Of Reproduction)에 실은 논문의 수정란 줄기세포 1번 사진과 사실상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육안으로 봐도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 1번(Miz-hES1의 TRA-1-81)을 좌우로 약간 압축할 경우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5번(NT-hESC-5의 TRA-1-60) 사진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의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 1번은 불임치료 후 5년이 지난 잉여 수정란으로, 2000년에 만들어졌으며 이듬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등록됐다.

<생식생물학>에 발표된 이 수정란 줄기세포의 사진과 <사이언스>에 실린 배아줄기세포 사진이 동일하다면 황 교수팀은 미즈메디 병원이 5년 전 만든 수정란 줄기세포를 새로 개발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라고 <사이언스>에 보고한 셈이다.

5년 전 수정란 줄기세포 사진 압축했더니...

"수정란 줄기세포는 또 뭐야?"
NT와 IVF, 뭐가 어떻게 다른가

핵치환 배아줄기세포(NT embryonic stem cell)와 잉여 수정란 배아줄기세포(IVF stem cell)는 탄생과정부터 다르다.

핵치환 배아줄기세포는 난자 내의 핵을 제거한 뒤 이 자리에 복제된 체세포의 핵을 넣고 발생을 유도해서 얻어내는 방식이다. 반면, 잉여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탄생한 수정란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잉여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는 주로 불임환자를 치료한 뒤 남은 수정란을 이용, 연구에 활용한다. 따라서 끊임없는 윤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미즈메디병원은 불임시술, 시험관 아기, 인공수정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여성전문병원으로 냉동된 잉여 수정란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팀은 수정란이 아닌 단일세포 핵치환(SCNT : Single Cell Nuclear Transfer)이라는 방법을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내고 환자 맞춤형으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인간의 초기개체로 인식되고 있는 수정란이 아니라 난자와 체세포를 활용해 배아줄기세포를 얻어낸다는 점에서 수정란 배아줄기세포와 뚜렷히 대별되는 성과다.

하지만 핵치환 배아줄기세포도 윤리논란을 비켜가지 못했다. 황 교수 연구팀의 경우 부적절한 난자채취 과정이 드러나면서 연구윤리, 생명윤리를 어겼다는 비판을 거세게 받았다.
미즈메디 병원은 지난 10월 19일자 <생식생물학>에 'Defined Feeder-Free Culture System of Human Embryonic Stem Cells'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는 천선혜(미즈메디 병원 연구원, 서울대 생명과학대 박사과정)씨와 피츠버그대학에 파견된 김선종 연구원,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교신저자) 등 6명이다.

이 중 김 연구원과 노 이사장은 2005년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도 공동저자로 올라있다. 미즈메디 연구팀의 논문이 제출된 시점은 지난 8월 23일로, 김 연구원은 이 논문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 뒤 9월에 피츠버그대로 파견됐다.

이에 대해 논문의 공동저자인 노성일 이사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답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15일 오전 10시경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황 교수를 방문해 약 40분 동안 얘기를 나눈 뒤 병원을 나섰다.

한편 브릭 회원 등 국내외 네티즌들은 이미 "2005년 <사이언스> 논문부록에 실린 황 교수의 줄기세포주 3-4-7-8-9-11번 사진과 5-6-10번 사진은 각각 하나의 줄기세포를 촬영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또 <중앙일보> 11월 28일자에 따르면, 김선종 연구원은 한학수 MBC < PD수첩> PD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한 PD가 찾아오셔서 '황 교수 연구원 중 하나가 줄기세포를 비밀리에 반출해 감정해본 결과 미즈메디의 줄기세포주 4번과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언급했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같은 정황은 결과적으로 황 교수 줄기세포의 출처가 미즈메디 병원이 아니었냐는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MBC 관계자는 15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 PD수첩 >이 제기해온 의혹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 PD수첩 > 제작진이 이미 만든 2탄을 방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선혜' 네티즌 "사진이 섞여 있었다" 해명
"논문은 철회... 김선종 연구원에 누 끼쳐 죄송"

인터넷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과학갤러리에 문제의 사진이 올라오자 자신을 논문의 제1저자 '천선혜'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브릭'(생물학연구정보센터) 게시판에 해명성 답글을 달았다. 그러나 이 네티즌이 논문의 저자와 동일한 사람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죄송하다. 김선종 연구원은 내가 정리한 사진만을 보셨고 논문에 좋은 의견들을 제시해줘서 공동저자가 됐다. 이 어려운 시기에 이런 실수로 인해 아무 것도 모르는 (노성일) 이사장과 김 연구원에게 누를 끼쳐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ES 모양이 비슷해서 내가 열심히 본다고는 했는데 아무래도 폴더 관리가 제대로 안돼 크나큰 실수를 한 거 같다. 좋은 사진을 고르다 보니 공교롭게도 사진이 섞여서 잘못된 것 같다"며 "논문은 이미 철회했다"고 해명했다.

다음은 '천선혜'라고 밝힌 네티즌이 올린 해명 글 전문이다.

죄송합니다. 제는 BOR논문에 제 1저자인 천선혜입니다. 제가 이번 BOR 논문을 준비하면서 ES cell staining 사진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진을 여러 장 찍어서 비교해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ES 모양이 비슷해서 제가 열심히 본다고는 했는데 아무래도 폴더 관리가 제대로 안돼 공교롭게도 사진이 섞여서 크나큰 실수를 한 거 같습니다.

김선종 연구원님은 제가 정리한 사진만을 보셨고 논문에 대한 좋은 의견들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제 논문에 공동 저자가 된 것입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이런 실수로 인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사장님하고 김선종 연구원님께 누를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논문은 이미 withdraw(철회)를 한 상태입니다. 사진에 대한 재작업을 해서 정확한 data를 가지고 다시 submission(제안)할 계획입니다. 좀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서 사죄합니다. 제 실수로 인해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그리고 저 때문에 피해를 보신 선생님들하고 여러 과학자 분들에게도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제 자신의 실수로 더 이상 다른 분들이 피해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NT cell(핵치환 세포)하고 저희 cell(수정란 세포)하고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며, 제 폴더에 사진이 섞여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사진인 줄 알고 사진 작업을 해서 스케일바(scale bar)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SSEA3, 4에 대한 염색은 제가 4well dish에 염색을 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위치로 dish를 움직이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디카로 찍을 경우 제가 따로 라벨을 하기가 힘들어서 그 때 제가 사진 number에 대한 각각에 대한 이름을 잘못 기억해서 벌어진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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