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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아메리카나'의 퇴조가 역력하다.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챔피언십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자신만만하게 이라크를 침공했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제는 '승리를 위한 전략'이라는 명분을 대면서 사실상의 철군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곳 동북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전반적인 약화와 함께 동북아에서도 60년 정도 유지되어 온 미국의 지역패권이 동반 쇠락하고 있다.

오랫동안 권좌를 차지하던 챔피언이 노쇠해지면, 그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자들이 일어서는 법이다. 지금 동북아에서도 챔피언 미국에 대해 역심(逆心)을 품은 국가들이 서서히 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동북아 국가들이 의도하는 바는 미국의 현존 지역패권에 도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포스트 미국' 시대의 차세대 동북아패권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차세대 동북아패권에 도전하는 방법이 각 국마다 다르다.

소위 북핵위기로 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는 북한은 현존 패권국가인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으로 자국의 목표인 한반도통일과 차세대 동북아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래로 미국에 대해서만큼은 자신감이 있다'는 우월감을 바탕으로 챔피언 미국을 양자대결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통해 자국의 역내(域內)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그에 비해, 중국·일본 양국은 현존 패권국가인 미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미국의 세계전략(특히 대테러전쟁)에 적절히 편승하면서, 잠재적 패권국가인 상대방의 '발호'를 억누르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중·일 양국은 '차세대 동북아패권은 중·일 양국 중 한 나라가 차지할 것'이라는 계산 하에 상대방의 기선을 일찌감치 제압해 두겠다는 속내를 갖고 있다.

북한처럼 직접적으로 현존 챔피언을 공략함으로써 차세대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도 있고, 중·일 양국처럼 라이벌의 기선을 미리 제압함으로써 차세대 패권을 추구하는 나라도 있다.

반면 민족공조와 한미공조 사이에서 다소 갈팡질팡하는 한국은 차세대 패권은 아직 꿈도 꾸지 못하고 있으며 대만은 중국과의 양안문제에 매몰되어 동북아나 동아시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여유가 없는 처지다. 또 다른 동북아국가인 몽골은 차세대 패권과는 아예 인연이 없어 보이는 나라다.

이렇게 역내 주요 국가들이 차세대 패권을 추구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동북아에서 벌어지는 대결의 구도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동북아 패권경쟁에 관한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이 꼭 차세대 패권국가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가 차세대 국제질서에서 더 이상 남의 '종살이' 신세로 전락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북아 패권경쟁의 한 축인 소위 북핵위기에 관하여는 국내외 언론을 통해 상당히 많이 보도되었고 일반 독자들도 그에 관해 웬만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동북아 패권경쟁의 또 다른 한 축인 중·일 패권경쟁에 관하여는 한국사회 일반의 지식이 그리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그것은 우리가 그동안 '우리와 중국의 문제' 혹은 '우리와 일본의 문제'에만 매몰된 나머지, '중국과 일본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3자의 시각을 가질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중·일 패권경쟁이 달아오른다>라는 이 연재기사에서는 중·일 간 패권경쟁의 역사적 배경과 현황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연재기사에서는 중·일 양국이 언제부터 본격적인 패권경쟁을 하게 되었으며, 대체 무슨 쟁점을 놓고 치열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지 살펴본다.

앞으로 수개월 간 연재될 이 코너에서는 (1)중·일 패권경쟁의 역사적 배경이라는 총론에 이어, 각론으로 (2)중·일 간의 과거사 문제, (3)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 (4)일본의 양안문제 개입, (5)일본 역사교과서 문제, (6)동지나해 에너지문제, (7)중·일 간 영토분쟁을 다룬다. 연재 기사가 나가는 중에 독자들이 별도의 쟁점을 다루어 줄 것을 제안한다면 상황에 따라 반영할 생각이다.

앞으로 기사에서 언급하겠지만 중·일 양국은 상대방을 반드시 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있다. 과거의 앙금 때문이기도 하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차세대 동북아패권을 위한 노정에서 상대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과거의 앙금을 언급했지만, 근대사에서 중국을 '제대로' 침탈한 나라는 아무래도 일본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흔히 아편전쟁 이후로 영국·프랑스가 중국에 수모를 안겨 준 것으로 알고 있지만(물론 그런 견해는 맞는 것이지만), 19세기말에 뒤늦게 후발주자로 등장해 영국·프랑스·미국·독일을 제치고 중국을 '마음껏' 유린한 나라는 바로 일본이었다.

그러므로 적어도 중국으로서는, 일본이라는 나라는 언젠가 한번은 반드시 손을 봐야 할 나라인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그처럼 단단히 각오하고 나서는 중국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소위 북핵위기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간에, 중·일 양국은 그들만의 치열한 경쟁을 위해 전력투구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쓸 연재 기사에서 양국의 차세대 패권경쟁에 관한 흥미 있는 논의가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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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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