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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개방 국회비준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가 사망한 고 전용철씨 빈소에 29일 저녁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조화가 도착했지만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들이 빈소밖에 세워놓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고 전용철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해 정치권이 처음 입을 열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9일 오후 각각 논평을 내고 "전씨 사망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새벽 전씨가 사망한지 닷새나 지난 후다.

하지만 정치권은 책임을 정부에 미룰 뿐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에 나설 뜻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지만, 거대 정당들은 애써 외면하는 중이다. 여야의 진상규명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소모적 갈등 부풀려져서는 안돼"

열린우리당은 29일 전병헌 대변인의 공식 논평을 통해 "고 전용철씨 사망사건에 대한 정부당국의 철저하고 엄정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경찰은 이번 사건의 당사자로서 한점 의혹 없는 조사를 통해 고 전용철씨의 죽음에 대한 소모적 갈등이 부풀려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누구든지 납득할 수 있는 공신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철저하고 단호한 진상 조사를 통해 한점 의혹 없이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전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고 전용철씨의 사망이 헛되지 않도록 (쌀협상으로) 유예 받은 향후 10년 동안 합리적인 농민과 농업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김성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전씨 사망 사건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될 불행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대변인은 "전씨 사건은 없었던 일로 할 수도, 덮고 넘어 갈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며 "농민의 죽음이 과잉진압과 연관 있는지 여부는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보다는 좀 더 적극적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당사자인 경찰이 아닌 공신력 있는 의료진에 의한 철저한 공개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김 부대변인은 "공신력 있는 의료진에 의해 농민 측과 경찰 측이 다 승복 할 수 있는 공개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며 "확인 후 혹시나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사과와 보상 등 정부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근본적인 농어촌 대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치권이 상당한 책임감 느껴야"

▲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은 또 민주노동당이 요구하고 있는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오전 원내대표단-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에서 "심상정 민노당 원내수석부대표로부터 농민 시위 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국회 진상조사단을 만들자는 제의가 있었다"며 "(전씨 죽음이) 혹여나 억울한 죽음이 돼선 안되겠다는 생각인데 사건의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당내에서도 논의하고 국회차원의 대책이 필요한지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수석부대표는 또 "우리가 예단해서 지금 단계에서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과잉진압 등으로 인해 희생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며 "정치권이 상당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거대 양당의 목소리는 되레 농민단체의 반발만 키우고 있다. '고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30일자 논평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고 전용철 농민의 죽음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망발을 서슴치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범대위는 전씨 사망 의혹에 대한 농민단체의 진상규명 주장을 '소모적 갈등'이라고 표현한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반발했다. 또 농민단체가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는 전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서도 "오만방자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책임자 처벌과 서울청 1기동대 해체 등 요구를 "동네애들이 싸우다보면 얻어맞고 올 수도 있다"며 거부한 임태희 한나라당 수석부대표의 사적 발언에 대해서도 범대위는 '망발'이라고 맹비난했다.

박근혜 대표 조화 쫓겨나기도

이처럼 정치권이 사건 발생 닷새 후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지만, 전농 등 농민단체와 범대위는 정치권의 '진정성'에 강한 의심을 품고 있다. 이런 탓인지 29일 밤 뒤늦게 전씨 빈소에 도착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조화는 자리를 잡지도 못하고 쫓겨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범대위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고인에 대한 어떤 조문도 원치 않는다"며 "두 당은 전용철 농민 살해를 교사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당을 해체하기 전에는 조문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범대위는 30일 낮 1시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또 이날 낮 2시에는 강기갑(민주노동당), 최규성(열린우리당), 김영덕(한나라당), 김낙성(자민련) 의원 등이 전씨 빈소를 조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범대위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조문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상황이라 이들은 빈소에 들어갈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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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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