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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로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의식불명 상태에 있던 피해자 김씨는 약 열흘만에 깨어나긴 했으나 아직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 이소희

자신이 운전하던 오토바이가 미군이 몰던 군용 승합차와 충돌, 초진 전치 12주의 큰 부상을 입은 40대 주부가 보험 처리가 안돼 치료비 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새벽 6시20분경 경북 포항시 북구 동빈동 환아케이드 앞 사거리에서 주한미군 J(20) 일병이 몰던 캠프 무적(포항 남구 오천읍 소재) 소속 스타렉스 승합차량과 김모(47·포항 북구 대신동)씨의 오토바이가 충돌했다.

이로 인해 오토바이 운전자 김씨가 머리를 크게 다치면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을 뿐 아니라 갈비뼈, 허리등뼈, 아래턱뼈가 부러지는 등 초진 12주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사고 당시 오토바이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심하게 부딪힌 뒤 몇 미터를 끌려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씨는 포항선린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경위

사건을 맡은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편도 2차로에서 1차로를 주행중이던 미군 차량 우측 앞범퍼 모서리 부분으로 오토바이 좌측 뒷바퀴 부분을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교차로에서 양측 모두 직진하고 있던 상황에서 어느 쪽이 신호 위반을 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미군 J일병은 경찰 진술에서 신호위반 사실을 부인하고, 다만 과속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도로는 속도 제한 40km 구간으로, 현장에 남은 스키드 마크와 차량 파손 정도가 심했던 점으로 보아 제한 속도를 상당히 초과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28일 미군당국의 협조 아래 오후 1시반부터 약 2시간 반동안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이날 조사에는 사고발생 원인을 보다 정확히 규명코자 경찰의 감정 요청으로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측에서 나와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벌였고, 이후 실측 자료를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 조사 등을 통해 이번 주말쯤 종합 분석 결과를 내올 예정이다.

사고가 발생하자 듀에인 디 티슨(Gen. Duane D. Thiessen) 주한미해병대사령관(소장)과 헌병대장 등 군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다녀갔다. 이들은 중환자실에 있는 김씨 가족을 방문해 위로금 500만원을 건네고 사고와 관련된 치료비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주한미해병대사령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경찰과 협조해 철저한 사고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에는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 직접 병원을 방문했다. 사망사고도 아닌 일반 상해사건에 주한미군사령관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 위로를 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 해병대측도 사고 다음날 방문해 100만원의 위로금을 전했다.

미군측, 사고 직후 치료비 전액 보상 약속 뒤집어

문제는 이날 사고가 공무중에 일어난 사고이고 미 군용차량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보니 당장 치료비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미군측은 사고 직후 치료비 전액 보상을 약속했지만, 며칠 후 현행법상 전액 보상은 어렵고 한달에 한번 법무부 국가배상심의회를 통해 치료비 청구를 하면 신청액의 절반을 선지급하는 형태로 하겠다며 소극적으로 나왔다.

지난 4월 동두천에서 미군용차와 추돌, 오토바이 운전자 김모(34)씨와 그의 아들이 중상을 입고 입원 중인 사건과 관련해 국가배상법에 따라 매달 청구한 치료비의 절반을 선지급하고 있는 선례에 따른 것이다.

공무중 미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경우 국가배상 절차에 따라 손해배상을 신청해 지급받을 수 있는데, 현행 국가배상법에서는 치료비의 경우 최대 배상액의 1/2까지 선지급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피해가족 측에서 강하게 반발하자 치료비의 80%를 의료보험공단에서, 그리고 나머지 20%를 국가배상심의회에 청구하면 그 절반을 지급하고, 나머지 10%는 모든 치료가 끝나고 전체 배상금 산정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나머지 10%에 대해서는 피해자측에서 전체 배상금 수령시 우선 지급한다는 각서를 써낸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미군 차량은 무보험+공무중... 피해자 치료비 문제 복잡해져

한미 관계당국에서는 무엇보다 현재 사건 수사가 진행중이고 피해자 과실 정도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치료비를 전액 선지급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선지급된 치료비 액수가 과실 상계한 전체 배상금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하지만 피해자측에서는 만일 보험 처리만 되었더라면 아무리 피해자 과실이 크다 해도 치료비는 전액 지불 보증이 된다는 점에서, 현행법상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최소한 치료비만큼은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보험 차량임에도 가해 미군에 대해 형사상 가중 처벌을 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내국인이라면 무보험 차량으로 이같은 중상해를 입힌 경우 현장 구속도 가능하다. 하지만 미군의 공무중 사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재판권조차 행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손해배상도 우선 한국정부가 배상금을 지급한 뒤 미군당국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식이다.

앞으로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없게 하자면, 무엇보다 미 군용차량이라도 종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SOFA상 미 군용차량은 보험에 가입해야 할 의무가 없다.

반면에 한국군의 경우 기본적으로 운행 빈도가 많은 군용차량은 종합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일부 보험 미가입 전투용차량이라 할지라도 훈련 및 작전시에 한해 단기보험에 가입토록 제도화하고 있다.

4월 동두천 사고도 '닮은 꼴'

▲ 횡단보도 인근 경계석 부근에 남아있던 피해자 김씨의 혈흔.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는 며칠이 지난 뒤에도 선명히 남아있었다.
ⓒ이소희
2005년 4월 11일 오후 3시경 경기도 동두천시 지행동 동두천 교육청 앞 사거리에서 미2사단 소속 다이어트라 하사가 운전하던 군용 봉고차가 신호를 위반해 오토바이와 충돌, 오토바이 운전자 김모(34)씨와 함께 타고 있던 김씨의 두살 난 아들이 20여m를 튕겨져 나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피해 모자(母子) 영구 장해 입어

김씨의 경우 머리를 바닥에 크게 부딪히면서 뒤통수에서부터 오른쪽 눈 부위까지 25cm 가량 두개골이 보일 정도로 크게 찢어지고, 뇌출혈, 뇌간출혈에 두 다리 골절, 오른쪽 안구가 튀어나오는 등의 큰 부상으로 사고 당일만 해도 생명이 위독하다고 할 지경이었다.

김씨는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언제 깨어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약 6주 만인 지난 5월 21일, 의식을 되찾으면서 큰 고비를 넘긴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적능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보행이 불안정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오른쪽 눈의 경우 일부 시신경이 끊어져 사물이 겹쳐 보이는 등 영구 장애를 안게 됐다.

김씨의 아들은 찰과상, 타박상 외에 약간의 뇌출혈과 뇌진탕을 입었다. 목격자의 말에 의하면, 사고 당시 김씨가 본능적으로 아들을 껴안으면서 상대적으로 부상이 덜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곧 회복되리라는 기대와 달리 지금까지 걷지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은 진단 결과, 이번 사고로 머리에 물혹이 생기고 뇌압이 높아지면서 신경이 눌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2005년 10월 인공적으로 머리의 물을 호스를 통해 방광으로 빠져나오게 하는 수술을 시행하였다. 그에 따라 평생 호스를 끼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다. 성장기 때마다 호스를 교체하는 수술도 받아야 한다.

이 사건 역시 미 군용차량이 무보험 차량이라 보험 처리가 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미군당국은 사고 직후 피해 가족에게 치료비만큼은 전액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현행 국가배상법상 치료비의 경우 청구액의 절반까지만 선지급이 가능하다며, "치료비만은 전액 지급하려고 했으나 한국 정부가 현행법을 이유로 어렵다고 해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며 한국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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