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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교수와 새튼 교수가 지난 8월 3일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복제 개 '스너피'의 언론 공개행사를 앞두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황우석 교수(서울대 수의대 석좌교수)의 쉼 없는 질주에 첫 번째 브레이크가 걸린 것일까?

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자이자 황 교수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미국의 제럴드 새튼(피츠버그 대학) 박사가 황 교수가 진행 중인 세계 줄기세포 허브 프로젝트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새튼 박사의 결별 선언이 그동안 계속해서 제기됐던 황 교수의 윤리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보도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세계 줄기세포 허브'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지지자 새튼 교수, 황우석 교수 버리나?

이와 같은 내용은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의 12일자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이 신문은 “새튼 박사가 (황 교수의) 연구에 사용된 난자 취득 과정의 윤리적 문제를 들어 황 교수가 추진 중인 세계 줄기세포 허브 설립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황 교수가 나를 오도했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정보를 갖고 있다, (황 교수에 대한) 나의 신뢰는 흔들렸고 마음이 아프며 이제 황 박사와 함께 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새튼 박사의 말을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또 “황 교수가 실험실의 한 여자 연구원으로 부터 난자를 제공받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이 같은 소문이 사실일 경우 통제 권한을 지닌 사람이 부하들로부터 난자를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윤리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신문은 “난자 제공과 관련해 이 여자 연구원이 불법적으로 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튼 교수 "황 교수, 나의 신뢰를 흔들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사실 황 교수 연구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다만 국내에서는 정부와 언론을 포함한 대다수 여론이 황 교수에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파장이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

비판의 핵심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윤리∙법적 문제가 없었나 하는 점. 이러한 문제제기는 지난해 2월 황 교수팀이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한 뒤 곧바로 시작됐다.

[국외 : 네이처 등 "난자 채취 과정 문제" 지적] 연구 당시 황 교수팀은 한양대 임상시험윤리위원회에서 연구계획을 승인 받아 10여명의 자발적 난자 공여자로부터 총 242개의 난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같은 해 4월 국내 생명윤리학자 몇 명의 제보를 통해 “황 교수팀 연구실의 박사 과정 여학생이 난자 기증자에 포함돼 있다"면서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황 교수팀 연구실의 박사 과정 학생인 K씨가 "(본인을 포함한) 연구실 여성 2명이 (난자) 기증자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직후 전화를 걸어와 "나쁜 영어 실력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이고 난자를 기증한 사실은 없다"면서 처음의 인터뷰 내용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 당시 황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실 직원 중 누구도 난자를 기증하지 않았다. 네이처 기자가 실험실에 취재를 왔지만 연구원 중 누구도 이처럼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5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해 황 교수팀이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과학지 <사이언스>지에 실린 뒤 또 한번의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밀드레드 조 교수팀은 당시 황 교수팀 연구의 윤리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 특히 ▲미국의 새튼 박사팀이 연구에 참여했지만 미국이나 한국 어느 곳에서도 연구에 대해 정부기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과 ▲의학적 용도로 기증된 난자가 연구용으로 사용된 점 등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2월 이후 국내외 "난자 채취과정 문제"등 지적

[국내 : 황 교수 말바꾸기 문제 등] 이러한 황 교수 비판은 국내에서도 계속돼 왔다.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은 "황 교수의 실험이 진행된 2003년은 생명윤리법(2004년 7월 제정) 논쟁이 한창이었고, 인간배아복제 허용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법률이 제정될 것을 뻔히 알았던 논쟁 당사자가 실험을 강행한 것은 책임 있는 과학자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한 신문 기고에서 "줄기세포 실험에 쓰인 난자 기증은 연구 취지에 공감한 일부 여성 의료진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5월 귀국 기자회견에서 그는 "직접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의 난자를 기증한 숭고한 여성에게 감사한다"고 말해 난자 출처에 대해 이전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여성의 난자 채취 과정의 불투명성은 ‘여성의 몸을 대상화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명진숙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은 "배아복제, 대리모, 유전자 진단 등은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거나 수단화하는 경향을 심화시킨다"며 "더 나아가 여성으로부터 출산능력을 빼앗고 성인 여성의 예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불법 난자 거래 여성들이 사법 당국에 대거 적발된 뒤, 황 교수팀과 함께 줄기세포 연구에 참여했던 모 불임클리닉 이사장이 “매매된 난자가 불임치료에 사용됐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발언했다.

결국 이어지는 비판에 이은 이번 새튼 박사의 발언으로 황 교수는 그야말로 ‘사면초가’ 위기를 맞았다. 그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튼 교수가 '세계 줄기세포 허브'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새튼 교수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이 되고 있는 난자 출처에 대해 그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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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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