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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권지예의 <꽃게무덤>이 박경철의 수필집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중 일부 내용을 표절했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 문학동네-리더스북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2005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권지예(44·소설가)씨의 <꽃게무덤>이 표절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시초는 네티즌들의 문제제기.

권씨의 수상작을 읽은 네티즌들 중 일부가 9편의 단편소설이 묶인 작품집 <꽃게무덤> 중 마지막 수록작인 <봉인>이 경북 안동에서 신세계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박경철씨의 수필집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중 일부 내용(소제목 :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는 태어나자마자 복벽결손으로 숨진 신생아 '용희'와 그 아이의 치료과정, 안타까운 죽음을 다루고 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를 했음에도 결국 용희가 숨을 거두자 엄마도 목을 매 자살한다.

네티즌들이 문제삼는 것은 '봉인'에 삽입되는 세 가지 주요삽화 중 한 대목이 이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것이다.

'봉인'에 등장하는 신생아 역시 복벽결손을 앓고 있고, 치료법(사일로 : 장(腸)을 배의 중간으로 모아 바세린을 바른 거즈로 둘러싼 다음 아이스크림 콘 모양으로 만들면, 중력으로 아래쪽 장부터 배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게 되는 시술) 역시 같으며, 아이의 사망 후 엄마가 목을 매는 것까지 동일하다는 것. 여기에다 엄마가 아기 손에 묵주를 쥐어주는 설정까지 박경철이 쓴 글 내용과 똑같다.

하지만, "명백한 표절이다"는 네티즌들의 의견과는 달리 문학평론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평론가 A는 "이건 소재차용으로 봐야지 표절이라고 보기는 곤란하다"며 "일간신문 가십란에 실리는 짤막한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원고지 100매의 작품을 쓰는 게 보통의 소설가"라고 말했다.

기자가 제공한 두 원고를 한참동안 살핀 그는 또 "소재의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 문제야 될 수 있겠지만, 이 문제를 두고 동인문학상의 위상과 심사위원들의 역량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엇갈리는 전문가 의견 "소재를 얻어 온 것일 뿐" - "표절 혐의 벗어날 수 없다"

반면 평론가 B는 "이미 문장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글을 허락 없이 빌어다 썼다는 것에서 표절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으며, "아이의 병, 치료법, 엄마의 죽음까지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인데 이건 문제가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빠른 시간 안에 유명작가가 됐고, 이어 쏟아지는 원고청탁에 소재빈곤에 시달렸을 테니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건 좀 과하다"는 것 또한 평론가 B의 의견.

한편, 표절논란의 한 당사자인 박경철씨는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이것을 건수 삼아 치졸하게 무슨 배상을 요구할 일도 없고, 또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면서도 "권지예씨가 독자분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관행으로 여긴 작은 실수를 떳떳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면 오히려 아름다운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히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인 권지예씨는 현재 휴대폰을 꺼놓은 상태다. 그녀는 3일 오전 YTN과의 인터뷰를 통해 "요즘 인터넷 매체가 많잖아요. 작가들도 인터넷에서 힌트를 얻어 쓰기도 하고 그래서 저도 그렇게 했는데 선생(박경철)의 글을 받아서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을 그 다음 책 찍을 때는 명시하겠다고 얘기했어요"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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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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