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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8일 촬영된 고 노충국씨의 위 내시경 사진. 이 사진에 대해 민간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에게 자문을 구해본 결과 모두 "내시경 사진으로 봤을 때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으며, 진단에서도 암에 우선순위를 두었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오마이뉴스

▲ 3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열린 민가협 목요집회 참가자들이 제대 15일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사망한 노충국씨를 추모하며 군대 내 의료접근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암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군의 해명은 실상 하나마나한 이야기예요. 의사로서 강제로라도 조치했어야 합니다. 암 가능성을 의심했다면 조직검사를 다시 하든지, 상급병원으로 바로 보내든지, 아니면 부모에게 '암 위험성이 있으니 민간병원에서 검사받게 하라'고 연락을 취했어야죠."

고 노충국씨의 위암을 최초로 진단한 민간의사 A씨의 말이다. 1일 오후 기자와 만난 그는 "노씨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군의 방치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오마이뉴스>는 노씨가 군에서 진료받은 기록(4월 28일, 5월 27일 외래진료 기록과 4월 28일 내시경 검사사진, 당일 의뢰해 5월 4일 나온 조직검사 결과) 사본을 입수해 소화기내과 전문의 4명에게 자문을 구했다. 진료 기록은 휘갈겨쓴 영어 글씨로 작성돼 일반인들이 알아보기 힘든 상태다.

위암 진단했던 A
"의사로서 강제로라도 조치했어야"


이중 노씨를 직접 진료했던 A씨는 "단정하긴 어렵지만 내시경 사진상 통상적인 궤양보다는 암 쪽에 가까워 보인다"며 "노씨의 경우 몸무게가 단기간에 급격히 줄었는데 위궤양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다"고 소견을 밝혔다.

그는 "아쉬운 점이 있다"는 표현으로 군의관이 내시경 검사 뒤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위암 의증의 순서로 기록한 진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더 큰 문제는 4월말 내시경 검사 뒤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암을 의심했다면 군의관 직권으로 강제로라도 검사를 다시 받게 했어야 한다는 게 A씨의 판단이다. 담당 군의관이 직접 하든, 아니면 상급병원에 보내거나 부모에게 연락해 다른 곳에서 검사를 받게 하든, 추가 조치가 반드시 필요했는데도 군에서 사실상 방치한 게 문제라는 것.

그는 "조직검사에서 암이 안나올 수도 있지만 그 경우 검사를 다시 했어야 하며 실제로 세번 검사해 암을 발견해내는 경우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노씨는 6월 24일 제대한 뒤 같은 달 30일 우리 병원에 왔다"며 "젊은 사람들의 경우 암의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두 달(4.28~6.30)은 굉장히 긴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B·C·D "내시경 사진으로 봤을 때 암에 우선순위 뒀어야"

▲ 고 노충국씨의 군 진료기록지. 노씨는 군 병원에서 위 질환과 관련해 3월 29일, 4월 28일, 5월 27일 등 한달 간격으로 세차례 진료를 받았다.
ⓒ 오마이뉴스
다른 의사들도 "내시경 사진으로 봤을 때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으며, 진단에서도 암에 우선순위를 두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또한 대부분 군에서 취한 조치에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지적하는 등 A씨의 의견에 동감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B씨는 "내시경과 조직검사에서 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면 검사를 다시 하고 CT촬영이라도 해서 확실한 결론을 내리는 게 중요한데 그 점이 부족했다"며 "민간병원에서는 대개 그렇게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병원에서 근무하는 군의관 출신 의사 C씨는 "조직을 1개만 떼서 검사한 것도 문제"라며 "통상적으로 3개 이상 떼서 검사하는데, 특히 암 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우 1개 조직만 검사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소견을 밝혔다. 3개 이상 검사하는 경우 암 발견율은 90% 정도지만 1개만 검사하는 경우 확률은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이어 "4월 28일 내시경 검사 후 위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남겼음에도 30일치 위궤양약만 준 부분도 불충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자가 원하면 위암 환자에게도 궤양약을 주는 경우가 있지만 암(가능성)에 대한 조치와 병행하는 게 보통이라는 것.

군의관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 엇갈려

▲ 군 병원에서 작성된 고 노충국씨의 내시경 검사 소견서. 담당 군의관은 '최종 소견'란에 휘갈겨쓴 영어로 ①gastric ulcer(위궤양) ②reflux esophagitis(역류성 식도염) ③r/o gastric cancer(위암 의증)이라고 적었다.(붉은색 테두리 안. 한글 번역은 편집자.)
ⓒ 오마이뉴스

녹십자병원 "보내온 조직검사만 했을 뿐"

지난 4월 28일 군국광주병원으로부터 노충국씨의 조직검사를 의뢰받은 녹십자병원측은 2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군의관이 보내온 조직만으로 봤을 때 만성위염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그러나 우리는 담당 군의관이 보내온 조직을 검사했을 뿐이며 환자의 전체 상태를 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조직 1개만 의뢰하는 것이 통상적인가'라고 묻자 병원측은 "1개의 검체만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1개만으로도 암이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며 "정해진 기준은 없으며 검체 개수는 담당의사가 판단하는 사항으로 우리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했던 의사 D씨는 다른 의견을 밝혔다. D씨는 "사진만으로 단정할 순 없지만 통상적인 위궤양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암으로 진단해야 할 이유들이 더 많이 보인다"면서도 "내시경 검사와 함께 조직검사까지 해서 위암 의증이라고 진단했다면 군의관으로서는 할 만큼 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1개만 떼서 조직검사를 한 것에 대해서도 "통상적이진 않지만 검사 개수는 의사마다 다를 수 있다"며 "이 대목에선 조직검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D씨는 "의사들이 검사 뒤 한 두 달 정도 경과 관찰을 할 수도 있으므로 담당 의사가 노씨를 방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안타까운 사례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그 한두달 사이에 급격하게 나빠지는 병이라면 미리 발견했더라도 어차피 고치기 힘든 병"이라고 밝혔다. 군의관보다 한 달에 한 번씩만 검사를 받게 한 군 부대의 조처가 더 큰 문제라는 게 D씨의 판단이다.

그러나 A씨는 "그렇게 말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물론 병을 고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지만, 치유 가능성이 낮다는 것과 환자를 방치했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A씨는 "조기 발견해 치료했는데도 회복이 안될 수 있지만, 이번 (노충국씨) 경우 방치됐다는 게 문제"라며 "부모들이 애통해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렇지만 군의관을 싸잡아 비난해서는 곤란하다"면서 "근본적으로 민간병원이나 군대내 상급병원으로 보내 즉각 조치를 취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군 의료전달 체계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런 방향에서 재발 방지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충국씨, 암이란 얘기 못 들은 것 같다"
위암 진단했던 민간의사 A씨가 말하는 '그때 그순간'

노충국씨를 직접 진료했던 A씨는 노씨 가족이 진단받으러 온 6월 30일의 정황을 설명하며 "가족 중 어느 누구도 암이라는 말을 못 들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대개 암이라는 말을 이미 들은 경우는 진찰하기 전 가족이 의사에게 쫓아와 "잘 부탁한다"고 하소연부터 하는 경우가 많은데 노씨 가족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 또한 가족 모두 심각하게 걱정하는 얼굴빛이 아니었고 '젊은 사람이 위장병에 걸렸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듯 보였다고 A씨는 전했다.

그러나 A씨는 내시경 검사 전 노씨에게 증세를 들으며 불길한 느낌이 들었고 내시경 검사 뒤 "참담한 마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4월말 군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고 하기에 '군의관이 뭐라고 하더냐'고 물었더니 '위궤양이라 그러면서 약을 주더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2개월 전에 충분한 조치 없이 그냥 지나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주 심한 악성 암임을 확인한 A씨는 노씨 아버지에게 사실을 통보했다. 이때 아버지 노춘석씨는 화장실에 가서 한참을 울었고, 잠시 뒤 노씨 여동생이 들어와 '정말 암이 맞느냐'고 확인하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고 한다.

그는 "자식에게 암 위험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도 제대 후 6일이나 지나서 병원에 데려올 부모는 없다, 그런 말을 들었다면 당장 군에 찾아가 탈영을 시켜서라도 검사받게 하는 게 부모 마음"이라며 "노씨 가족이 암 가능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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