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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다리' 공연의 한 장면 1
ⓒ 김영조
지난 27일, 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아시아 음악제'가 열렸다. 이 음악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창립 10돌 기념 연주회와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15돌을 기념하는 특별 연주회를 겸한 자리였다. 당시 이 연주회의 지휘자인 박범훈 중앙대학교 총장은 연주회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새겼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이웃 나라들과의 제대로 된 교류가 없었다. 하지만 10년 전 자신 있게 열고 공통된 힘, 자국의 독특한 음악들을 합하여 하나 된 관현악단을 만들자는 취지로 '아시아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그런 '아시아 오케스트라'가 10년 동안 어떤 발전을 이뤘는지 보여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연주회를 아시아 음악인들과 함께 여는 것은 우리 국악을 외국인들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 '하늘다리' 공연의 한 장면 2
ⓒ 김영조
그런데 이런 의미를 음악이 아닌 춤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10월 31일 밤 7시 30분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아시아가무단 주최의 한중일 창작무용극 <하늘다리> 공연이다.

한ㆍ중ㆍ일 세 나라의 무용가와 타악연주자 등으로 구성된 아시아가무단은 2002년 중앙대학교 채향순 교수가 이끄는 중앙가무단이 주축이 돼 출범했다. 이날 무대에는 중앙가무단원 50명과 중국 중앙민족가무단 예술중심학원 무용부, 일본 예술가 등 모두 65명이 올랐다. 이 아시아가무단은 창단 뒤 2003년 8월 창단공연 <동천무(東天舞)>를, 지난해 10월에는 <아무타제(亞舞打祭)>를 무대에 올렸다.

무용단은 작품을 공동 창작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동아시아의 공통이야기를 선정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또 주제나 소재는 아시아를 넘어서 모든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보편적 알림말(메시지)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늘다리>는 한ㆍ중ㆍ일 세 나라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칠월칠석의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소재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 무용극의 음악은 박범훈 중앙대학교 총장이 맡았으며 연출은 서울예술단 뮤지컬 감독으로 뮤지컬 <명성황후> <수퍼스타> 출연 및 연출을 하고 제9회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을 받은 유희성씨가, 대본은 뮤지컬 <정글이야기> 등을 쓴 극작가 배삼식씨가 맡았다. 그리고 예술총감독은 중앙대학교 채향순 교수, 중국예술감독은 등림, 일본감독은 하나야기 순토씨가 맡았다.

▲ '하늘다리' 공연의 한 장면 3, 4
ⓒ 김영조
<하늘다리>의 직녀역은 채향순, 견우역은 김평호가 맡았으며 뮤지컬 방식을 응용해 견우의 아리아와 직녀의 아리아가 나오기도 한다. 이외에도 중국과 일본의 춤꾼들도 다수 참여했으며 한국, 중국, 일본의 춤이 하나의 주제 속에 융화되도록 노력한 흔적이 돋보였다.

특히 혼례의 장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의 혼례의식을 엿볼 수 있도록 했으며 한국의 대례복을 비롯한 각 나라 고유의 옷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천상무'로 시작하여 '하늘목동'을 거쳐 '베짜기춤'에 이른다. 이 장면에서는 선녀들이 베를 짜는 환상을 연출한다. 이어서 '운명의 만남'이 나오고, 아름다운 '혼례의 장'을 펼친 다음, 천둥과 번개와 함께 '무너진 질서'가 드리워진다. 그런 다음 견우와 직녀의 가슴 아픈 '이별 그리움'이 펼쳐진 뒤 까치와 까마귀들이 은하수에 '하늘다리'를 놓아 '만남'을 이루고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 '하늘다리' 공연의 한 장면 6(물레를 돌려 실을 짠다)
ⓒ 김영조

▲ '하늘다리' 공연의 한 장면 7(대례복을 입고 궁중혼례를 한다)
ⓒ 김영조
<하늘다리>는 관객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무리 없이 소화해낸 비교적 큰 규모의 춤, 한ㆍ중ㆍ일 세 나라 춤과 춤꾼들의 조화,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무대, 아름다운 아리아의 호소력, 익숙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짜인 구성 등 <하늘다리>는 많은 매력을 발산했다.

이날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은 비교적 많았다. 물론 채향순 교수나 아시아무용단의 인지도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과지만 말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운영 미숙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혼란이다. 초대권을 많이 발행한 나머지 입장권과 바꾸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고 동일한 좌석의 입장권을 가진 사람이 3명이나 돼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는 행정을 담당한 사람이 3명뿐이었다는 것에서 비롯된 문제일 것이다.

▲ '하늘다리' 공연의 한 장면 8
ⓒ 김영조
아무리 내용이 뛰어나도 운영이 미흡하다면 전체적으로 칭찬을 받고, 더 큰 발전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아시아가무단 만의 것은 아니다. 다른 전통공연 심지어는 대중문화 공연 등에서도 그동안 누누이 지적돼 온 것인데 당사자들은 심각함을 잘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예전 외국의 이름난 교향악단을 초청해 공연한다고 알리고서 결국은 무산된 적도 있었고 유명가수의 출연이 취소되어 항의소동을 빚은 적도 있다. 최근 상주에서는 큰 방송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관여된 행사에서 큰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 예술계가 세계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공연의 질뿐만 아니라 행정처리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앞으로 아시아가무단은 무궁무진한 발전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공연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완벽한 공연을 선보여 당당하게 세계로 나가는 아시아가무단이 되길 기대해본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춤사위로 담아내겠다"
[인터뷰] <하늘다리> 예술총감독 채향순 교수

- 어떻게 춤을 추게 되었나?
"5살 때부터 나에게 끼가 있다고 생각한 어머니가 6살 때 무용을 배우도록 했다. 그게 시작이다. 처음 대전국악원서 시작했고, 현 중앙대학교 박범훈 총장님이 설립한 국악예술학교(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춤을 공부했다. 그런데 춤을 넘나드는 작곡을 하시는 박범훈 총장님이 나의 기량을 보시곤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줬다. 그래서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총장님은 늘 내 일을 자신의 일처럼 보살펴 주시곤 했다."

- 아시아가무단은 어떤 생각에서 만들고, 이번 공연은 어떻게 꾸려내게 되었나?
"아시아가무단을 꾸리게 된 것은 '한국만으로는 안 된다. 아시아가 같이 해야만 한다'는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박 총장님이 아시아 춤꾼들이 같이 가는 모습이 바람직하다며 더 넓게 볼 기회를 주셨다. 한중일 춤이 같이 어우러질 때 새로운 마당이 활짝 열릴 것이라는 신념으로 꾸려냈다.

이번 공연은 에피소드식으로 이어진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하나의 통일된 주제 혹은 소재에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된 무용총체극으로 만들었다. 특히 합작하려면 같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는 점 때문에 한중일 세 나라에 똑같이 있는 칠월칠석 설화를 소재로 삼았다."

- 전통춤을 추기 위해서는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많은 춤꾼이 두려움 때문에 고급스러운 춤을 추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싸구려 춤이 되진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 전통춤을 고급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것, 우리 철학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소홀히 하면 춤의 완성도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이다.

또 일부 사람들은 창작과 전통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전통의 확고한 뿌리를 지닌 채 새로운 춤을 시도하는 조화로운 모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창작이라고 해서 서양옷차림으로만 다가가서는 안 되며, 벗기기만 하는 무용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창작에만 치중하고 뿌리가 없는 잘못된 모습이다."

- 박범훈 총장 외에 오늘을 있게 한 선생님이 있다면?
"태평무로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지정을 받으신 강선영 선생님도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분이다. 선생님은 내가 전통무용이 아닌 '엿가락춤'을 추는 것을 보시곤 '바로 이거다'라고 좋아하시며, 희망을 주셨다. 그건 내게 큰 용기로 다가왔다."

- 젊은 춤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춤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손톱을 바짝 깎게 하고, 머리에 염색을 못하게 한다. 전통무용은 그런 자세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체성을 찾은 다음 춤을 추어야만 올바른 춤을 출 수가 있다. 우리의 뿌리에 애정이 없으면서 서양 것만 좋아하는 자세가 전통춤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한국춤의 정체성을 찾는 세미나도 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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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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