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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존재하는 것을 비례와 디테일과 관점으로부터 완벽하게 복사해주는 창조물이다. 사람들이 울고 웃을 때 사진은 순간을 포착해 추억으로 혹은 역사로 기억시켜준다. 한 장의 사진에 사람들은 유쾌함을 실어 나르거나 그리움을 쌓는다. 이러한 감정들은 개인적일 수도 사회적일 수도 있다.

▲ 1887년 찰스 스콜릭이 찍은 '프라터대로'
ⓒ Albertina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알베르티나뮤지움에서는 2006년 1월 22일까지 'STADT. LEBEN. WIEN'(도시. 삶. 비엔나)라는 이름으로 사진전이 개최된다. 이 사진들은 현대 카메라의 효시인 카메라 옵스큐라가 발명되기 바로 전인 1850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바로 전 1914년까지의 비엔나를 기록한 사진들이다. 그 당시의 사람들, 근대도시로의 탈바꿈, 건축양식의변화, 유겐드스틸 등을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사진으로 보는 비엔나의 역사

▲ 파울 프렛치가 1850년에 찍은 '지붕'
ⓒ Albertina
'젠트룸'이라 불리는 비엔나 1구 '링'은 특정시간을 제외하면 자동차가 통행할 수 없는 보도전용구역으로 1850년에 프란즈 요셉 황제의 명령으로 근대 메트로폴 도시의 모습으로 정비되기 시작했다. 화가들이 그리는 풍경화 안의 도시로만 존재하던 비엔나는 이 시기부터 사진 및 석판화기술의 발달로 '출판'되기에 이른다. 이 사진 출판물들은 근대적 모습을 갖추어가는 비엔나 젠트룸의 변천과정을 자세하게 담고 있지만 사진 속에는 그 도시 안에서 배회하는 사람들도 확인할 수 있다.

▲ 1855년도 사진. 젠트룸 호프
ⓒ Albertina
당시 오스트리아국립인쇄소의 알로이스 아우어 소장은 1850년 국립인쇄소에 특별히 사진부를 개설했다. 그 당시만 해도 화가들이 그린 멋진 풍경화는 부르주아만이 소유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었으나 국립인쇄소가 만들어낸 풍경들이 사진으로 유포되면서 누구나 거실 한쪽에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우어 소장은 사진기술의 발전을 사회생산적으로만 소화시킨 게 아니라 일종의 문화적 미션으로 여기고 비엔나의 모습을 찍은 27장의 사진을 최초의 세계박람회인 런던에 보내기도 했다.

▲ 파울 프렛치의 1850년사진. '쉔부른궁전'
ⓒ Albertina
알베르티나 뮤지움에 전시된 사진들은 전시회의 이름처럼 세 부분으로 나누어 감상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비엔나의 건축계획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사진들이다. 고딕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슈테판성당과 보티브성당의 사진들, 그리고 황량했던 성당 주변을 찍은 사진들은 한 세기 안에 도시가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유럽 대부분을 지배하고 신로마제국을 건설한 프란즈 요셉 황제의 군사적 목적 아래의 건축물들도 흥미를 끈다. 당시 병기창으로 쓰였던 도나우강의 '우라니아'는 현재 극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대조적인 장면, 귀족과 서민들의 컷

▲ 1858년. '로텐투룸토어'
ⓒ Albertina
그 당시의 사람들을 관찰하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귀족들과 서민들의 삶이 너무나 대조적으로 드러난 사진들은 극단적인 만큼 자세하다. 양복을 입고 지팡이를 든 신사들과 우아한 드레스를 갖춰 입고 양산을 쓴 숙녀들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서 막 튀어나온 듯하다. 반대로 거리의 한 켠에서 프레첼을 팔고 있는 상인이나 동전을 세고 있는 시장의 아낙네는 비엔나 특유의 멜랑콜리를 잘 간직하고 있다.

▲ 1902년 카를 트리벨이 찍은 '쁘레첼을 파는 상인'
ⓒ Albertina
마지막으로 눈여겨보아야 할 사진들은 비엔나, 도시 그 자체다. 화가 에곤 쉴레의 말처럼 '어둠과 우울함의 도시'인 비엔나는 사진 속에서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처럼 정지해 있다. 엄격하게 정돈되어 보이는 도시의 이면에는 고귀함과 천박함, 가치와 반가치, 유머와 조롱이 함께 존재한다.

비엔나가 아닌 '슈타츠 비엔나'

유럽의 다른 대도시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도시이자 수도인 비엔나. 그러나 비엔나 사람들의 자긍심은 매우 높다. 이 사진 전시회를 둘러보고 나면 왜 그들이 비엔나를 그냥 비엔나가 아닌 '슈타츠 비엔나'(도시 비엔나)로 특별하게 부르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에밀 마이어가 찍은 '시장의 아낙네' 1905년에서 1912년 사이에 찍은 사진으로 추정됨.
ⓒ Albertina
사진전의 사진들은 중부유럽을 지배했던 19세기 중반부터의 오스트리아가 찍혀 있다. 현재의 오스트리아는 제 1,2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아 많은 영토를 빼앗기고 4분의 1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사진 속의 비엔나는 당시 제국주의의 전성기를 몽상적으로 잘 보여준다. 현재 정치적 중립국이 되어버린 오스트리아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알베르티나의 이번 사진전은 오스트리아인들에게는 은밀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관광객들이나 외국인들에게는 그 꿈을 해몽할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주는 듯하다.

▲ 파. R. 레크너가 찍은 '프로이데나우' 약 1900년
ⓒ Albertina

덧붙이는 글 | - 알베르티나뮤지움 www.albertina.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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