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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강점기 강제 격리 · 수용되었던 소록도 한센인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피해보상소송에서 일본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한 것에 대해 27일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센인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일제 강점기 강제 격리 · 수용되었던 소록도 한센인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피해보상소송에서 일본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한 것에 대해 27일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센인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근 일본 정부와의 보상청구소송에서 패소한 한센인들이 27일 종묘공원과 일본 대사관 앞에서 판결에 대해 규탄하고 사죄와 보상을 촉구했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 지방법원은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 격리수용됐던 한국과 대만의 한센인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보상청구 소송에서 대만에는 '승소', 한국에는 '패소'라는 서로 다른 판결을 내렸다.

이에 한센인 인권단체인 한빛복지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 소록도총구소송 변호단이 27일 낮 12시부터 종묘공원에서 한센인 패소판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소록도의 한센인 15명을 비롯해, 전국 89개 정착존 거주 한센인, 시민단체 회원과 자원 봉사자 등 600여명이 참가했다.

한센인들이 전국적인 집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일제는 한센인들을 소록도에 강제 격리시키고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과 생존마저 부인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 한센인에 대해서 '일본 국내의 국립요양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상청구를 거부한 것은 한국 한센인과 국민들에 대한 차별적 사법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또 일본 정부에 대해 "(2001년 한센인 강제격리를 위헌으로 판결해 이후 보상법 제정의 근거가 된) 구마모토 판결의 취지에 따라 평균연령 81세의 고령인 한센인들에게 진신어린 사죄와 즉각적인 보상을 실시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 변호인 "법원 논리 옹색하다"... 일 변호인 "법률가로서 부끄럽다"

박영립 변호단장은 인사말에서 "도쿄 지방법원은 소록도 한센인들이 가혹한 차별을 받은 것을 인정하면서도 '후생노동성의 정책적 판단에 의해 해결되길 바란다'며 옹색하고 구차한 논리로 기각했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대만 한센인들이 일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게 되면 한국 한센인들의 보상을 거절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26일 판결에 항소한 것에 이어 오늘 오후 3시30분부터 일본 후생상과 만나 후생성 고시에 소록도를 보상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록도 한센인 안병호씨는 "소록도 한센인 패소 판결에 분통이 터진다"면서 "자국내 한센인은 보상하면서 소록도 원생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다"며 일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 한센인들은 일 정부가 사죄하고 한센인의 염원을 버리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며 말을 맺었다.

나오코 구니무네 일본 변호단 단장은 격려 메시지를 통해 "소록도에 차별을 허용한 듯한 도쿄 지법의 판결을 용서할 수 없다, 같은 법률가로서 부끄럽다"면서 "앞으로 항소에서의 승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보였다.

서루석(76세)씨는 기각 판정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괘씸하다"고 밝혔다. 그는 1945년 소록도에 격리된 이후 30년간은 소록도, 그 후 30년간은 익산 농원에서 일생을 보냈다. 또 김정행 소록도 원생자치회 총무반장은 현재 소록도의 분위기에 대해서 "분위기는 좋다, 우리는 돈보다 사죄만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소록도 분위기는 좋다, 우리는 돈보다 사죄"

이날 오후 1시30분께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종묘부터 일본 대사관까지 평화적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일본 대사관 앞에 도착한 후 박영립 변호사와 임두성 한빛복지협회장, 원고 측 대표 3인이 일본 대사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집회 참가자가 일본 대사의 직접 사죄를 요구하며 대사관 진입을 시도, 길목을 막고 있던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변호단과 시민단체 등은 28일부터 승소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일본 대사관 앞에서 오전 11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15명 정도가 릴레이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 한센인 인권단체인 한빛복지협회 관계자들과 대한변협 소록도보상청구소송변호단 등이 일본정부의 사죄와 보상을 촉구하며 27일 오후 종묘공원에서 일본대사관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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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국제부에서 일본관련및 일본어판 준비를 맡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간 채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한일 통번역을 전공하였습니다. 현재는 휴학중입니다만, 앞으로 일본과 한국간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기사를 독자들과 공유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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