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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16일 오후 브리핑에서 밝힌 모두발언 및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모두발언] "검찰권 독립, 무소불위 권한 행사로 보장되는 것 아니다"

"검찰총장의 사퇴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사표 수리를 결정하셨다. 검찰총장의 사퇴는 대단히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어떤 검찰의 권위나 신뢰, 그리고 검찰권의 독립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판단이 사표를 수리한 이유이다.

이번 사태에 관한 우리 청와대의 입장을 말씀을 드리겠다. 지금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대해 검찰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란 주장들은 법 논리에 전혀 맞지 않고 대단히 부당하다. 검찰권 독립은 검찰이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보장되는 게 아니라 민주적 통제 아래에서만 보장되는 것이다.

검찰의 판단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얼마 전 국감에서 박주선 전 의원에 대한 거듭된 무죄는 검찰권의 남용이라고 지적된 바 있다. 정치적인 사건에서 가끔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번에 송두율 교수 사건만 보더라도 그 당시에는 북한내 서열이 몇 위니 하면서 아주 엄청난 사건인 것처럼 몰아서 구속을 했지만 막상 법원의 판결을 보니까 구속이 아주 민망한 일이 되고 말았고 국제적으로도 아주 망신스러운 일이었다.

이렇게 검찰권의 남용을 막고 검찰권이 인권보장과 민주주의 정신에 맞게 행사되도록 하려면 민주적 통제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헌정제도상으로 이 검찰권에 대한 어떤 민주적 통제의 제도적 장치를 두 가지를 갖추고 있는데 하나는 어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검찰총장을 탄핵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장관이 검찰권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법에 규정된 법무부장관의 적법하고 정당한 권한행사까지 검찰의 자존심과 명예를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검찰의 일부가 검찰권의 독립과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이런 형사사법 절차에서 국가기관 간에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경찰과 검찰의 의견이 다를 수 있고 검찰과 법원의 의견이 다르고 당연히 검찰을 대표하는 검찰총장과 국무위원인 법무부장관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렇게 의견이 다를 경우에 그 의견의 차이를 해소하는 수단들을 우리가 갖추고 있다. 경찰의 의견이 잘못됐으면 검찰이 기각을 하거나 보완수사를 요구한다. 그것을 가지고 경찰권을 침해했다고 하지는 않는다. 검찰총장과 국무위원인 법무부장관 사이에 의견이 다를 경우에 그때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이 바로 검찰청법 제8조에 규정돼 있는 법무부장관의 지휘권행사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은 이 지휘권을 규정하면서도 검찰권의 독립을 최대한 보장을 하기 위해서 법무부장관이 검찰사무의 최대 감독자인데도 구체적 사건에 대해 지휘하고자 할 경우에는 수사검사에 대해서 직접 하지 못하고 검찰총장에 대해서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법무부장관이 과거 같았으면 수사검사한테 직접 지시한다거나 또는 서울중앙검사장에서 지시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검찰총장에 대해서만 지휘한 것이야말로 검찰의 독립을 보호를 해준 것이다.

이런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지휘는 (헌정)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이것이 사상 처음이라는 사실이야말로 참여정부에 와서 검찰권의 독립이 비로소 (어느) 수준에 이르렀고 참여정부가 그만큼 검찰권의 독립을 위해서 배려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검찰 일부가 그에 대해서 동요하고 반발하는 모양을 보이는 것은 검찰권의 민주적 통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검찰 출신 법무부장관에 대한 거부가 은연중에 배어있지 않은지 염려가 되고 검찰 내부에서도 그런 부분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에 과거처럼 검찰총장보다 선배인 검찰출신 법무부장관이 이번에 천 장관과 같이 불구속수사 원칙을 확대해 나가겠다라는 소신을 가지고 이렇게 의견을 제시했을 때 과연 검찰이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인가? 어쩌면 이런 구체적 지휘라는 단계까지 가지 않고 구두협의과정에서 다 이미 해결됐을지도 모른다.

과거에 강금실 장관 때에도 강 장관의 검찰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아주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도 검찰에서는 끊임없이 이를 거부해 마찰들이 있었다. 이번에 검찰권의 독립을 염려하는 검찰 일부에서도 그런 점들을 한번 뒤돌아보면서 숙고하기를 바란다.

우리 법제도상 검찰권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검찰총장 임기제이다. 이 검찰총장 임기제를 확립하는 데 굉장히 많은 역사적 시간이 소요됐다. 그리고 법률적으로 임기제가 도입된 후에도 계속 보장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는 그런 사례들도 있었다. 참여정부는 앞선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임기를 보장하려고 노력했고 전임 총장의 경우도 임기를 다 채우도록 보장을 했다.

이렇게 검찰총장의 임기가 보장됨으로 해서 검찰총장이 일종의 방파제가 돼서 정치권이나 검찰 내부의 이런 저런 압력을 극복하면서 정치적 중립이나 독립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도 검찰총장이 이렇게 보장된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그만둔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 검찰권의 독립을 위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그런데 아시는 바와 같이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는 것 아닌가. 남용될 수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밀실에서 검찰권의 독립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정식으로 지휘권을 행사하게 되면 우선은 그 사실이 공개가 됨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비판을 받게 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누구의 판단이 옳았는지 사후적 검증판단이 또 가능하다.

만약에 검찰이 이번 강정구 교수의 사건에 대해서 정말 구속을 꼭 해야 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한다면 불구속으로라도 기소를 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면 된다. 이미 기소돼 있는 사건하고 병합처리가 되겠지만 그 결과 만약에 검찰의 판단이 옳다면 당연히 무거운 형이 선고돼 법정구속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고 무죄가 선고된다거나 또는 아주 가벼운 형이 선고가 된다면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정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후적 검증과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검찰 내부의 이런 저런 동요들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천정배 장관의 지휘는 공안사건에 대해서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구속수사를 해왔던 과거의 관행을 계속하려는 검찰의 입장과 공안사건에 대해서도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법무부장관의 생각이 부딪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검찰의 수사가 더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되겠다, 또는 구속수사의 관행에서 벗어나서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최대한 지키고 확대해 나가야 되겠다는 점에서 검찰권 운용의 기준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나 그 시대정신에 따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검찰도 그런 시대정신을 존중해 나가야 한다.

그럼 문제는 그 시대정신을 그럼 누가 해석하는가. 물론 검찰도 하고 또 법원도 하고 여러 곳에서 하겠지만 적어도 정부기관 간에 이 시대정신에 대한 해석이 다를 경우에는 그 최종적인 해석의 권한은 국민에 의해서 선출된 대통령에게 있다고 본다. 앞으로 검찰권의 행사와 관련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검찰에서 좀더 깊은 검토와 숙고가 있기를 바란다."

[일문일답] "검찰 내부 반발 등과 타협할 일 아니다"

- 내일 한나라당 의총이 있고 그 의총에서 법무부장관 해임건의안 토론이 있다. 문 수석의 발언이 청와대의 입장이라면 오히려 한나라당을 더 자극하지 않을까 싶다. 법무부장관 해임건의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법무부장관의 동반사퇴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해임건의안을 내거나 검찰 내부에서 일부 동요와 반발이 있더라도 적당하게 타협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과 원칙을 반드시 지켜나가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다."

- 사표수리는 정확히 언제 되는 것이고, 오늘 이 입장을 발표하시기 전에 대통령에게는 언제 보도가 됐으며 대통령은 어떤 발언을 했나.
"이번 일이 전개되는 과정마다 대통령께 상황을 보고드렸다. 대통령은 오늘 수리방침을 최종 결정했다. 그리고 법률적인 처리는 사퇴서가 중앙인사위원회를 거쳐서 오는 절차들이 있는데 그것은 별도로 법절차에 맞게 따를 것이다."

- 검찰 내부의 순혈주의에 대해서 얘기하셨는데 후임 총장의 방향은?
"지금 후임에 대해서 말씀드리기는 이르다.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에 들어간 바도 없다. 뭐 외부여야 한다, 내부는 안된다는 식으로 방향을 설정해두거나 제한하는 것은 없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문제에 대한 입장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나?
"국가보안법은 이미 국회로 넘어간 문제다. 국회에서 적절하게 논의해서 결정할 문제로 저희가 입장을 정리한 바가 있다."

- 만약 평검사들의 내부회의에서 이런 식의 움직임이 계속될 때 어떤 조치를 취할 생각인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과 원칙을 지켜 나가겠다는 것이 저희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저희가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무슨 경고의 의미를 갖고 있다거나 앞으로 어떻게 할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

- 정부기관간에 시대정신에 대한 해석이 다를 경우에는 최종적인 해석은 국민에 의해서 선출된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대통령의 시대정신 해석과 다르다는 뜻인가?
"대통령이 제시한 시대정신이나 시대가치를 국민들이 지지해 뽑아준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최종적인 해석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다. 강정구 교수의 사건에 대해서는 저희가 구체적인 내용 알지 못한다. 언론에 보도된 바대로 보면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이 있다. 지금 현재 법무부장관의 지휘는 그런 부분이 아니다. 그런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도 형사소송법이 천명하고 있는 불구속수사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과거에는 구속 자체를 하나의 징벌로 판단해 구속율이 높았다가 근래에 와서 보석이나 구속적부심, 영장실질심사 등의 제도로 인해 구속율이 낮아지조 있다. 그리고 지금 사개추에서 논의하고 있는 사법개혁방안대로 가면 더더욱 또 발전할 것이라고 보지만 그래도 아직 세계 선진국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구속율이 턱없이 높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이 천명하고 있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가급적 지켜나가도록 우리 수사기관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 이번 사태의 근본적 배경으로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보혁갈등으로 지적되는데.
"이번 사건이 그렇게까지 확대돼서 논의될 사안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송두율 교수 사건에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와 별개의 차원에서 설령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구속해서 수사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 법원의 판결을 보면 구속은 지나쳤다는 판단도 나오기 때문이다."

-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기까지 법무부나 민정수석실을 통해 사전조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나.
"저희가 관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구두상으로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에도 끝나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하라고 법에 명시돼 있다. 그리고 사후적으로 검증된다. 다만 이제 그 과정에서 검찰의 간부 사이에서도 원만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이 많이 있었다고 들었지만 그것이 성공하지 못해서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은 상당히 안타깝다."

- 김종빈 총장 사퇴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했는데 그 분도 아마 사퇴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김종빈 총장 개인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여지는데.
"검찰권의 독립이 사퇴의 주된 이유였다면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검찰권의 독립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고려했어야 한다. 형식적으로는 본인이 스스로 사퇴를 한 것이지만 큰 시각으로 보면 총장의 임기가 보장돼 있는 총장이 임기 도중에 그냥 그만둘 만한 그런 엄청난 사안이겠나? 그런 것을 우리가 감당하고 극복해낼 때 검찰권의 독립이 점점 더 높아지면서 완성되는 것이지 이런 식으로 총장의 거취까지 마구 휘둘린다면 그것이야말로 검찰권의 독립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염려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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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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