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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기(45·영문학과) 동국대 영문학과 교수가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근대적 민족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쓰면서 지난 96년 사망한 김일성 주석을 '한반도의 위대한 근대적 지도자'로 평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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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기 교수 글 전문] 김일성은 위대한 근대적 지도자이다

장 교수는 13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인도의 간디, 쿠바의 카스트로, 이집트의 낫세르, 그리고 중국의 모택동처럼 김일성은 제3세계 국가 국민들이 우러러보는 세계적인 위대한 근대적 지도자의 반열에 우뚝 서 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1960년대 이후 아프리카 나라들의 독립에 가장 걸림돌 역할을 한 나라는 미국이었고, 미국은 영국이나 프랑스 식민지하에서 성장한 독재 권력집단의 배후를 조종해 아프리카를 지배하려 했다"고 전제한 뒤 "아프리카 내부에서 성장한 독재 권력집단과의 싸움은 미국과의 싸움이었고, (아프리카인들에게는) 그들보다 먼저 미국과의 싸움에 아주 당당했던 김일성은 자신들의 지도자들만큼이나 존경스러운 먼 동양의 지도자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 교수는 김일성 주석이 비록 한반도의 근대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이제 그 시대를 뛰어넘어 세계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한반도의 위대한 근대적 지도자 김일성은 이미 죽었다"며 "죽은 사람의 시대는 과거로 돌려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제 한반도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은 이미 죽은 간디나 낫세르와 같은 근대의 민족주의 지도자가 아니고 살아서 인류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만델라나 움베키처럼 남과 북을 모두 포용하는 한반도주의와 아시아주의를 만드는 세계주의의 지도자"라고 주장했다.

한편 장 교수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강정구 교수의 한국전쟁 관련 글에 대해 "학문이 지녀야 할 객관성, 즉 외부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의 근대적 풍경을 아주 잘 전달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아울러 "이번 강 교수 필화사건을 빨갱이로 매도하거나 김일성 대학으로 가라고 협박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민족주의자라고 한다, 무식해도 이렇게 무식할 수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장 교수는 "만일 만델라나 움베키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욕하고 영국 식민지나 네덜란드계 백인의 독재를 그리워하는 아프리카인이 있다면 (한국인들은 그를) 민족주의자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우리는 그를) 미쳐도 한참 미친 아프리카인이라고 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 교수는 "(아프리카인에게) 시대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진 국가보안법을 토대로 구속 수사를 하겠다는 경찰이나 불구속 수사를 하라고 하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미쳐도 한참 미친 한반도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그들은 한반도인이 아니라 일본인이거나 미국인, 혹은 일본이나 미국의 꼭두각시일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일성 때문에 대접받고 사는 사람" 맹비난

장 교수의 글이 민교협 홈페이지에 올라오자 한나라당이 다시 발끈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14일 논평을 통해 장 교수를 가리켜 "김일성 때문에 대접받고 사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김대은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이런 가치 판단을 가진 사람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민주화를 위한 무슨 모임에 참여한다니 기가 막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14일 장 교수의 글을 놓고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민교협 사무총장을 지낸 장 교수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안식년을 맞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화합을 위해 서로의 과거를 인정해야 한다"
[인터뷰] 남아공 체류 중인 장시기 동국대 교수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민철 특파원 = 민교협 홈페이지에 "김일성은 위대한 근대적 지도자이다"란 칼럼을 기고해 논란을 촉발시킨 동국대 영어영문학과 장시기(44) 교수는 자신의 글이 김일성을 찬양하려는 취지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음은 남아공 케이프타운대학에서 연구교수로 체재하고 있는 장 교수와 가진 전화통화 일문일답.

- 김일성은 위대한 근대적 지도자라고 썼는데.
"'근대적이란 표현을 썼는데 '위대한'이란 부분만 강조되는 것 같다. 근대는 서구 제국주의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 비서구 반제국주의가 대립하는 시기였다. 그 과정에서 남한과 북한이 분단됐다. 남쪽은 서구편, 북쪽은 반서구편이 됐다.

근대에서 반제국주의 입장에 선 김일성이 인도의 간디처럼 비서구진영의 위대한 지도자였다고 말한 것이다. 김일성을 찬양하려는 취지가 아니다."

- 과거의 얘기란 뜻인가.
"그렇다. 김일성 관련 언급은 과거의 얘기다. 지금은 탈근대의 시대다. 갈등과 대립의 근대가 아니고 남아공 만델라가 흑백화합을 주창한 것처럼 화합의 시대다. 남북 화합을 위해선 남과 북이 서로 좋은 점과 잘못된 점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의 과거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탈근대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

6.15 남북공동성명이야말로 이 같은 탈근대화의 시금석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런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과거에 너무 얽매이고 있다. 과거는 과거로 돌리고 미래로,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 강정구 교수 필화사건과 관련, 구속·불구속 수사 자체를 미친 짓이라고 했는데.
"학자나 지식인은 글이나 말로 자신의 사상을 전달하고 이는 지식인들간의 토론에 의해 바꿔지고 보완되는 것이다. 이를 권력기관이 법적인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학문의 발전에 장애가 된다."

- 칼럼에서 강 교수 필화사건을 언급했는데.
"(특정 학자가) 사상이나 학문에서 서로 반대의견에 있더라도 탄압을 받는다면 그를 돕는 게 학자된 도리다. 그런 측면에서 강 선생이 너무 외롭게 보수세력에 의해 당하는 것 같아 옹호하는 것이다."

http://blog.yonhapnews.co.kr/minchol11181
minchol@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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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