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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내가 헝가리에 대해 아는 게 많아서는 아니었다. 그냥 헝가리에서 지내면서 헝가리가, 헝가리 사람들이 좋아졌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그들에 대한 얘기를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어졌다.

그리 길지 않았던 헝가리에 대한 얘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무슨 얘기를 쓸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떠올랐다. 마지막에는 이방인이 아닌 헝가리인들의 눈을 통해 본 헝가리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지금까지 이방인인 나의 눈을 통해 본 헝가리의 모습을 보여줬으니, 마지막에는 헝가리인들의 눈으로 보는 헝가리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데띠와 리아에게 헝가리에 대해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사진에 담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이 어떤 사진을 보내올까 궁금해하고 있던 어느 날, 데띠와 리아는 많은 고민 끝에 촬영하고 고른 사진들이라며 몇 장의 사진을 내게 보내왔다.

ⓒ Detti & Ria
빨간 고추와 마늘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헝가리 전통 의상을 입은 인형들의 모습이 보이고, 헝가리 전통 문양이 그려진 접시들이 보이고…. 데띠와 리아는 단편적이지만 헝가리의 특징들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 이 사진을 선택했다고 했다. 헝가리에서 고추와 마늘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신기해했던 것처럼, 언젠가 내가 우리나라 고추 말리는 풍경이 담긴 사진을 데띠와 리아에게 보여줬을 때 그들도 놀라며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고추와 마늘이 있는 헝가리 풍경은 지금 봐도 신기하고 재밌게 느껴진다.

ⓒ Detti & Ria
부엌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시는 할머니의 모습. 냄비마다 맛있는 음식들이 그득하다. 데띠와 리아는 헝가리 시골집의 평범한 부엌과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소박하지만 헝가리의 따뜻한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담아내는 풍경이란 생각이 들어서"라고.

ⓒ Detti & Ria
ⓒ Detti & Ria
페치(Pecs)에서 열린 포도 축제 현장. 헝가리에서 포도와 와인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포도 축제 모습과 와인 저장소의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데띠와 리아는 많은 한국인들이 헝가리 포도와 헝가리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 Detti & Ria
평생을 농부로 살아오신 자기 아버지의 모습은 헝가리 사회를 대표하는 여러 모습 중 하나라고 했다. 사회주의 헝가리에서 사시다가 지금은 개방화된 헝가리에서 사시는 아버지는 많이 혼란스러워하기도 하셨으며, 때로는 과거 사회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도 하신다고 했다. 데띠와 리아는 이는 자기 아버지 한 명의 모습이 아니라 아버지 또래 기성세대들의 보편적인 모습이기도 하다고 했다. 데띠와 리아는 큰 변화를 겪은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란 건 알지만, 때로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 빨간 순대처럼 생긴 소시지.
ⓒ Detti & Ria
ⓒ Detti & Ria
지난해 초겨울 아버지가 돼지를 잡아 만들어 놓은 소시지와 훈제 등이 지금도 음식 저장소 천장에 매달려 있다고 했다. 데띠와 리아는 자기들처럼 젊은이들은 이제 집에서 만든 것보다는 가게에서 파는 소시지를 훨씬 즐겨 먹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아침 식사 때마다 이 소시지들을 꼭 함께 드신다고 했다. 데띠와 리아는 그래도 막상 자기 집 음식 저장소 천장에 더 이상 이 소시지들이 매달려 있지 않다면 허전하고 어색할 것 같다고 했다.

ⓒ Detti & Ria
내가 헝가리에 있는 동안 늘 텅 빈 성당 모습만을 보여줘 안타까웠다며, 마을 사람들로 가득 찬 성당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내왔다. 지금도 보통 때는 거의 사람들이 없지만, 이때는 큰 지역을 담당하는 신부님이 오셔서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데띠와 리아는 “그래도 여전히 젊은 친구들은 거의 볼 수가 없지?”라는 말을 덧붙였다.

ⓒ Detti & Ria
데띠와 리아는 헝가리를 보여주는 독특한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사진을 보낸다고 했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빚은 후 말아서 만든 케이크의 일종이라고 했다.

ⓒ Detti & Ria
마지막으로 헝가리를 상징하는 두나강(다뉴브강)과 세체니다리(체인브리지), 의사당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데띠와 리아는 헝가리를 찾은 사람들은 누구나 한 장쯤은 갖고 있을 그런 사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헝가리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기도 하다고 했다.

데띠와 리아는 마지막으로“헝가리라는 작은 나라를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줘 고맙다”며 “앞으로 헝가리와 한국이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 한마디를 꼭 전해달라고 했다. "헝가리로 많이 많이 놀러오세요!"라고.

덧붙이는 글 | 부족하고 짧았던 헝가리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하지만 다음 헝가리 여행을 또 준비하고 있으니 이번이 정말 끝은 아니겠죠? 다음 번에 또 더욱 깊이 있고 새로운 헝가리 얘기로 많은 분들과 만나뵈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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