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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물실험과 관련된 두 가지 사건이 영국사회를 강타했다.
영국의 동물권(Animal Rights) 옹호주의자들은 지난달 실험용 동물 사육장소인 '기니피그' 농장을 각종 위협으로 폐쇄에 이르게 만든 데 이어 이달 초 미국 동물권 옹호주의자들과 함께 의약품 생산회사인 '헌팅던 생명과학'의 뉴욕상장을 무기한 연기시켰다.
동물권 옹호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이처럼 거세지자 동물보호가 우선이냐, 인류의 과학발전이 우선이냐를 놓고 영국내 과학자들과 영국민들, 동물권 옹호론자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인간이 즐기기 위해 동물을 죽여?"
 | | | ▲ 왕립 동물보호협회(RSPCA)의 웹 사이트. 사진은 뱀을 보호하자는 내용 | | | | 영국은 동물 보호가 '문화'로 자리 잡혀 있는 나라다. 애완동물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서부터 동물 TV 다큐멘터리(국내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은 대부분 영국 BBC가 제작했다)에 이르기까지 영국인들의 삶은 동물들과 늘 함께 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824년에는 '왕립 동물보호협회'라는 국가단체까지 생겼다.
영국에선 1960년대에 이미 동물 보호가 사회의 중요 이슈로 대두되었는데, 수백 년 전통의 귀족 스포츠인 '여우샤냥'이 주요논란 거리였다. 인간이 즐기기 위해 수렵활동을 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 여우사냥은 수많은 논란 끝에 지난해 노동당 정부가 이를 불법화함으로써 일단락 됐다.
동물권 옹호주의자들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을 도구로 사용하는 행위 금지'를 주장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채식주의 생활 및 동물 피혁으로 만들어진 옷이나 신발 등을 거부하며 생활한다. 그간 이와 관련된 사상이나 윤리 및 동물권에 대한 이론 연구도 활성화 됐으며, 각종 운동단체도 조직돼 왔다.
1975년에 호주 철학자 피터 싱어는 <동물해방>이란 책으로 영국 동물권 옹호주의 운동에 바람을 일으켰으며, 같은 해 영국에서는 '동물해방전선(ALF)'이란 단체도 생겨났다. 또, 최근엔 환경 및 동물 보호 사상을 학문적으로 집중 연구하는 랭카스터대학교의 '환경, 철학, 공공정책 연구소'란 학과도 설립되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동물 실험이 큰 문제로 인식되는 것은 당연하다.
기니피그 농장은 왜 문을 닫았나
 |  | | | ▲ 하베이씨도 동물권 옹호주의자들로부터 위협을 받았다는 내용의 BBC 기사. 사진은 하베이씨가 받은 편지. | | | 지난 달 23일에 문을 닫은 스태퍼드셔 주 뉴처치의 대얼리 오크 농장은 지난 30년간 영국의 여러 과학 연구소에 동물 실험용 쥐인 기니피그(Guinea pig)를 제공하면서 동물권 옹호론자들로부터 각종 위협을 받아왔다.
이 농장을 운영해온 크리스토퍼 홀과 그의 가족들은 과격한 동물권 옹호주의자들의 협박과 기물파손 행위를 6년이나 겪었다.
홀씨 가족뿐만 아니라 농장과 관련된 사람들도 공격받았다. 농장에 연료를 제공하는 로드 하베이도 그중 한사람이었는데, 그는 동물권 옹호주의자들로부터 생명위협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베이는 "네 사업과 너를 폭파해 버리겠다"라는 섬뜩한 내용이 담긴 편지까지 받은 끝에 2003년에 농장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이런 상태에서 2004년 10월, 농장 근처 교회의 마당에 묻혀있던 홀의 장모 무덤이 파헤쳐지고 유골 재가 도난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하자 결국 지친 홀은 지난달 23일, 기니피그 사육중단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홀씨는 "농장은 당분간 문을 닫을 예정이고, 내 자녀들이 현 농장을 일반 농장 형태로 전환해서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  | | | ▲ 홀씨 농장이 결국 문을 닫았다는 내용의 BBC 뉴스 기사 | | | 홀씨는 "내 장모가 살아생전에 평생 동물들을 사랑했었으며,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훌륭한 분이었다"며 "이제 농장 폐쇄했으니 유골 재를 돌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영국 제약산업협회(ABPI)장인 필립 라이트는 "농장 폐쇄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기니피그들은 호흡기 관련 질환의 새로운 약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존재다"라는 논평을 즉각 발표했다.
반면 동물권 옹호주의자들은 신이 났다. 8월 23일자 BBC 뉴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뉴처치의 기니피그를 살리자'라는 단체 소속으로 농장 폐쇄 운동을 주도한 존 홈스는 "내 생애에서 가장 기쁜 날이다. 기니피그들이 모두 풀려나기를 원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또 동물권 옹호단체 대변인인 로버트 콕스웰은 24일자 <미러>지에 "이제 옥스퍼드 대학교와 헌팅던 생명과학에 초점을 맞추자"라며 이 활동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 | | ▲ 한 동물권보호단체 홈페이지에 실린 기니피그 농장 폐쇄 관련 글. | | | |
"강아지 죽여 돈버는 회사는 필요 없다"
기니피그 농장이 문을 닫긴 했지만 동물권 옹호주의자들의 주 공격 대상은 영국 대학의 동물실험실이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교처럼 실험이 대량으로 행해지는 학교 앞에서의 시위는 연례행사다. 그렇지만 동물권 옹호주의자들의 가장 큰 적은 따로 있다. 동물실험으로 이윤을 내는 '헌팅던 생명과학'이란 회사가 바로 그것.
헌팅던 생명과학은 동물권 옹호주의자들의 '활약'으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가디언>지 9월 8일자는 헌팅던 사와 뉴욕 증시 측이 동물권 옹호주의자들의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게 상장 연기의 이유라고 밝혔다. 헌팅던 생명과학은 1952년에 영국에서 만들어진 회사로 제약, 화학, 식품 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이 연구를 위해 동물실험을 광범위하게 진행하면서 동물학대 논란을 빚어왔다.
 |  | | | ▲ 동물권 옹호주의 단체인 '헌팅던사의 동물 학대 중지'의 웹 사이트. | | | 동물권 옹호주의자들은 1980년대부터 이 회사가 동물을 학대한다는 증거를 캐내기 위해 노력했으며, 지난 99년, 잔인한 실험현장을 비디오로 포착해 일반에게 공개했다. 이 일로 '헌팅던 사의 동물학대 중지(Stop Huntingdon Animal Cruelty)'라는 단체까지 만들어져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영국내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고생하던 이 회사는 2002년에 미국인 자본가에게 매각되어 미국으로 거점을 옮겼으나 이는 미국내 동물권 옹호주의자들의 반대마저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현재 영미권의 동물권 옹호단체들은 공동으로 "헌팅던 사의 진실을 뉴욕 증시에 말해주자. 강아지 죽이는 회사가 증시에 들어가려 한다"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편, 9월 9일 브라이언 카스 헌팅던 사장은 <채널 4>와의 인터뷰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에도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많다"며 "곧 증시에 상장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며 계속 노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동물보호냐, 인류과학 발전이냐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가장 크게 걱정하는 사람들은 역시 과학자들과 의약 분야 종사자들이다. 기니피그 농장이 폐쇄되자마자 영국 '의약연구협회(RDS)'는 즉각 "동물 옹호 극단주의자들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요구된다"며 영국정부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의약연구협회는 이와 함께 영국내 과학자와 의사 500여명이 '의약연구를 위한 동물실험 선언'에 서명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폴 너스 경(암세포 연구로 2001년 노벨 의학·생리학상 수상)을 비롯해 세명의 노벨상 수상자, 190명의 왕립의학협회 회원들, 250명의 교수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준비 중이었던 이 선언은 23일 농장 폐쇄 발표 직후 하루 만에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의약연구협회장 사이몬 페스팅 박사는 "의약 연구를 위해 동물실험 단계는 필수적이기 때문에 동물실험 관련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헌팅던 사에 대한 계속되는 위협은 물론, 헌팅던 사 다음으로 공격을 많이 받는 옥스퍼드 대학교도 걱정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8월 31일 영국 정부는 영국의 동물해방전선에서 강연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미국 철학자 스티븐 베소의 방영을 불허하겠다고 발표했다.
 |  | | | ▲ 한 동물권 옹호단체의 웹 사이트. 원숭이 뇌 실험 사진을 게재해 놓았다. | | | 동물 사랑에 많은 관심을 쏟는 영국인들이지만, 지난달 기니피그 농장 폐쇄 사건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BBC 여론게시판에서 한 여성은 "나는 채식주의자이고 동물권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인류와 과학발전을 위해 동물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장 폐쇄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무덤을 파는 일은 나쁜 일이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일반인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농장폐쇄라는 성과를 만들어냈으니 다행이다"라는 견해도 제시됐다. 동물권 옹호론자들은 "실제로 상당수의 동물들은 실험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죽어가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반면 헌팅던 사 문제는 기니피그 농장 사건과 달리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이 회사를 기억하는 일반인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동물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동물학대로 유명한 헌팅던 사의 뉴욕 증시 상장 추진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권 옹호론자들은 헌팅던 사가 동물실험을 중단할 때까지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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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9-14 14: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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