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다음은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3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눴던 일문일답을 간추린 주요 내용이다.

▲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30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의원 만찬 간담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무엇이었나.
"모두 발언에서의 '내 정치인생의 총정리', 그리고 나중에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호남지역 타격 받을 수 있고, 그것이 무서워서 탈당하네 마네라는 말이 나오면 내가 먼저 나가겠다고 했다. 또한 정치는 선택의 예술이라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또 한 일간지는 잘못 인용했던데, '민주주의는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지만,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완성시킬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연정을 반대하는 의원들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반응은 어떠했나.
"송영길 의원이 군주론 제왕론을 논하면서 추상적으로 리더십 스타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면서 상반된 격언을 예로 들며 나도 고집이 있고 따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에서만큼은 이런 이야기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대통령의 언어습관에 대해 자꾸 문제제기를 하는데, '이것은 비난의 무기는 될지언정, 조언의 무기는 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차간에 양해하고, 적어도 우리당 내에서는 이야기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 의원들이 수긍하던가.
"잘 모르겠다."

-만찬 간담회 끝나고 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먹은 것으로 아는데, 분위기는 어땠나.
"난 참정연 사람들과 술을 먹었다. 참정연은 당에서 진보적인 정파인데, '대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위해서인지가 명확하다면 말이다. 오히려 당내에 뿌리깊은 지역주의 성향이 있다고 본다. 의도된 지역주의라기보다 너무나 오랫동안 이런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당내에서 대연정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지역주의에 물들었다는 말인가.
"호남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계속 나오는 것은 지난 16년간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 지도자로 있을 때는 호남이 한번도 분열된 선택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하나밖에 없는 정치를 해오다가 2004년도에 처음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두 당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것이 낯선 것이다. 이데올로기 측면보다 이해관계 때문에 오는 것이다. 자기 선거구에서 경쟁을 하기 싫은 것이다. 그런 무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연정론을 비판하는 사람이 인지하고 있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무의식적인 세계에서 호남 내의 경쟁 구도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만 대연정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수도권 의원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수도권 의원들도 지역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수도권 선거전략이 뭔지 아나. 지난번 성남 중원 선거에서 나타난 선거전략은 호남표의 결집이다. 민주당에 표를 빼았기면 우리는 진다는 공포감에 수도권 의원들이 사로잡혀 있다. 수도권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으로 호남표 결집+개혁 세력+α(알파). 이 선거전략이 지난 20년 동안 수도권을 지배해온 선거전략이다. 그러니까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갇혀있는 덫이다. 대통령은 이 덫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연정론 비판하는 사람, 호남내 경쟁 구도에 공포 있다."

-산적한 현안과 과제들이 많은 지금 시기에 지역구도 극복 문제를 가장 큰 과제로 설정한 대통령에 대한 지적도 많다.
"만찬 감담회에서도 그 얘기가 나왔다. 지금 대통령이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지금 아프지 않다고 암이 암이 아닌 것이 되지 않는다. 지금 아프게 느끼지 않아도 암은 암이다. 언제든 암은 터져 나온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 예로, 지난 85년 총선에서는 독재 대 민주의 구도였지 지역구도가 없었는데, 불과 2년 후에 1987년도 대선에서 극단적 지역구도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당선으로 일정부분 지역구도가 희석된 것은 아닌가.
"노 대통령은 소위 호남에 기반을 둔 호남당의 후보로써 영남 출신이었다. 그래서 득표도 많이 했고, 총선에서도 득표율이 높아졌지만, 또다른 후보구도가 성립되면, 과거 상황으로 복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임시처방에 불과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29% 지지도에 상당히 낙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이같은 시기에 대연정과 선거구제 개편 얘기가 나온 것인가. 이에 대해 음모론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것은 기자들의 편견이다. 대통령이 연정을 11인 회의에서 말한 것은 6월 24일이었다. 그때는 지지도가 29%가 아니었다. 이 문제를 말할 때, 이미 구상은 다 서 있었다. 그 구상은 4.30 재보선 때부터였다. 4.30 재보선 전에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40%대에 가 있었고, 열린우리당 지지율도 괜찮은 시점이었다. 마음 속으로 결론을 내놓고, 언제 이야기를 할까 기회를 보고 있다가, 4.30에서 과반수가 무너지고 구조적인 문제가 노출됐으니 그 때 하려고 한 것이다. 다만 내부에서 워낙 반발이 많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못하고 끌려오다가 6월에 내놓은 것이고 그 논쟁이 두 달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17대 총선 끝나고 국회에 와서 연설할 때 '정치권이 선거구제를 합의해 온다면 내 권력의 절반 이상이라도 내놓겠다, 협상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것에 대해 언론들도 무관심했고, 국회와 정당들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래놓고 지금와서 대통령이 '생뚱맞다, 엉뚱하다, 갑자기 왜 이야기하냐'고 하는 것은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연정' 제안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다.
"지역주의 극복 방안이 대연정은 아니다. 대연정은 지역주의 문제와 별로 상관이 없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선 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견해이며 내 의견이기도 하다. 선거구제가 개편된다고 지역주의가 완전히 극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지역주의가 부활한다는 것이다.

지역구도 해소의 필요조건은 선거구제의 변경이지 대연정이 아니다. 선거구제만 변경하면 대연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선거구제를 변경하고, 또 대연정도 하면서 여야가 공정하게 새로운 룰에 따라 게임을 하면 2년 동안 국정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느냐, 원한다면 주도권까지 주고 국정에 참여시키겠다는 제안이다."

-두당 합치면 270석인데 야당이 없어도 되나. 그런 상황에서 견제를 누가 하나.
"대연정이라는 것은 정부의 주도권을 준다는 것이다. 정부를 함께 구성해서 국정을 운영하고 국회에서 입법을 할 때는 양당 국회의원들은 따로 당 소속이 있으니까 함께 모여 의총같은 것을 하자는 것이다. 지금 본회의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경험에는 없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이기에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 '창조'라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이다. 불확실한 것에 도전하지 않고서는 어떤 창조도 없다."

"연정 구상은 4.30부터... '생뚱맞다'면, 기억력에 문제있다"

-정서적으로 한나라당과의 연정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나.
"외국 사례는 있지만 우리가 학습해 본 적도 없고 경험적으로 겪어본 바도 없다. 또 역사적인 상처 때문에 심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심정적으로 대연정하는 것에 대해 나도 싫다. 그렇다고 마음내키는 대로 한다면 해결되지 않는 것이 뻔하지 않나."

-시민사회도, 여당 내 일부 의원들도 제일 우려하는 것이 '정체성' 문제이다."
"정체성이 왜 문제인가."

-개혁성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 아닌가.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갖고 개혁성이 없다고 욕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데 그것을 왜 걱정해주나. 맨날 '열린우리당이 개혁성을 다 상실해서 지지기반이 없다'고 비판해오지 않았나. 어차피 다 상실했는데, 뭘 한들 안타까워서 그런가."

-그나마 완전히 탈색할까봐 걱정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지 말라고 그래라. 열린우리당이 개혁성을 완전히 상실하면 그 자리에 다른 정당이 들어올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확장해 오든가, 새로운 정당이 나오던가. 뭘 그렇게 걱정하나."

-개혁성 후퇴와 관련해 국보법 폐지 문제가 2∼3년 묻힐 수도 있다고 했는데?
"참 어려운 문제다. 국보법은 이제 폐지해야 한다. 국회의장이 심사기일을 정해 처리하면 지금이라도 처리할 수 있지만 열린우리당이 배출한 국회의장도 보수적인 게 현실이다. 국회의장이 집권 상정하는 것에 대해 국회의장을 잘 아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유시민 의원을 한나라당 의원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평가이다.

국가보안법을 그냥 놔두면, 박근혜 대표나 이명박 시장이 집권하면 금방 살아난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가 마취제를 놓았는데, 국민의 정부 때는 마취제를 덜 놓아서 아무나 물어서 희생자가 생겼다. 참여정부 들어와서는 거의 잠자고 있는 형국이다.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가면 다시 기지개를 편다. 이것은 명백하기에 폐지를 시켜야 한다. 아니면 계속 폐지될 때까지 계속 잠자게 해야 한다. 그러나 연정을 하게 되면 당분간 계속 잠을 잘 것이다. 한나라당도 연정을 하면 깨우지는 못할 것이다."

-만약 연정이 계속 이뤄진다면 국보법 폐지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연정을 계속 하게 되면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폐지를 유보하게 되는 것이고, 한나라당은 이것을 깨우지 않는 것이 된다. 박근혜 대표가 총리를 하더라도 법무부장관이나 국정원장에게 누가 막 설치고 있는데 잡아넣으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예의를 지키면서 노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폐지법안을 발의해 놓은 채 재울 것이다. 그 다음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인데, 국민의 판단에 다시 맡겨야 한다."

"연정하면 국보법 폐지 당분간 잠자게 될 것... 다음은 국민 판단에"

-대연정은 선거구제 개선을 위한 협상용 카드라고 말했는데.
"진지한, 진실한 협상 카드다."

-사실상 압박용 카드 아닌가. 일부에선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는데, 지역주의 지지를 옹호하는 세력을 압박하면서 선거구제 문제를 관철시키려는 의도라는 말도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경쟁관계 아니냐. 연정을 하자는 것은 경쟁관계에 있지만 한시적으로 좀 잘지내보자는 뜻이 아니냐. 당연히 유혹하는 요소와 압박하는 요소가 다 들어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선사업하느라 대연정을 제안한 것이냐? 그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받으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에 다 좋기만 하면 우리당은 바보인가."

-그럼 대연정은 왜 제안한 것이라고 보나.
"대통령이 연정을 제안한 것은 만방 싸움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서로 대마를 잡아 만방으로 이기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공생하고 상생하면서 반집 싸움을 하자는 것이다. 이겨도 져도 서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지 않는 그 게임으로 한국 정치를 바꿔야 한다. 게임의 양상을 죽기 살기 게임의 양상에서 반집 싸움으로 집짓기하는, 긴호흡으로 하는 싸움으로 가자는 것이다. 이게 상생 아니냐. 한나라당도 상생 주장했고, 우리당도 총선 끝나면서 상생, 화합 주장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인 상생 제안이 어디 있나. 그런데 한나라당은 침 퉤퉤 뱉고, 발로 차고 막 그러지 않나. 지금까지 싸우지 않는 국회를 주문하던 언론인들 다 어디 갔나."

-연정의 성사 가능성을 몇% 정도로 보고 있나.
"평론가들이나 가능성을 재는 것이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일을 성사시키려고 계속 밀어붙인다. 대통령은 대연정이 되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저 역시 되면 괜찮다고 본다.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이고, 역사를 걱정하는 분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저는 대통령 만큼 큰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지 몰라도 심정적으로 퍽 안 내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저는 대연정은 성사되지 않아도 괜찮고, 돼도 괜찮다고 본다. 그렇지만 선거구제는 개편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반대가 불보듯한데 선거구제 개편이 성사되겠는가.
"선거법은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도그마를 깨야 한다. 선거법은 다수파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수파와 소수파가 모두 합의해서 고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까지 인정한다. 그러나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 중에 어느 하나가 못된 심보를 가지고 '나는 때려죽어도 못하겠다' 버티면 선거법 개정을 못하는 것이냐? 그게 민주주의인가?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언제까지 한나라당에게 정치생명을 맡겨야 하나.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선거법 손도 못 대나?"

-그럼 다른 야당과 함께 표결처리를 강행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최대한 설득하고 호소하겠지만, 안되면 표결처리해서라도 선거법 개정을 해야 한다. 1노3김이라는 정치 지도자들이 1987년 이후에 민주화 시대를 열어가면서 만든 제도가 지금의 대통령 선거제도, 국회의원 선거구제이다. 하지만 지금은 선진정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못 바꾸겠다고 주저앉아 있으면 대한민국이 20년 전의 틀을 가지고 앞으로 20년을 계속 가야 된다는 이야기인가. 이것은 '횡포'이다. 여당이 혹은 민주노동당, 민주당까지 포함해서 다른 정당들이 시도하는 노력들을 전부 술수, 음모 등으로 폄훼하면서 저렇게 주저앉아 있으면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 선거구제를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보나.
"민주노동당 같은 정당이 13%나 득표하고도 의석이 3.3%라는 것이 말이 되나. 민주당이 7%로 득표했는데, 3%밖에 의석이 없지 않나. 열린우리당이 정당지지율 38% 가지고 150석 받았는데 이것은 51%이다. 국회는 국민의 뜻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인데, 대의기관 구성자체를 국민이 정당을 지지해 준 것과 동떨어져 구성한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국민이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만큼 그 정당은 의석을 가져야 한다. 100%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거의 근접하도록 하는 게 선거구제 개편의 핵심이다. 이를 핵심으로 규정할 경우, 민주노동당이 선호하고 있는 독일식 제도가 가장 좋다고 믿고 있다. 그런 법안을 내는 데 참가할 것이다."

"설득해서 안 되면 표결처리로 선거구제 개편, 독일식 제도가 가장 좋다"

-노 대통령이 2선 후퇴, 임기단축을 이야기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대통령의 임기단축이나 2선 후퇴의 전제가 되는 것들이 있다. 지역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제도, 그 제도에 근거해서 우리가 선진적인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변화,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고 잘하는 데 있어 대통령의 존재가 걸림돌이 된다면, 이 걸림돌을 스스로 제거하겠다는 뜻이다.

임기단축이 필요하면 그럴 수 있고, 퇴임 전에 권력을 다 내놓고 상징적인 국가원수로서, 내각책임제의 대통령과 같은 지위로 가라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권력을 다 내각에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개헌까지 다 포함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은 선거구제의 변경과 문화적인 고양과 향상이 본(本)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말(末)이다. 권력구조 개편은 내각책임제가 됐던, 정부통령제가 됐던, 4년 중임제가 됐던, 이런 것들은 정치인들이 자기 이해 득실이라든지, 실현 가능성을 따져서 상의해 오면 다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기 퇴임은 당연히 없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대연정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대연정 제기 방식이라든지, 당청 간의 엇박자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의 진퇴가 걸린 문제를 어떻게 당하고 상의하나. 상의하면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하겠나. 대통령도 그 말을 했는데, '지도자가 참모하고 상의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는 것이다, 청와대 수석 비서관이나 보좌관들에게 내 권한을 조기에 이양하거나 임기 단축도 받아들이겠냐고 상의하면 '그러십시오' 하는 참모가 있겠는가. 상의가 안되는 내용이다. 대통령이 판단하고, 상황에 맞게 풀어가면서 할 것이다."

-대통령이 독주하고, 당이 뒤따라가는 형국이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은 매우 유대가 강하고, 법적으로 열린우리당은 여당이고,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소속의 수석 당원이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사실상 독립된 정치주체로 봐야 한다. 우리당은 대통령의 선택에 종속되는 존재가 되어서도 안 되고 우리당은 스스로 당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대통령의 선택이 때로 우리당을 고려하고 배려하고 이익이 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때로는 대통령의 선택이 우리당에 대한 도전으로 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도전에 대해 우리당이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대통령은 최우선적으로 우리당의 입지를 고려하고 배려하겠지만, 그러나 이것이 대통령의 선택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이미 아니다. 우리당은 대통령의 의중이 뭐냐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선택이 있으면 그 선택을 인정하고 그 선택이 우리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 선택을 도전으로 인식하고 어떻게 응전하는 게 우리당을 위해 좋은 것이냐를 따져야 한다. 대통령이 왜 이러냐 따지고 불평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반대가 많은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결단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보나.
"이것은 대통령의 선택이지, 당의 선택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거부할 수 있다. 만약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좋다 선거구제 개편 합의하자' 선언하고 앞으로 모든 문제는 국회에서는 정당끼리 협의한 다음에 표결처리 문화를 세워야겠다 선언하고 그런 다음에 '내가 총리하겠다'고 나왔다면, 우리는 그 대연정이 싫다고 거절할 수 있다. 거절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열린우리당의 선택이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은 대통령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렇기에 박근혜 대표를 총리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총리가 헌법에 보장돼 있는 각료제청권을 행사할 경우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 대표는 자기가 내각 구성하면서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에도 입각하겠느냐 물어볼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거부하고 개별 의원들이 찬성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선택이 아니라 대통령의 선택이기에 열린우리당에게는 강제된 것도 아니요, 무관한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의 냉담한 반응에 대해선 개의치 않나.
"한두 번 찍어서 넘어가지 않는다고 도끼 두고 갈 수는 없지 않나. 열 번 찍어 꼭 넘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열 번도 찍어보지 않고 그냥 가는 것은 나무꾼의 도리가 아니지 않나."

"우리당, 대통령에 종속되지 말고 스스로 활로 모색해야"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대변인이라는 직함이 하나 생겼다. 만족하나.
"사람들이 자꾸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듣기에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 한두 마디 한 것이지 나는 대변인이 아니다. 나와 대통령은 별개의 정치주체이다. 나는 여당 지도부의 한 사람이고, 대통령은 임기 종료 2년 반을 앞둔 지도자이다. 우린 서로 다르다. 대통령의 선택이 나의 선택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에 잘 듣고, 나의 행동에 반영될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거기까지 반영하면 끝나는 것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 노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것은 지역구도 극복, 국민통합, 한국 정치질서에 따른 재편 등 이른바 선진화 정치를 위해서는 87년 정치 청산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한은 다른 어떤 노력을 해도 안 되기 때문에 지금 필요조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하는 모든 것이 올바르고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점에서 한 표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