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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적 연주자 김기종씨가 나뭇잎을 따서 연주하고 있다.
ⓒ 김진석

"풀피리(초적)로 무슨 곡이든지 연주할 수 있다. 중국에 풀피리 연주자가 한 명이 있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 맥이 이어지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다. 수업 시간에 풀피리를 연주하면 학생들도 관심이 높다."

풀피리 연주자 김기종(42, 민족사관고 교사)씨의 말이다. 풀피리가 가장 원초적인 음악이라 보고 있는 그는 <초적산조>라는 시디 음반을 내기로 하고, 조만간 녹음 작업에 들어간다. 요즘 곡목 선택 등으로 분주한 그는 풀피리를 대중화할 음반이 나온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풀피리 연주자는 서너명뿐이다. 풀피리는 2000년 서울시무형문화재(24호)로 지정되었는데, 박찬범 선생이 기능보유자이며 김씨는 준 기능보유자다. 그는 인공이나 기계적 요소가 전혀 가미되지 않은 풀피리를 청소년들에게 가르치고 있어 더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9년째 민족사관고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수업할 때 풀피리를 학생들과 함께 불기도 한다"며 "해마다 민족사랑음악회를 여는데 학생들이 풀피리를 연주할 때면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악학궤범>에도 풀피리에 관한 기록이 나오는데, 그같은 근거로 볼 때 우리 민족의 풀피리 역사는 천년 쯤은 되는 것 같다. 옛날에는 산에서 나무베는 작업을 하면서 나뭇잎을 따서 불었을 것이고 특히 촌로들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일제시대 이후 그 맥이 끊겨서 아쉽다."

"풀피리는 어떤 인공도 없는 원초의 소리, 다른 민족은 만들지 못해"

▲ 김기종씨는 어떤 나뭇잎이라도 입술로 불어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으며, 겨울에는 분재를 활용하기도 한다.
ⓒ 김진석
김씨는 어릴 때부터 전통음악에 입문해 대금, 향피리, 태평소 등 삼현육각을 전수받았다. 그는 1990년부터 풀피리에 관심을 갖고 박찬범 선생과 함께 풀피리를 재현했다.

그는 그동안 풀피리로 숱한 공연도 가졌다. 2003년에는 일본 전통음악연주단과 풀피리 협연을 가졌으며, 전주에서 열린 세계소리축제의 '무초와 춤을'이란 연주회에서 풀피리를 재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월 나주삼현육각연주단 창단식과 6월 환경연대가 윤보선 고택에서 연 행사 때도 초청되어 풀피리를 연주했다.

그는 "지금까지 모스크바와 우즈베키스탄 일본 등지에서 무대에 선 적이 있는데, 외국인들이 나뭇잎으로 연주를 하는 걸 보고 놀란다"면서 "그 쪽에는 아예 그런 연주가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나뭇잎이든지 그의 입술에 닿으면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그는 나뭇잎이면 모두 입술로 불어서 소리를 낼 수 있지만, 연주하기에 좋은 나뭇잎으로는 호두나무, 느티나무, 유자나무, 벤자민 등을 들고 있다.

겨울에 나뭇잎이 없을 경우에는 분재를 활용한다. 그는 "겨울에는 나뭇잎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분재를 이용하는데, 특히 분재를 무대 탁자 위에 올려놓고 나뭇잎이 달린 상태에서 연주를 하면 관객들은 더 놀란다"고 말했다.

"서양음악 악기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가야금이며 대금도 모두 인공과 기계가 가미된 소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풀피리는 인공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원초적인 소리라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세계 어느 민족도 만들지 않았던 풀피리를 만들어냈다. 풀피리는 가장 한국적인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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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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