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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휴간한 <당대비평> 전 편집주간 김진호 목사.
ⓒ 조성일
"종간이나 폐간은 아닙니다. 새 발행처를 찾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르면 내년 봄호, 늦어도 내년 가을호로 복간하겠다는 목표로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발행처였던 도서출판 '생각의나무'(대표 박광성)가 발간 지원을 포기함으로써 2004년 겨울호를 기점으로 사실상 휴간에 들어갔던 인문사회 비평 잡지 <당대비평>. 하지만 지난 4일 만난 <당대비평> 김진호 전 편집주간(43)은 '폐간'보다는 '복간' 쪽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었다.

"<당대비평>이 그동안 나름대로 한국사회의 담론을 펼치기 위해 살아남으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며 김 전 주간은 "지금까지 <당대비평>이 보여준 비평 매체로서의 한계와 '내용의 위기'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성찰적 자세로 되돌아보면서 복간호는 이런 한계를 극복한 제2의 창간호를 만들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창간 당시 편집위원 체제로 잡지를 만들다 생각의나무로 오면서 제가 편집주간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그 실험은 저의 한계로 실패한 것 같고, 해서 복간호부터는 다시 편집위원체제로 가되 발행인이 주간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5월 생각의나무와 결별하면서 편집위원인 덕성여대 정진웅 교수(인류학)를 <당대비평>의 새 발행인으로 추대했다며 김 전 주간은 아직 이름을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편집위원 보강을 위해 몇몇 인사들을 현재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대비평> 휴간의 직접적 원인은 계간 <인물과 사상>과 계간 <사회비평>, 격월간 <아웃사이더> 등 여느 진보잡지들과 다르지 않은 재정적 문제이다.

<당대비평>은 계간지 중 서점판매율이 가장 높았지만 정기구독자가 적어 매호 2000부 정도 판매되었는데, 이 정도의 판매량으로는 적자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1997년 가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의 작가 조세희씨와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주역인 문부식씨, 소설가 윤정모씨 등 세 사람이 창간한 <당대비평>은 당대출판사를 시작으로 도서출판 삼인을 거쳐 생각의나무에 둥지를 틀고 8년 동안 통권 28호와 4권의 특별호를 내면서 우리 사회에 적잖은 영향을 끼쳐왔다.

"우리나라는 물론 경제강국도 아니고 선진국도 아니며, 넙죽넙죽 빌어다 쓴 외채가 하늘에 닿을 정도로 많아 해마다 피땀이 밴 수십억 달러, 가슴이 미어지는 백억 달러 안팎을 원통하게도 국내의 눈물과 한숨 어린 긴급한 문제들에 못 쓰고 자본과 기술의 '본국'들인 선진세계에 고스란히 이자를 바쳐야 되는 분수 모르고 설치기만 하는 만년 허풍선이 개발도상국일 뿐이다."

당시 편집인이었던 조세희씨가 썼던 '무산된 꿈, 희망의 복원'이라는 제목의 창간사 한 구절로, '아이엠에프 체제'를 예견하는 듯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등 <당대비평>은 창간호부터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며 크고 작은 화제를 만들어냈다.

특히 <당대비평>은 한국사회를 본격적으로 양분화시키면서 동시에 희망을 해체하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한편 '우리 안의 파시즘'이라는 주제를 통해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민족주의, 국가주의, 패권주의, 남성중심주의를 전면적으로 비판하는 등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또한 한국의 종교, 통일, 식민주의 등에서부터 국가적 축제였던 월드컵에 대한 비판까지, 공론화되지 못한 예민하고 첨예한 문제들에 대한 비판과 우리 내외부의 권력 메커니즘에 저항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그러나 내부적 삐걱거림이 외부에 노출되는 등 잡음도 있었다.

이른바 창간 3주년 기념호인 2000년 가을호에 <조선일보> 문제와 '안티조선운동'에 대한 <당대비평>의 입장을 표명하는 권두언을 싣기로 하고 홍윤기 교수가 쓴 원고가 이 잡지에 실리지 못하고 월간 <인물과 사상>에 실렸던 이른바 '원고 망명 사건'과 문부식 편집위원이 <조선일보>에 연재한 '폭력의 세기를 넘어-문부식의 시간여행'을 둘러싸고 4명의 편집위원이 사퇴하는 일까지 있었다.

한편 김 전 주간은 내년에는 적어도 단행본 10권과 잡지 4권을 낼 것이라며 복간호부터는 좀 더 좌파적 포지셔닝을 하자는 편집위원들 간의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전 주간은 '당대비평 방식'의 설득력의 폭넓은 확산을 위해 글에 달린 각주 문제부터 글의 분량, 스타일, 용어 선택에 대한 개선까지 고민하고 있다며 독자층을 청소년 대학생층으로까지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 <당대비평>의 휴간 직전호인 2004년 겨울호와 올 봄에 펴낸 특별호 표지.
ⓒ 당대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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