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사진공동취재단
6.15 공동행사 마지막날인 17일 북측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사진)과 남측 인사들의 면담일정을 전격 통보하는 바람에 일부 언론들이 결과적으로 낭패를 보아야 했다.

남측이 북한에 김 위원장 면담을 공식 요청하지도 않았고, 북측이 이를 수락하지도 않았지만, '정동영-김정일 면담'은 6·15 공동행사의 최대 관심사였다. 북측이 우리 정부 대표단의 숙소를 국가지도자급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로 배정한 것을 놓고 "김정일 면담의 예비 단계", "면담 불발에 실망할 남측에 대한 배려" 등 여러가지 해석을 낳은 것도 이 때문이다.

16일 저녁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주최한 환송만찬이 끝나자 결국 면담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평양의 공동취재단이 "김영남 위원장과의 면담까지 마치고 난 뒤 북측이 김정일 위원장과의 별도 만남을 주선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남측 대표단 고위 관계자의 말을 평양발로 보내온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이데일리>, <데일리서프라이즈>, <프레시안> 등 인터넷매체들이 공동취재단 기사를 그대로 보도했고, <한겨레>의 경우 ''김정일 면담' 기대 너무 컸나'라는 제목으로 '면담 불발'에 무게를 둔 분석기사까지 내보냈다.

반면 <중앙일보>는 "(면담 성사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뜻에 달린 만큼 섣불리 예단할 문제가 아니다"는 우리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는 등 마지막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면담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던 언론들도 대표단이 평양을 떠날 시간(17일 오전 10시)이 임박하자 '면담 무산'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연합뉴스>가 '김정일-정동영 만남 왜 불발됐나'라는 제목으로 17일 오전 7시53분 송고한 기사가 대표적이다.

<연합뉴스>는 면담 불발의 이유를 ▲김 위원장이 남측에 줄 수 있는 '선물'이 마땅치 않다는 상황 판단 ▲북핵문제와 6자회담 복귀는 원칙적으로 남측과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응대만으로도 들을 말 듣고 할 말 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오전 8시25분경 북측이 정 장관에게 김 위원장과의 면담 일정을 전격 통보하며 이같은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다. <연합뉴스>는 9시23분 '정 통일, 오늘 김정일 위원장 면담 예정'이라는 긴급속보를 내보냈고, 그후 12분만에 "7시 53분 송고한 기사는 이날 오전 면담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전문 취소한다"는 공지문을 또 띄웠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어젯밤 늦게 면담이 확정된 것으로 안다"이라며 "급작스러운 면담 주선이 북쪽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김 위원장이 1998년 10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2000년 9월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 2002년 4월 임동원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특보, 같은 해 5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을 만날 때도 회동에 임박해서야 면담계획을 통보해 남측 인사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김 위원장의 '깜짝면담' 스타일로 남측 언론이 한바탕 소동을 치른 셈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