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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은 마음의 고향 같아요"
ⓒ 유영국
지난 22일 문예회관에서 열린 '05 서울연극제(5.4~5.22)' 폐막식에서 천상병 시인의 시를 바탕으로 쓴 <소풍>으로 희곡상을 수상한 김청조(61)씨. 그는 이미 대학교 3학년 때 소설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소설가이자, 80년대 인기 드라마의 작가였다.

이번에 수상하게 된 <소풍>은 작가가 평소 존경하던 천상병 시인의 시를 모티프로 시어 하나하나를 풀어서 연극으로 만들었다. 이를테면 '길에는 통행료/마실 물에도 세금을 내라는 세상'이란 시어를 당시 서민들이 처한 각박한 삶으로 풀어서 보여준다.

아울러 천상병 시인과 목순옥 여사와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 천상병 시인이 겪었던 방황과 병으로 인하여 힘들어 할 때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의 곁을 지켜준 목순옥 여사와의 애틋한 사랑 등 시는 물론 시인의 삶에도 주목한 작품이다.

소설가, 극작가, 연출가, 방송작가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김채원 원작의 <초록빛 모자>를 들 수 있는데 그는 이 작품을 처음 본 순간 너무 독특해 드라마 대본으로 각색하고 MBC베스트극장에 선보였다고 전한다.

이 작품은 친언니를 잃고 우울증에 빠진 여자가 남장을 한 채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다가 한 남자를 만나 비로소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탤런트 박영규씨가 남자 주인공역을, 서갑숙씨가 여자 주인공역을 맡아 열연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작품은 박영규씨의 데뷔작품이기도 하다.

- 정말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신다면.
"연극은 제가 이번이 첫 무대에요. 23년 전에 문단에 데뷔했는데, 무대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오랫동안 연극을 짝사랑하다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나서 좋은 공연을 하게 되어서 아주 행복해요."

- <소풍>이라는 작품은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기획을 했는데, 극단 '여행자'에서 의뢰가 왔어요. 제가 천상병 시인에 대해서 시나 소설을 쓰려고 많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런 기회가 왔기에 수락을 했어요. 시를 중심으로 연극을 만들다보니 시어가 장면으로 전환되는 아주 독특한 극이 되었지요. 시극이라기보다 일종의 음악극 형식입니다."

- 이번 공연을 마치시고 바로 집필에 들어가셨다면서요?
"제가 하는 것은 아직은 비밀인데, 원고 하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작품 써오신 지가 얼마나 되셨어요?
"68년에 데뷔했으니까, 40여 년이 되었죠."

- 데뷔는 어떻게 하셨어요?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폭양>으로 데뷔했어요. 1968년, 고려대학교 3학년 때였지요."

- 그 이후 작품활동을 소개해주신다면?
"소설은 초기에는 많이 썼어요. 그리고 중도에 제가 대학시절부터 극예술연구회 활동을 할 정도로 극을 많이 공부를 했지요. 방송작가로 활동한 경력도 이런 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 어떤 작품들이 방영됐나요?
"<초록빛 모자> <살아있는 물>, 그리고 작년에 방영됐던 <8·15특집극 최승희 2부작>이 기억에 남네요."

- 시청자들이 여전히 기억하는 작품이 있다고 들었어요.
"방송국에 전화가 불통이 될 정도로 인기였던 작품이 85년에 방영됐던 <초록빛 모자>같은 경우예요. 박영규씨의 데뷔무대였거든요. 박영규씨가 요즘에도 인기가 많지만 그 당시 정말 큰 인기를 얻었어요. 요즘에도 가끔 TV에서 박영규씨 데뷔작품 이야기할 때마다 배경화면에 나오는 것 보면 흐뭇하지요."

- 최근에는 무대에도 오르신다고 들었습니다. 작가에 집필에 연기까지 너무 다재다능하신 것 아닌가요?
"전 무대 참 좋아해요. 연극은 늘 마음의 고향 같아요. 6월 1일에 고대 100주년 기념 공연을 한다고 해서 옛날 생각도 떠올릴 겸 무대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무대는 늘 뗄래야 뗄 수 없는 공간입니다. 한 10년 전에는 연출도 했었어요. 작은 극단을 만들어서, 아들하고 같이 했는데 그때 아들은 배우를 하고, 저는 연출을 하고. 시골로 다니면서 돈 받지 않고 하는 연극을 했었죠."

- 아드님도 연극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소개를 좀 해주신다면.
"아들은 배우에서 지금은 연출(연출가 양정웅)을 하고 있어요."

- 연극은 배고프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걱정되시진 않으셨어요?
"같이 연극하기도 했지만 사실 좀 걱정되기도 했어요.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에요. 그런데 3년 전에 이집트 국제 실험 연극제에서 작품상을 받는 거예요. 그걸 보고 저도 좀 안심을 했죠."

- 이번 연극, <당나귀 그림자 소유권에 관한 재판>에서는 어떤 역할이시죠?
"처음에는 마부 부인을 맡았는데, 지금은 시간관계로 재판관 역할을 맡게 됐어요."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그의 눈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가 구상하는 새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인터뷰 내내 늘 웃음을 잃지 않고, 늘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는 모습에서 머릿가에 서린 세월의 더께는 훈장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6월 초 국립극장을 찾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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