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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열린 제41회 백상예술대상 시상 결과, TV부문은 <파리의 연인>, 영화부문은 <말아톤>이 각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TV와 영화예술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백상예술대상은 올해도 전통적인 취향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대중적이고 무난한 작품·인물들을 위주로 선정했다.

그러나 영화 <귀여워>(신인감독상) <그때 그사람들>(작품상)과 TV의 교양 <지금도 마로니에는>,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처럼 소외됐거나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작품들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재평가의 시선을 보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시상식은 다소 밋밋하고 개성없는 진행과 수상자들의 성의없고 건조한 소감 등으로 다소 축제다운 활기가 부족한 면도 있었지만 지난 1년간 국내 대중문화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자리이자, 모처럼 각 분야의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유효한 이벤트였다. 이 시상식의 인상적인 순간 몇 가지들을 모아 정리해본다.

<파리의 연인>, 이 안에 대상 있다

2004년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파리의 연인>의 신드롬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신양이 부른 '사랑해도 될까요''애기야 가자' 이동건의 '이 안에 너 있다' 등 여성팬들의 가슴을 울린 수많은 명장면 명대사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이 작품은, TV부문 대상을 비롯하여 여자연기상과 극본상 등 알짜배기 부문을 독식했다.

재벌 2세와 출생의 비밀, 신데렐라 스토리 등 대한민국 트렌디 드라마의 작위적인 요소를 모두 모아놓았다는 부정적 평가와 뒤통수를 치는 다소 허무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동시대의 대중들이 원하는 달콤한 낭만적 환타지를 완벽하게 구현한 이 드라마에 방영내 50%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시청률로 화답했다.

특히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히로인 김정은은 2002년 영화 <가문의 영광> 이후 스크린에서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하며 다소 부진하던 입지를, 모처럼의 브라운관 복귀작이었던 <파리의 연인> 한 작품으로 단숨에 회복하며 일약 톱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세상을 감동시킨 백만불짜리 영화 <말아톤>

자폐아 마라토너 배형진군의 이야기를 영화화한다고 했을때 모두 이 영화의 상업적 성공에 대해 고개를 갸웃했다. 그저 '또 하나의 신파영화가 탄생 하나 보다'라고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같은 날 개봉한 <공공의 적2>를 누르고 흥행 우위를 선점하는 등 순탄한 출발을 보이더니 어느새 52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세상과의 소통을 갈망하던 한 아름다운 청년의 도전기와 어머니의 눈물은 관객의 마음에도 공명을 불러일으켰고 '백만불짜리 다리'는 <말아톤>의 최고 유행어가 되었다. 시상식에서 <말아톤>이 수상할 때마다 클로즈업된 영화의 실제 모델 배형진군은 내내 환하고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영화의 수상을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 작품으로 영화부문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조승우는 사무적이고 짤막한 수상소감 일색이던 시상식에 모처럼 길고 낭만적인 멘트로 관객들의 환호와 닭살(?)을 동시에 일으켰다. '그저 존재감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주는 강혜정씨에게 이 영광을 바칩니다'(카메라는 그 순간 객석에 앉아있는 강혜정의 미소짓는 얼굴을 비춘다).

<안녕 프란체스카> 오, 이 당황스런 시츄에이션

올 백상예술대상에서 눈에 띄던 선택은 그다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열혈 마니아들 위주로 높은 지지를 받았던 드라마 <아일랜드>와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 쏟아진 주목이었다.

해외입양아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바탕으로 꿈을 찾아 도시를 부유하는 네 청춘의 사랑과 방황을 특유의 몽환적이 스타일로 풀어낸 드라마 <아일랜드>는 기존의 트렌디 드라마와 차별되는 실험적인 시선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안녕 프란체스카>(이하 안체)를 요즘 신세대의 코드를 읽을 수 있다.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인지도에 비하여 그동안 작품적으로는 평가에 인색한 편이었다. 그러나 드물게 오락성과 작품적 완성도 모두에서 호평을 받았던 이 작품은 기존 시트콤과 차별화된 독창적인 스타일과 캐릭터, 재기발랄한 제작진의 상상력 등이 어우려서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종래 국내 시트콤의 기본옵션인 과장와 오버, 억지봉합된 대가족의 희화화 등을 배제하고, <안체>는 전통적 가족주의에 대한 대한 냉소와 젊은 영상세대 특유의 쿨한 웃음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수상자로 나온 노도철 PD의 소감처럼, '루마니아에서 온 흡혈귀 가족'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의 이야기를, 특유의 전복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낸 제작진의 노력과 배우들의 순발력있는 연기로 그 매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안체>로 예능상을 수상하며 이번 시상식에서 유일하게(?) 감동적인 눈물을 뿌렷던 박희진도 이 드라마의 성공에 빼놓을 수 없는 일등공신. 극중 안성댁 특유의 숨넘어가는 바이브레이션으로 '오, 할렐루야, 이 감동스러운 시츄에이션'을 외치는 박희진의 수상 소감에 <안체>팬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컬투> 여러분, 코미디를 사랑하십시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에서 발군의 연기를 통해 예능상을 수상한 개그 콤비 컬투는 흔히 기대할 법한 익살스런 수상 소감대신 진지하고 의미심장한 멘트를 던졌다.

어느덧 이제 젊은 희극인들 중에서는 단연 선배급인 이 두 콤비는 최근 <웃찾사> 파동 등으로 인하여 어수선하고 경직된 코미디계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시청자들에게 코미디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을 부탁했다.

김태균은 '오늘도 습한 극장에서 개그를 위한 아이디어를 짜느라 고생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고 했고, 정찬우는 개인적인 소감 대신 '여러분 웃으면 복이 와요를 사랑하지 마십시오, 웃찾사를 사랑하지 마십시오, 개그콘서트를 사랑하지 마십시오, 한국 코미디를 사랑해주십시오'라는 멘트로, 중요한 것은 코미디 그 자체임을 이야기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스스로 웃음을 잃어버린 코미디언이 남을 웃길 수 없듯이, 신뢰를 잃어버린 웃음을 관객으로부터 냉소 밖에 받을 게 없다는 사실, 기억해둘 만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상을 꼭 받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스타들이 등장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반가웠던 스타는 군복무중으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소지섭과 윤계상이 아니었을까. 위치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건실한 청년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특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소지섭은 트로피를 치켜들고, 짧지만 힘있는 수상소감을 통해 기쁨을 알렸다. "솔직히 이 상을 꼭 받고 싶었습니다." 솔직하고 당당한 소감으로 심정을 고백한 소지섭은 '2년 후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멘트를 남기고 무대를 내려왔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에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한 남자의 슬픈 복수극을 유려하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풀어내 젊은 관객의 지지를 받았다.

얼핏 거칠고 비뚤어져 보이지만, 내면에는 따뜻한 감성을 숨긴 남자 차무혁의 캐릭터는 80년대의 까치(공포의 외인구단)나 90년대의 민이(비트)같은 낭만적 비장미로 무장한 터프가이의 21세기형 버전이었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마음 속으로 용서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 라면을 먹으면서 속으로 삼켜야했던 뜨거운 눈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어머니의 따스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질주하는 도로 위에서 눈을 감는 라스트 신 등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Try to remember, 당신들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영화부문 여자연기상 후보로 <주홍글씨>에서 연기하던 고 이은주의 모습이 떠오르자 시상식장은 잠시 경건해졌다. 남녀연기상을 수상한 조승우와 김혜수는 자신의 수상 소감 일부를 이은주를 추모하는데 바쳤고, 이어서 'Try to remember'의 타이틀이 오르는 가운데 성시경의 피아노 연주와 잔잔한 보컬 위로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곁을 떠났던 스타들의 모습이 화면에 지나갔다.

세월은 막을 수 없는 것이지만, 지난 한 해는 유난히도 많은 명배우들이 우리의 곁을 갑작스럽게 떠나갔다. 이은주, 김구미자, 김무생, 김일우, 독고성, 전운 등 항상 우리 곁에서 훌륭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었던 배우들의 추억.

그러나 이제는 다시 그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과 그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영상 위에서의 기억이 교차한다. 떠난 자에게는 떠난 이의 운명이 있는 것척럼, 남은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또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 아닐까.

김제동과 조혜련 그리고 박수홍

백상예술대상 올해 최고의 시상자는 아마도 김제동과 조혜련이 아니었을까. 건조한 시상식 분위기가 슬슬 지루해질 무렵 예능 부문을 시상하기 위해 등장한 이 유쾌한 커플은 일약 하이톤의 목소리와 유쾌한 멘트로 즐거움을 안겼다.

레크레이션 강사 출신답게 김제동은 사투리가 섞인 특유의 구수한 목소리로 청중의 박수와 환호를 유발했고, 꽤 장시간 준비했을 법한 화려한(?) 헤어스타일로 주목받은 조혜련은 예의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개그의 소재로 삼는 살신성인형 개그도 마다하지 않으며 관객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반면 잦은 말실수와 서투른 진행으로 아쉬움을 남긴 박수홍은 이번 시상식에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경직된 모습을 연출했다. 모범적이고 착실한 이미지로 시상식의 단골 MC를 맡는 박수홍이지만, 탁월한 말주변이나 순발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그의 진행은 약간 지루함을 안겼고, 간간이 날리는 조크도 타이밍이 맞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해 아쉬움을 남겼다.

덧붙이는 글 | <제41회 백상예술대상 주요부분 수상작>

▲영화 부문 

대상='말아톤'
작품상='그때 그 사람들' 
감독상=박흥식(인어공주) 
남자연기상=조승우(말아톤)
여자연기상=김혜수(얼굴없는 미녀)
극본상=정윤철(말아톤)
신인감독상=김수현(귀여워)
신인연기상=윤계상(발레교습소)
           수애(가족) 
인기상=김래원 강동원 이동건 

▲TV 부문 
대상='파리의 연인'
작품상='지금도 마로니에는'(EBSㆍ교양), 
         '안녕, 프란체스카'(MBCㆍ예능), 
         '미안하다 사랑한다'(KBSㆍ드라마) 
연출상=이성주(KBSㆍ불멸의 이순신)
남자연기상=소지섭(미안하다 사랑한다)
여자연기상=김정은(파리의 연인) 
극본상=강은정/김은숙(파리의 연인)
신인연출상=김진만(MBCㆍ아일랜드) 
신인연기상=에릭(MBCㆍ신입사원)
             이다해(MBCㆍ왕꽃선녀님) 
TV예능상=컬투(SBSㆍ웃음을 찾는 사람들), 
         박희진(MBCㆍ안녕 프란체스카) 
인기상=조인성 에릭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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