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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횟집에서 판매하는 보통 크기의 멍게와 비교한 모습
ⓒ 배상용
오후6시, 일과가 끝나고 소주 생각이 날 즈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푸하하하, 용아, 빨리 내려와 봐라 니 머리통만한 멍게 잡았다. 빨리."

바다일로 30년 이상 잔뼈가 굵은 형님이 크다고 말할 정도면 정말 엄청나게 큰 모양이다.

급하게 카메라를 챙기고 부둣가로 달려 나갔다. 우와, 정말 엄청나게 크다. 포장마차나 횟집에서 술안주로 팔려 나가는 보통 수준의 멍게에 비한다면 어림잡아 10배는 훨씬 넘어 보인다.

▲ 멍게의 크기를 담배갑과 비교한 모습
ⓒ 배상용
▲ 자, 칼들어 갑니다
ⓒ 배상용
"이 정도면 10년 이상은 된 기다. 수심 28m에서 잡았다 아이가. 그래 많이 다녔는데 와 인자 눈에 뛴 기고……. 이 놈 오늘 억수로 재수 없는 날 아이가. 그쟈."

입에 침이 튀도록 자랑을 하고 있는 찰라, 관광객이 지나가며 가격을 묻는다.

"이거는 팔 거 아니고 우리가 먹을 거시더. 이런 거는 보약이라요. 보약, 오따 생각 있으면 오이소. 맛 볼 수 있게 해줄께예."

멍게에 칼집이 들어간다. 껍데기가 다칠세라 아주 조심스럽게……. 또 속살을 빼낼 때 너무 많은 진액이 빠져 나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 멍게 껍데기에 남아 있는 진액과 소주를 섞어 우려낸 멍게주
ⓒ 배상용

이렇게 큰 멍게를 잡았을 때는 속살을 빼내고 멍게 껍데기에 남아 있는 진액에 소주를 부어 섞어 우려내어 마시면 그 맛 또한 별미다.

속살을 회를 쳐 모두 장만할 즈음이면 껍데기 속에 있던 소주 색깔도 멍게 특유의 색깔과 비슷하게 제법 색깔이 우러난다. 그래서 울릉도에선 흔히들 '멍게주'라고 일컫는다.

멍게주의 맛에 대해 얘기하자면, 뭐랄까. 소주 맛은 겨우 날 정도이고 껄쭉한 느낌에 멍게 특유의 맛이 어우러져 코끝이 향긋하다. 몸에 좋다고 하니까,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집사람도 어렵게 한잔을 비운다.

ⓒ 배상용
▲ 속살을 빼내기 위해 숟가락으로 껍데기와 속살을 분리합니다
ⓒ 배상용
ⓒ 배상용
▲ 속살을 꺼낸 모습, 남은 껍데기 속에는 진액이 남아 있다
ⓒ 배상용
ⓒ 배상용
▲ 멍게 한 마리에 한 접시가 나옵니다. 크긴 크죠?
ⓒ 배상용
회를 쳐 놓으니 한 접시가 족히 나온다. 보통 멍게 한 접시를 만들려면 15마리 정도는 잡아야 하는데 한 마리에 한 접시라, 크긴 크다.

오늘도 이래저래 카메라로 한 건(?)올렸고 술 마시는 내내 기사 쓸 생각만 한다. 뭐라고 써야 재미날까? 제목은 또 어떻게 하지? 생각하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육지 사람들 보면 깜짝 놀랄 거야.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도 보면 신기한 듯 이리 보고 저리 보는데 육지 사람들은 얼마나 신기하겠어.'

육지사람들요. 진짜지요? 예?

덧붙이는 글 | 배상용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 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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