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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영총 기마인물상 벽화편.
ⓒ 서영각
국립중앙박물관은 쌍영총 벽화고분의 일부인 기마인물상 벽화편을 공개하면서 고구려인들은 벽화를 그리기에 앞서 연백이라는 발색제를 사용한 사실을 밝혀내고 21일 이 사실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말을 타고 힘차게 달리며 사냥하는 모습의 기마인물상(騎馬人物像)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채색 전에 백색 납 안료인 연백(鉛白)을 사용한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X선형광분석기라는 첨단장비로 분석한 결과 회를 바른 벽 위에 칠한 하얀 바탕색 물감의 성분은 염기성 탄산납(2PbCo3)이었다.

고구려 고분의 벽화는 먼저 벽면에 석회를 바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벽에 바로 그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마찬가지로 쌍영총 벽화는 석회를 바른 다음, 그 위에 윤곽을 그렸으며 그 스케치선 내부에 연백을 발랐다. 그러고 나서 그 위에 비로소 그림을 그린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 기마인물상 부분확대.
ⓒ 서영각
채색 전에 어떤 안료를 사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벽화의 채색 부분에 X선형광분석기로 빛을 비춰서 조사한 결과 윤곽선(=스케치선) 내부에서 납 성분이 검출되었으나 그 주변의 여백에서는 납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스케치선 밖에는 연백을 칠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점이다. 아울러 벽화 채색물감에는 이 연백을 혼합해서 쓰지 않았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냈다.

그러나 이 연백이라는 성분이 본래 광물에서 추출한 것인지 아니면 식물성 재료에서 뽑아낸 안료인지는 아직 밝히지 못한 상태며 추후 연구에서 더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회화 보존 및 복원 전문가들이 평양 지역 고구려 고분을 직접 방문해 채색 안료를 매우 구체적으로 조사했으나 그 결과는 한국 측에 알려주지 않고 있다.

쌍영총은 평안남도 남포시 용강군 용강읍에 있는 5세기 후반 고구려 시대의 고분으로, 쌍영총이란 이름은 전실과 현실 사이에 있는 두 개의 팔각기둥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며 다만 부부가 함께 앉아있는 모습이 화려한 물감으로 아름답게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 X선형광분석 중인 중앙박물관 유물보존처리팀.
ⓒ 서영각
묘실 북쪽벽의 부부 그림과 별도로 동쪽벽에는 향촉을 받쳐 든 시녀가 앞장서고 그 뒤로는 묵직한 가사를 걸친 스님과 시녀 그리고 묘주의 부인이 차례로 늘어선 공양행렬도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묘주 부인이 입은 검은 웃옷과 주름치마는 지금의 패션으로 보아도 매우 세련된 하이패션이다.

참고로 지난 1972년 일본 나라현(奈良縣)에서 발견된 다카마쓰고분(高松塚 7~8세기 축조 추정) 벽화에서도 벽화 밑바탕에 연백이 칠해진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이 다카마쓰 고분벽화는 발견 당시부터 고구려 또는 백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조사로 벽화 밑바탕에 연백을 칠하는 기법은 고구려 벽화의 제작방식이 일본에 전해진 것이었음을 알게 됐다.

쌍영총 기마인물상 벽화편은 오는 10월 28일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에 맞춰 고고관에 전시할 예정이었으나 워낙 귀한 유물이라 실물 대신 복제품이 선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씨오이오 넷(coeo.net)의 문화재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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