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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추왕훈 특파원) 미국 루이지애나주 곤잘레스에 사는 블레이크 브런슨(9)군이 최근 참가한 농구시합에는 그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8명이나 나와 응원했다. 물론 브런슨군의 부모를 낳아준 조부모는 친가와 외가를 합쳐 4명이지만 이들이 모두 이혼한 뒤 각자 재혼을 했기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두 배로 많아진 것이다.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 이혼이 크게 늘어나면서 브런슨군처럼 '많은 조부모를 둔'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1980년에 이르면 새로 결혼하는 부부가 이혼하는 비율은 50%에 달했고 이혼이 어린이들에게 가져오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비율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혼이 크게 늘어난 세대의 자녀가 이제는 결혼해 스스로의 자식들을 두게 됨에 따라 이혼의 효과는 사상 처음으로 3개 세대에 걸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메릴 실버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자녀 있는 가정가운데 거의 절반의 경우 자녀의 친가 또는 외가 조부모 가운데 적어도 한 쌍은 이혼한 적이 있다. 지난 1980년대 중반만 해도 이 같은 가정의 비율은 5분의 1 가량에 불과했다.

이혼 전문 학자인 존스 홉킨스 대학의 앤드루 셜린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의 긍정적인 측면은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조부모들을 더 많이 갖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친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계부, 계모를 두게 된 사람들은 옛날이라면 이를 원망했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손주들을 돌봐줄 조부모가 많다는 사실, 또 육아의 기쁨을 공유할 상대가 많아졌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브런슨군 가족의 경우 크리스마스와 같은 명절 때 4쌍의 친 조부모 집을 모두 방문하는 것은 일종의 고역이다. 브런슨 군은 조부모들 가운데 누가 누구와 결혼했다 이혼하고 누구와 다시 결혼했는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 일"이라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자식있는 배우자와 재혼한 계부, 계모들 역시 의붓 자녀가 스스로 자식들을 두게 되면서 과거의 갈등 관계를 접고 조부모로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는데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타임스는 설명했다.

아이다호주의 제니퍼 리스(여.39)씨는 이혼 후 줄기차게 서로 험담을 해댔고 자신의 결혼식 때도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보였던 친부모가 아들의 세례 행사에서 다시 모였을 때 처음으로 상대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을 보게 됐다면서 "아이가 내 부모에게 끼친 효과는 놀라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재혼 가정의 사정이 같은 것은 아니어서 이혼 후 한 쪽 부모와 소원해진 사람들은 손주를 사랑해줄 조부모가 없다는 사실에 또다시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미시간주의 제니 오센토스키(여.35)씨는 자신이 6세 때 이혼한 친아버지가 새로 꾸민 가정에만 너무 치우쳐 딸 올리비아(7)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느껴야 할 애정의 결핍을 겪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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