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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과학 잡지 <네이처(Nature)>가 요코타 메구미씨의 유골 감정 결과가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본 감정단의 견해를 기사화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네이처>의 2월 2일자 온라인판 ‘화장된 유골은 1977년에 납치된 소녀의 운명을 증명할 수 없다(Cremated remains fail to prove fate of Japanese girl abducted in 1977)’라는 제하의 기사는 감정단에 참가했던 요시이 토미오(테이쿄대학 강사)씨 등의 인터뷰를 통해 ‘감정결과에 오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유골의 진위를 둘러싼 진실공방에 새로운 파문을 던져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일본에 건네 준 요코타 메구미씨의 유골이 가짜라고 감정한 장본인이 분석 결과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네이처> 기사에서 따르면, 테이쿄대학(帝京大學)에서 유골감정을 담당했던 요시이 토미오씨가 자신들의 실험결과는 "확정적이 아니며"(not conclusive), “샘플이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it is possible the samples were contaminated)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요시이는 “뼈는 딱딱한 스폰지(stiff sponges)와 같아서 어떤 것이든지 흡수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만약 그것을 다루는 누군가의 땀과 피지(皮紙)가 스며들었다면 아무리 준비를 잘 해도 정확하게 판별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시인했다.

참고로 테이쿄대학의 유골감정단은 유골감정을 의뢰받은 3개 연구소 중에서 유일하게 유골의 진위를 감정해 낸 곳이다. 일본 정부가 유골이 가짜라고 단정하고 북한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선 근거도 이 연구소 감정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유골 진위여부를 판정하지 못한 다른 2개의 연구소에는 일본과학경찰연구소도 포함되어 있다. 3개의 연구소 중에서 유일하게 감정결과를 내놓고 유골이 ‘가짜’라고 했던 연구소의 감정 담당자가 분석결과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한 셈이다.

일본 의회에서도 감정결과의 신뢰성에 의문 제기

뿐만 아니라, <네이처> 기사는 1200°C의 고온에서 화장한 유골에 DNA가 남아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이미 일본의 감정결과에 대한 북한의 반박 비망록에도 담겨 있었던 문제제기였다.

또한 <연합뉴스> 1월 25일자는 “1200°C의 고온에서 화장된 유골에서 DNA 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만약 검출되었다면 외부에서 유래한 이물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한국 법의학자들의 분석을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요시이씨는 자신들이 사용한 DNA 분석방법은 ‘PCR’이라는 첨단방법이며 샘플도 다른 연구소에 보내진 샘플들보다 좋은 상태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연구자들은 DNA샘플을 다루는 고유의 방식이 있으며 어떤 표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는 감정이 불가능한 것이 다른 방식을 사용하면 감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시이씨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네이처>는 그가 화장한 유골에서 DNA를 감정했던 경험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일본 국내의 법의학자들이(요시이를 포함해서) 화장한 유골에서 DNA를 감정한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일본의 법의학자들이 고온에서 화장한 유골로부터 DNA를 감정한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다.

요시이씨가 강변하고 있는 그 나름의 고유한 방식에 대해서는 일본 민주당의 스토우 노부히코 의원이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월 23일 중의원 외무위원회 질의에서 민주당의 스토우 노부히코(首藤信彦) 의원은 <네이처>의 기사를 제시하면서 '유골은 가짜다'라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외교적으로 경솔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또한 요시이씨가 자신의 DNA분석 방법을 다룬 저서에서 “이것(요시이 본인의 DNA분석 방법)은 과학적 분석이지만 사회가 그것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인용했다. 요시이씨 본인이 자신의 논문과 책에서 스스로 자신의 DNA감정 방식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스토우 의원의 지적이었다.

또한 스토우 의원은 DNA감정단을 이끈 요시이씨가 풍부한 DNA감정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화장한 유골로부터 DNA 감정을 해 본 경험은 없다고 했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해 답변에 나선 마치무라 노부나카(町村信孝) 외상은 일본 '정부로서는 가장 신뢰할 만한 분석결과라고 생각한다'는 종래의 입장을 반복했을 뿐이다.

다만 마치무라 외상도 다른 2개의 연구기관이 감정결과를 제출하지 못한 것이나, 제3국 연구기관에 의뢰해서 그 결과를 비교 검토하지 않았던 점 등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유골 일부로부터 다른 사람의 DNA 검출"이 “유골은 가짜”로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의 스토우 의원은 요시이씨의 DNA감정 방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네이처>의 기사 또한 인용했지만 일본의 언론들은 이 문제 제기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DNA를 감정한 3개의 연구소 중에서 단 하나만이 감정결과를 내놓았고 다른 2개는 감정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도한 언론도 없었다. 그러한 일본의 언론이 유일한 DNA 감정 결과도 오류가능성이 있다는 <네이처>의 기사를 보도했을 리가 만무하다.

일본의 정부 또한 앞뒤 문맥은 자른 채, 요코타 메구미씨의 유골감정결과 '유골은 가짜였다'라는 것만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입수한 일본 정부의 유골감정결과 공식문서의 정확한 표현은 요코타 메구미씨의 유골과 마츠키 카오루씨의 "유골의 ‘일부로부터’ 다른 사람의 DNA가 검출되었다"이다.

<네이처> 기사나 요시이 본인의 말에 따른다면 실험과정 등에서 오염되어 나온 결과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언론은 DNA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고인의 "유골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두 가지 표현은 비슷한 듯하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게다가, 이것이 국제무대에서 진실을 둘러싼 외교공방으로 이어진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분명한 것은 감정을 한 연구소도, 일본 정부도, 언론도 과학적인 '확증'이 없다는 것이다. 확증도 없이 북한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완전한 "날조"라며 맞서고 있다. 이러한 제로섬 게임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제3국의 연구기관에 의뢰해서 결과를 크로스체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네이처>는 이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테이쿄대학이 넘겨받은 "5개의 DNA샘플은 감정과정에서 이미 소모해 버렸기 때문에 재감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고농축우라늄(HEU)을 둘러싼 북미간의 진실공방 못지않게 '가짜유골' 논란이 난제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네이처> 온라인판 2월 2일 기사 원문 보기

덧붙이는 글 | 이준규 기자는 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입니다. 

이 기사는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www.peacekorea.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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