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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뉴스의 초기화면
ⓒ 도깨비뉴스닷컴
기존 뉴스와 차별화된, 네티즌만의 뉴스를 발굴 보도해온 인터넷 뉴스사이트 '도깨비뉴스'(www.dkbnews.com)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2003년 10월14일 처음 문을 연 도깨비뉴스는 사이버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미있는 이슈들을 찾아내 네티즌들에게 소개해줌으로써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친구 얼굴에 황산을 뿌린 중국 여학생, 육군사관학교장의 편지, 유행가를 부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영상 등 작년 한 해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를 모았던 뉴스들이 도깨비뉴스의 '작품'이었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봉헌 기도, 미 하버드대 총장의 한국비하 발언, 창원 '왕따' 동영상 등등 도깨비뉴스 기사를 신문·방송들이 뒤늦게 보도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례도 허다하다.

'초딩' '얼짱' '알바' 등 네티즌들이 자연스럽게 구사하면서도 제도권 언론들이 사용하길 꺼리는 언어들도 어법에만 맞으면 과감하게 사용한 것도 도깨비뉴스와 네티즌들의 일체감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도깨비뉴스의 톡톡 튀는 이미지와 달리 직원들의 일터가 동아일보 6층에 있다는 사실을 다소 의아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이문호 도깨비뉴스 편집장은 "도깨비뉴스 독자들의 절반 정도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절반은 모르는 것 같다. 그러나 '누가 운영하든 재미있으면 된다'는 등 의견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간혹 "동아일보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정치적 공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깨비뉴스가 출범하게 된 배경을 따져보면 이같은 비판은 설득력을 잃는다.

도깨비뉴스는 PC통신 시절부터 '사이버 폐인'으로 유명했던 김현국씨의 아이디어에 힘입어서 처음 만들어졌다. 94년 하이텔·나우누리에서 'pctools'란 아이디로 알려진 그가 "인터넷상에 떠도는 사건·사고들을 모아놓기만 해도 뉴스 사이트가 된다"는 아이디어를 실행한 게 도깨비뉴스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작년 7월 이후 사이트 운영에서 손을 뗐지만, 정통 뉴스와 네티즌 게시물 사이의 중간지대를 공략한다는 그의 전략은 도깨비뉴스를 통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외부의 열띤 반응과는 달리 '광고' 등 남모를 내부 고민도 많아

그러나 외부로부터의 열띤 반응과는 달리 내부 구성원들은 남모를 고민을 하고 있다. 6일 현재 도깨비뉴스 메인 화면에 있는 배너광고는 단 하나. 네티즌들은 도깨비뉴스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에 열광했지만, 보수성향의 광고주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인터넷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닷컴 비즈니스의 속성상 광고 유치가 안 되면 사세 확장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도깨비뉴스가 인기를 끌면서 여타 인터넷매체들이 비슷한 형식의 뉴스들을 내보내는 것도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온다. 도깨비뉴스가 발굴해낸 사진은 물론, 도깨비뉴스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까지 무단 도용하는 사례들도 하나둘 쌓여가고 있다.

"도깨비뉴스의 기사는 어법에 맞고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인식이 점차 흔들리는 것도 요즈음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유머·패러디 사이트의 성격이 강했고, 익명의 아이디로 기사를 소개해야 네티즌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지만, 점차 "뉴스사이트는 보다 책임감 있는 기사를 써야 한다"는 의식이 짙어진 것이다.

예전에는 "이러이러한 '엽기발랄한' 게시물이 인기를 끌고있다"고 소개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들어 '출처를 찾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게시물의 원저작자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변화의 일단을 보여준다.

이문호 편집장은 "현재는 모든 기사들이 필명으로 나가고 있는데, 도깨비뉴스를 뉴스사이트로 인식하는 네티즌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차츰 실명으로 전환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유학생 리포터들이 "부모님에게 알려지면 곤란하다"며 실명 밝히는 것을 주저하는 등 전면 실명화에는 아직도 장애물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동석 기자는 "기자의 이름을 공개해놓고 자꾸 실수를 하면 네티즌들이 이름 거론하면서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이름을 밝혀야 언론의 공신력이 더욱 쌓일 것"이라며 '기사 실명제'를 지지하는 편이다.

김 기자는 자신의 본명보다는 도깨비안(도깨비뉴스 매니아들이 스스로 붙인 호칭)들 사이에 '도깨비뉴스 리포터 거북이맞'으로 알려져 있다. 김 기자가 바람대로 자신이 쓴 기사에서 이름을 찾을 날이 언제쯤 올 지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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