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제가 사는 곳은 고양시 덕양구 화정입니다. 지난 가을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여행 삼아 한 40분 거리에 있는 행주산성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임진왜란의 전세를 크게 바꿔 놓은 임란 3대 대첩 중의 하나인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권율 장군의 기상을 충장사(忠莊詞)에 모셔 놓았더군요.

▲ 권율 장군을 모신 충장사
ⓒ 정맹섭
충장사에서 권율 장군의 초상을 본 뒤, 충장사를 설명하는 게시물을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충장사 현판은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이며 사당 안에 봉안된 장군의 영정은 장우성 화백이 그린 것이다."

▲ 충장사를 설명해주는 안내 게시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쓰고 장우성 화백이 그렸다는 내용이 보인다.
ⓒ 정맹섭
친일 장교에 다양한 배신의 편력, 유신 독재의 표상인 박정희는 여기에도 자신의 흔적을 남겼더군요. 온 전국을 자신의 흔적으로 도배를 하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자신의 배신을 이런 식으로 모면하고 싶었을까요.

▲ 박정희가 썼다는 충장사 한글 현판.
ⓒ 정맹섭
더욱 가관인 것은 전 서울대 미대 교수로서 선배 교수의 친일 행적을 거론했다 6년이 넘도록 천막 강의를 하고 있는 김민수 교수의 친일 논란에 등장했던 장우성 화백(2월 28일 타계)이 권율 장군의 영정을 그렸다는 겁니다. 지하에 계신 권율 장군이 통곡을 할 일입니다.

▲ 권율 장군 영정. 친일 의심을 받는 장우성 화백이 그렸음.
ⓒ 정맹섭
무섭습니다, 이런 친일 매국노들이 잠시 얻은 권력을 이용해 민족의 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역사 유물 여기저기에 자신의 흔적으로 도배를 하고 있는 것이.

다시 3·1절을 맞으며 전국토를 점령하고 있는 친일 매국노들의 흔적을 깨끗이 청산하는 역사 복원 작업에 모든 국민의 소망을 담아내는 일이 시급합니다. 몇 줄의 문장에서 이런 친일파들의 파렴치한 짓을 묘사한 것처럼 읽히기도 하는 김광규 시인의 시 '묘비명'을 다시 읽어봅니다.

묘비명

김광규

한 줄의 시는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친일 매국노들에 의해 왜곡된 역사 유물들이 후손에게 전해지지 않기를, 다시 맞은 3·1절에 소망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3·1절을 맞아 TV에서 가난과 나라의 냉대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독립유공자 및 후손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는 예고가 나오는군요. 이런 슬픈 나라에서 더 이상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친일 청산 작업은 시급합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유, 아동 전문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좋은 사진 글 올리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