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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부활운동 3·1 독립선언. 그날의 민족대표 마지막 남은 연당(硏堂)선생. 역사의 증언자요 독립운동의 분신이라…

국립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 새겨진 충절을 기리는 문구가 눈에 띈다. 그러나 이 문구는 독립운동과 함께 친일 행적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갑성의 묘비(애국지사묘역-183) 내용이다.


이갑성은 광복회 회장과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마지막 인사로 예우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선독립, 후친일 활동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3·1운동 이후 이와모토 쇼이치로 창씨개명하고 일본 밀정 역할 등 화려한 친일 행각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임시정부 서부국장으로 있던 임의택과 유관순 열사의 오빠인 유우석씨의 증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국립현충원 독립유공자 공훈록에는 독립운동과 그로 인해 옥고를 치른 내용만을 담고 있다. 역사를 올곧이 바로세워야 할 국가보훈처의 역할과 안장기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밖에도 애국지사묘역에는 친일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최창식, 이종욱, 윤익선 등의 묘가 위풍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종욱은 찬란한 친일 활동을 전개한 인사다. 만세 운동에 참가한 뒤 '27결사대' 대원으로 매국 역적을 제거하는 데 참여했으나 월정사 승려로서 히로다 쇼이쿠로 창씨개명하고 일본 천황을 향한 궁성 요배에서 조선 불교계 7천명의 승려들을 참여하게 했다.

이렇듯 친일 행각이 밝혀진 인사의 묘에서 시선을 조금만 옮기면, 독립협회를 결성하고 다양한 구국 활동을 펼쳤던 서재필의 묘와 충렬대에 모셔진 유관순의 위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로 아이러니한 전경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비단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 국립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는 백범 김구의 암살범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김창룡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창룡 묘 인근에 백범 김구 선생 모친인 곽낙원 여사와 장남 김인 선생의 묘가 안장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민족문화연구원은 대전지부를 중심으로 3~4년 째 '김창룡의 묘 이장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3·1절에도 이와 관련해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의 집회가 대전 국립현충원 앞에서 진행되었다.

마지막 임정요인이었던 백강(白岡) 조경환 선생은 1993년 10월 7일 임종을 눈앞에 두고 "독립유공자로 둔갑한 친일파가 함께 묻혀 있는 국립묘지 애국자묘역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과연 누가 역사의 독립투사란 말인가. 진정한 독립운동가 조경환 선생의 유언을 되새기며 우리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 과거사법이 제정됐고 조만간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되면 왜곡된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진실이 밝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3·1절을 맞아 자주독립만세를 외치며 사라져간 수많은 영령들의 함성을 잊지 말고,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17만여 위의 순국선열 및 호국 영령이 모셔져 있고, 광복에 헌신한 200여 분과, 후손이 없는 순국선열 130여분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는 국립현충원. 국가를 위해 순국하신 분들이 죽어서도 절규하지 않도록 친일인사의 이장이 시급하다.
첨부파일
andod_213237_1[1].wmv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cpn문화재방송국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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