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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39만9000원에 베이징 3박 4일 여행이 가능하단다. 2004년 2월 현재 부산-베이징 왕복 비행기 값이 2800위안(1위안 131원)이니 비행기 값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4성급 이상의 호텔에서 3박을 한다. 그리고 비싼 입장료와 교통비, 그리고 하루 세끼 식사가 제공된다. 어떻게 이러한 것이 가능한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상품은 버젓이 판매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베이징에 여행 온 한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그 상품이 가능했던 이유를 알게 됐다.

공식 여행일정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쇼핑에 참가해야 한단다. 대표적인 곳이 옥 전시관과 찻집, 그리고 약방이다.

옥 전시관은 워낙 대단지이기 때문에 물품을 사지 않아도 부담을 갖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찻집에서는 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6~7명씩 짝을 지어 직접 차 맛을 보게 하고, 설명도 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독특한 ‘양심(?)’으로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350g 정도의 차를 종류에 따라 우리 돈으로 6만원~30만원 정도를 주고 산다고 한다.

또한 약방에 가면 무료로 진맥을 하고 건강 상태를 말해 주는데 건강에 특히 민감한 많은 사람들이 30만원~1백만 원어치의 약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 외에도 발 마사지를 비롯해 몇 군데 더 들른다고 한다. 발 마사지 비용은 여행비에 포함돼 있었지만 팁이 5달러라고 한다. 사실 팁 값이 발마사지 값보다 더 비싼 것이다. 거기에다 발 손질을 권유한다고 하는데 우리 돈으로 1만5천원가량이다. 이것도 중국에서는 30위안(3930원)이면 가능한 것이니 바가지인 셈이다.

물론, 다양한 유혹이 있을 뿐, 강매는 아니니 선택은 자유다.

베이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자유여행을!

한국행을 하루 연기한 친구를 위해 내가 직접 안내원이 되어 보았다. 베이징을 자유롭게 돌아보면서 중국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통해 베이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낯선 땅으로 여행을 왔으니 호기심과 두려움은 갖고 시작해야 한다. 제대로만 여행하면 두려움과 호기심은 곧 이해로 바뀔 수 있다.

▲ 유리창 거리
ⓒ 정호갑
북경에 오면 중국의 상징인 만리장성과 자금성은 둘러보아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먼저 거대함에 짓눌리고 만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의 과거이다.

북경에서 중국의 과거와 오늘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유리창(琉璃廠)’이 바로 그곳이다. 서울의 인사동 거리와 같은 곳으로 중국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 온다. 중국의 과거가 오늘날까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유리창에서 중국 전통문화를 맘껏 느낄 수 있다.

▲ 조각이 일품인 벼루
ⓒ 정호갑
벼루에 눈길이 간다. 살결 같은 보드라운 벼루, 거기에 새긴 조각이 일품이다. 산기슭에 아담한 정자가 있고 벼루 한 가운데는 달처럼 둥근 무늬가 있다. 벼루에 물을 부으면 호수 속에 달이 뜨는 모습이다. 마음에 드는 벼루의 가격을 물어보니 3천~4천 위안이라는 말에 흥정을 그만두고 눈으로만 즐겼다.

중국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느끼고자 한다면 시장을 찾는 것이 좋다. ‘홍교(紅橋) 시장’에 가면 오늘의 중국을 볼 수 있다. 전통 공예품과 최첨단 짝퉁 제품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중국 서민들의 모습과 다양한 외국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다.

▲ 홍교 시장의 모습
ⓒ 정호갑
홍교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가운데 하나가 10위엔을 두고 밀고당기는 흥정인데, 흥정문화는 중국의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또한 중국은 ‘차의 나라’라 해도 좋을 만큼 차를 많이 마시고 있으니 차 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마련도(馬連島)에 있는 도매 차 시장을 찾아 여행의 쌓인 피로를 차 한 잔으로 풀면서 그들과 필담으로 그리고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여행의 맛을 더해 줄 것이다.

▲ 마련도 차 시장
ⓒ 정호갑
북경의 뒷골목을 거닐어보는 것도 괜찮다. 잘 알려진 ‘호동(胡同) 거리’보다는 발길 닿는 대로 골목을 따라 정처 없이 걸어보는 게 더 좋다. 그러다 인심 좋은 베이징 주민이라도 만나면 집 구경을 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 북경 골목 안에 있는 옛날의 집 모습
ⓒ 정호갑
저녁에는 라오서 차관을 찾아 그들의 문화를 맛보는 건 어떨까. 노래와 춤, 만담 그리고 경극과 마술, 변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중국 문화를 엿볼 수 있다.

▲ 중국 미술관
ⓒ 정호갑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중국미술관이나 대산자(大山子)에 들러 중국 현대 미술을 관람해야 한다. 그림에서 중국의 전통도 엿볼 수 있지만 중국 젊은 예술가들의 고민도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짜여진 틀, 상술에 찌든 여행 보다는 자연스럽게 타문화에 젖어보는 게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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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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