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노숙인 사망 실태조사 및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연대모임`은 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강제수용 방침의 철회를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숙자 인권단체들이 지난달 22일 발생한 노숙자 사망사건과 관련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하면서 경찰과 철도청이 노숙자들을 '열등시민화' 한 부분 등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또 근본적인 노숙자 정책을 위한 대정부 요구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등 노숙자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노숙인 사망 실태조사 및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은 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서울시가 밝힌 노숙자 강제보호 방침은 반인권적"이라며 "이번 사망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그릇된 정책을 표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연대모임은 또 "사망한 노숙인 2명이 폐렴과 간경화 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이들의 발견에서 사망까지 전 과정에서 의료적 조처는 합당했는지, 비인간적인 인권침해행위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겠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살펴본 바 공공역사의 응급의료체계 개선은 매우 시급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얼어죽은 노숙자... 빈곤계층의 죽음 행렬

유의선 빈곤해결을 위한 시민연대(준)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서울역 공익요원들은 지난달 22일 서울역에서 사망한 노숙자 ㄱ씨(67년생)를 짐수레에 실어 서울역사를 횡단했다"며 "철도청과 경찰 등은 사자를 짐수레에 실어 나르는 비인도적인 처사를 저질렀다"고 고발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인간의 자연스런 저항을 '난동'으로 규정하는 비정상적 사회"라며 "노숙인들도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말해야 하는 게 오히려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역설했다.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도 노숙자에 대한 반인권적 차별을 지적하면서 "서울역 화장실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데도 당국자들은 그저 쓰레기 하나 치우는 것처럼 짐수레로 사람을 실어날았다"며 "노숙자도 인권을 가진 사람들인데 그들을 무작정 사회에서 몰아내려는 것은 반인륜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류정순 소장은 "최저생계비를 보장하자고 약속한 사회라면 적어도 인간의 얼굴을 한 복지정책을 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난달 30일 서울시내 한 비디오방 앞에서 얼어죽은 노숙자도 있었다"고 빈곤계층의 연이은 죽음의 행렬에 대해 개탄했다.

▲ 서울역 대합실에 있던 노숙자들이 기자회견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심재옥 의원 "노숙자들의 정당한 인간적 저항을 난동으로 몰고있다"

지난달 28일 정책브리핑을 통해 서울시의 노숙자 강제보호 입장에 반대한 심재옥 민노당 서울시의원은 "지난 4년간 1692명의 노숙자들이 객사할 정도로 노숙자 사망사건은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노숙자들의 정당한 '인간적 저항'을 난동으로 몰고, 강제수용 방침을 합법으로 보는 시각은 교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재옥 의원은 "지난 97년 IMF 이후 수립한 노숙자 정책은 현재 아무런 변화 없이 진행되고 있는 반면 노숙자 숫자는 증가추세"라며 "노숙자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연대모임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발표해 "정부나 서울시 등 관계당국은 노숙생활을 하나의 삶의 형태로 보지 않고 '단속'과 '수용' 중심의 사고로 접근하고 있다"며 "서울역 충돌사태 이후 아직까지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한 조사 없이 모든 책임이 노숙자들에게 씌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연대모임은 "서울시와 경찰 등 관계당국과 언론은 노숙인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여론몰이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며 "노숙인이 밀집한 공공역사를 중심으로 응급의료시스템을 마련해 현장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앞으로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노숙인에 대한 인권침해 ▲비현실적인 의료구호비 ▲주거대책의 문제점 등을 공론화 할 것"이라며 "서울시와 철도청, 정부에 근본적인 노숙자 정책수립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전 싣는 짐수레'에 실려간 노숙자 주검
8년만에 노숙자 집단저항...언론 '경찰과의 충돌'만 부각

▲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지난달 22일 서울역 노숙인 사망과 관련한 사진을 들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달 22일 잇따라 발생한 두 명의 노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언론은 '서울역 노숙자들의 난동'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97년 IMF 이후 급속도로 늘어난 노숙자들이 8년만에 처음으로 경찰에 항의하며 맞선 이유에 대해서는 조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노숙인 사망 실태조사 및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은 "질병과 폭력에 구조적으로 노출돼 있는 노숙자들이 같은 처지의 사람이 짐수레에 실려 나가는 장면을 보고 분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언론은 노숙자들의 분노원인은 생략하고 경찰과 충돌한 점만 부각시켰다"고 비판했다.

사건 당시 현장을 목격한 시민 최씨(31. 입시학원 강사)는 2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난달 22일 오후 2시경 서울역 중앙에 위치한 남자화장실에서 쓰러진 노숙자(67년생, 남자)가 짐수레에 실려 가는 것을 보았다"며 "경찰의 현장보전과 사건처리 절차는 매우 엉성했다"고 고발했다.

최씨는 또 "노숙자의 상의는 반쯤 위로 벗겨져 있었다"며 "사망한 노숙자의 왼쪽 팔은 꺾여 있었고 군데군데 멍든 데도 있었다"고 현장에서 본 노숙자 상황을 묘사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농성중인 철도노조 관계자들도 "서울역 중앙 남자화장실 소변기에서 숨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반복하는 노숙인을 누군가 발견해 역에 통보했다고 들었다"며 "이 노숙자를 '동전 싣는 짐수레'에 실어나르는 광경을 목격한 노숙자들이 모여들어 저항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들은 "사건 당일 서울 서부역 출입구 쪽에 놓여 있는 짐수레에 걸터앉아 있는 사자의 얼굴은 이미 누렇게 떠서 언뜻 보기에도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며 "경찰 과학수사대는 흰색 점퍼차림의 노숙자를 의료체계를 갖춘 장소에서 진찰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보는 역사 안에서 상의를 벗겨 육안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철도공안이 때려 숨지게 했다는 노숙자들의 주장과 관련해, 철도노조 관계자들은 "몇몇 노숙자들이 사건 당일 폭력에 의한 사망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다른 것 같다"며 "사건 당일에는 '짐수레에 실린 노숙자'를 본 몇몇 노숙자들이 '맞아죽었다'고 선동했고, 이 말을 들은 노숙자들이 삽시간에 구름처럼 몰려들어 경찰에 저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연대모임 관계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죽었다면 일단 119에 태워 병원으로 가서 사망원인을 진단했을 것"이라며 "경찰과 철도청은 거리에서 숨진 노숙자에 대해 최소한의 인도적 절차도 밟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서울역을 지나던 한 노숙자는 "그날 서울역에서 짐수레에 끌려가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나처럼 생각하는 노숙자들이 그날 화가 나서 경찰과 싸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