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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암암리에 싸움닭 경기, 즉 투계 경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암암리에 즐긴다'는 뜻은 투계 경기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리 저리 법망을 피해가며 마약을 하듯 이를 즐긴다는 의미다. 최근에만 투계 경기 사건 두 건이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렸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는 투계 경기

▲ 투계 경기의 잔인성을 소개한 www.upc-online.org 사이트. 투계 경기에서 패한 닭이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다.
ⓒ upc-online.org
지난 17일 플로리다주 오렌지 카운티 경찰은 중앙 플로리다 지역의 한 투계 경기장을 현장 급습해 투계 경기 주동자와 투계 훈련자, 20여명의 관람객을 검거했다. 또 경찰은 투계에 사용된 쇠낫과 투계 경기의 승패를 기록한 노트도 함께 압수했다.

이튿날 지역 언론은 이번 투계 경기가 개인집 수영장을 개조한 원형 경기장에서 이루어졌으며 경기장의 모래 바닥에는 투계의 살점들이 뒤섞여 있을 정도로 끔찍했다고 보도했다.

15피트 정도의 투계 경기장 주위에는 구경꾼들을 위한 간이 의자들이 놓여 있었으며, 곳곳에는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고 바닥에는 싸움닭의 깃털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고 한다. 경찰 급습 당시 투계장 입구에 있던 쓰레기통에는 이미 싸움닭 두마리가 버려져 있었으며, 상처를 입은 채 살아 있던 닭 한마리는 경찰에 의해 가축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렌지 카운티 경찰 가이 켐프는 "그곳에 들어 갔을 땐 꼭 공포영화의 한장면처럼 보였다"며 현장 급습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혀를 내둘렀다. 투계 경기를 구경하다 현장에서 체포된 한 멕시코계 남성은 "투계 경기 관람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며 "멕시코에서는 전통 경기이기때문에 어느 누구도 투계 때문에 감옥에 가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1일에도 중앙 플로리다 지역의 작은 도시인 크리스마스시의 한 주택에서 35명의 관람객들을 동원해 투계 경기를 벌인 집주인이 체포됐다. <채널6 TV방송>은 6일 투계 경기를 공모한 남성 2명도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나머지 관람객들은 신고를 받은 경찰 헬기가 긴급 착륙하자 낌새를 알아채고 도주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전 주하원의원 출신이자 현 농업청장 찰스 샤프(66)가 투계 경기 조직을 보호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1만불의 뇌물을 받은 혐의와 위증죄로 구속됐다고 25일 < AP 통신 >이 보도했다.

찰스 샤프는 지난 2003년 FBI 조사관들에게 "투계 경기는 닭의 혈족을 알아 보기 위해, 또는 얼마나 강한가를 시험하기 위해 치러졌기 때문에 합법적이라는 의견을 주 검찰총장이 내놓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곧 거짓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 19일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청장직을 공식 사임했으나, 연방검찰은 그에게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에 앞서 이 사건으로 투계 경기 관람꾼 100명도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옹호론자들 "싸우는 것은 투계의 본능"

▲ 대표적인 투계 경기 옹호 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Gamefowlnews.com. 투계 경기 찬성론자들은 수십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투계 산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 Gamefowlnews.com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이처럼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투계 경기를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투계 경기가 아주 오래 전부터 민간 전통 경기로 이어져 왔다며 이른바 '민속적 전통 지키기'를 내세우고 있다. 그들은 투계 경기가 30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뛰어난 종을 만들어 내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전통적인 스포츠인 투계 경기의 즐거움을 소개하는 소식지와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호인들에게 투계 경기를 위협하고 방해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리고 신문과 관공서에 항의 서신을 보내도록 권유하는 등 투계 경기를 부활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싸움닭 사육자들은 실제로 닭의 종류나 훈련 방식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싸움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투계 사육자들은 닭에게 싸우라고 시키지 않아도 그들은 본능적으로 싸운다고 주장하며 동물보호 단체들이 싸움닭의 생리학적 본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투계경기 옹호 사이트인 게임폴뉴스 닷컴(Gamefowlnews.com)은 투계 사육자의 말을 빌어 "투계 경기 반대는 투계가 싸움을 통해 종이 보존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것"이라면서 "환경 악화로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은 가볍게 넘어가면서 투계 경기에서 닭 몇 마리가 죽는 것을 중범죄 취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투계 경기를 옹호했다.

투계 경기 옹호자들은 "닭의 발톱에 끼우는 낫 때문에 사람들이 투계 경기가 잔인하다고 생각하지만, 낫은 닭이 제 몸을 긁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결국 세균 감염의 위험성을 덜어 준다"고 주장한다.

반대자들 "싸움닭 공격적으로 만드는 것은 사람들"

▲ 대표적인 투계경기 반대 사이트인 http://www.upc-online.org. 이 이사이트는 투계뿐만 아니라 다른 가축들을 보호하자는 운동을 폭넓게 펼치고 있다.
ⓒ upc-online.org
이같은 갖가지 주장에도 불구하고 동물보호론자들은 투계 경기의 잔인성을 이유로 투계 경기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투계 경기 반대 사이트의 실제 경기 묘사에 따르면, 발톱에 날카로운 낫을 착용한 투계는 시작 신호가 울리자마자 달려나가 상대편의 눈이나 부리를 쪼아대고 낫을 휘두른다. 투계 주인은 자신의 닭이 쓰러지면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많은 투계들이 싸움 중에 뼈가 부러지거나 폐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부상을 당해 쓰러지고 대부분은 처참하게 죽어 넘어진다.

전문가들은 최근 오렌지 카운티 투계 경기장의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싸움닭의 최후는 동물 보호협회의 '투계 경기는 끔찍한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텔라하시에 근거지를 둔 동물보호기관인 휴먼소사이어티의 남부지부장인 로라 비반은 18일 <올랜도 센티널>지에 "투계 경기는 사람들이 모여 두 마리의 동물이 서로 죽이는 것을 즐기는 것"이라며 "이런 경기가 명예스럽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비반은 '싸우는 것은 투계의 본능'이라는 투계 경기 애호가들의 주장에 대해 "싸움닭을 공격적으로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라며 "동물들이 상대를 죽일 때까지 싸우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덧붙였다.

버지니아 공대의 유전학 전문가인 폴 시에겔도 "싸움닭들은 보통 동물의 세계에서 흔히 있는 것처럼 기세가 약한 쪽이 도망간다"며 "투계장의 싸움닭들은 싸우도록 훈련 받은 데다 도망갈 곳이 없어 결국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것"이라고 비반의 주장에 동조했다.

미국법, 투계 경기 반대편에

▲ http://www.sabong.net.ph에 올라온 글. 필리핀에서의 투계 '산업'에 대해 다루고 있다. 월드슬래셔컵이 치러질 만큼 필리핀은 투계 경기의 중심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 sabong.net.ph
현재 미국의 법률은 투계 반대자의 편에 서 있다. 50개주들 가운데 48개주가 투계 경기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연방법은 투계 경기를 허락하고 있는 나머지 두개의 주 밖으로 사육된 투계가 유출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모든 동물을 이용한 싸움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행사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불법으로 규정하는 등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투계 경기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지하에서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만 하더라도 플로리다의 볼루시아 카운티와 포크 카운티에서 투계 경기 주도자들과 관람객들이 체포됐다. 작년에는 대규모의 현장 급습이 힐스보로 카운티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그리고 인디안 리버 카운티에서 실행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계꾼들은 입이 무겁기로 유명하고 투계 경기 장소와 시간은 비밀리에 전해지며, 경찰의 습격에 대비해 망을 보는 보초까지 두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 이런 탓에 경찰 급습에서는 고급 망원경을 장착한 헬리콥터가 동원되기도 했다.

인터넷의 발달은 히스패닉계가 많이 사는 지역에 투계 경기를 유행 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채팅이나 투계 경기를 다룬 DVD, 그리고 쇠낫 등 투계용품들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렌지 카운티 투계 경기장 급습 사건 이후 한 투계 옹호 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올랐다.

"해파리(동물 애호가를 지칭)들에게는 슬픈 소식이겠지만… (투계 경기는)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므두셀라(노아의 홍수 이전의 족장으로 969세까지 산 장수자)처럼 오래된 것이다. 당근 주스의 아침 식사와 아채 샐러드의 점심 식사는 (식사 습관을) 전혀 바꿀 수 없다. 나는 완두콩을 내버리고 대신 고기 조각을 먹을 것이다."

오클라호마 상원의원 "투계 경기 대신 닭복싱하자"

▲ 월드슬래셔컵(World Slasher Cup)을 소개하는 사이트 http://www.sabong.net.ph. 역대 챔피언 등 경기에 나서는 투계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 sabong.net.ph
최근 몰래 투계 경기를 즐겨 온 사람들에게 한줄기 '서광'을 비춰 주는 방안이 나타났다. 지난 27일 오클라호마 프랭크 서댄 주 상원의원이 닭발에 글러브를 끼워 닭복싱을 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 오클라호마는 2002년에 주민 투표에 의해 투계 경기를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자신이 투계 경기의 열성팬이자 오클라호마 투계 산업의 옹호자인 서댄 의원은 27일 <유에스에이 투데이>에 "이 방법이야말로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가 내놓은 방안은 피 튀기는 상황을 피할 수 있으며, 투계 경기 사업을 건전하게 합법화해 주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투계 경기 금지 운동을 해온 자넷 핼리버튼 변호사는 이를 "금지된 투계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책략의 첫단계"라며 서댄 의원의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서댄 의원은 캘리포니아의 한 회사가 개발한 전자 감응기를 투계의 몸에 부착해 점수가 기록되게 하면 안전하다고 응수했다.

서댄 의원이 이처럼 투계 경기를 옹호하고 나서는 이유는 투계 사육 자체가 수지가 맞는 큰 산업으로 사육자들의 정치적인 압력을 견디지 못한 때문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투계는 보통 수천불에 수만불씩 거래되고 있는데, 대회에서 챔피언에 오른 경력이 있는 투계는 10만여불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전통적인 투계 경기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쉽게 도박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는데, 구경꾼들은 수천에서 수만불에 이르는 거액을 걸고 도박을 하기도 한다. 지난 1일과 17일 플로리다에서 두번에 걸친 투계 경기장 급습 때 체포된 사람들 중에 2명은 각각 8천불과 1만6천불 이상의 현금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연 오클라호마주 상원의원이 기대하는 것처럼 '닭복싱' 같은 변형된 투계 경기가 허용되고 투계 경기 산업이 미국에서 다시 활기를 띠게 될지는 미지수다.

어떠한 형식이든 동물을 이용한 싸움을 반대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들은 변형된 투계 경기 법안조차 결사적으로 반대할 태세다. 이들은 변형 투계 경기의 활성화가 음으로 양으로 피튀기는 전통 투계 경기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더구나 투계 경기 옹호론자들의 합법화 목소리가 커질 것을 두려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닭 체력 강화 위해 스테로이드 주입... 환경단체 반발에 '금지'조치
투계 경기의 역사와 현황

▲ 동남아시아의 투계 경기를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가 실린 한 인터넷 사이트. 사진은 쇠낫을 단 투계의 발.
ⓒmangossubic.com
투계 경기(Cockfighting)는 수천년 동안 남미를 비롯, 세계 각지에서 이어져 내려온 민속 문화적 경기로 알려져 왔다. 투계 경기는 특히 남미 지역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 등지에서 성행했으며, 미국에는 대략 250년 전부터 시작됐다.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투계 경기는 미국에서 인기 경기 중 하나였다.

투계가 합법적으로 열리는 필리핀에서는 월드슬래셔컵(World Slasher Cup) 토너먼트를 보기 위해 수천명의 관중들이 모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한 페루에 근거지를 둔 싸움닭사육협회(World Association of Combat-Cock Breeders)는 30여개국에 걸쳐 1만여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플로리다에서도 세인트 어거스틴시는 한때 '남부 투계 경기의 중심'이라 불릴 정도로 성행했으며, 세인트 어거스틴 상공 회의소는 투계 경기를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경기'라고 규정짓기도 했다. 한때 주도 텔라하시와 올랜도에서도 투계 토너먼트가 열릴 정도로 투계 경기는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동물보호론자들의 입김이 거세지며 투계 경기는 질타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이는 투계 경기가 단순한 민속 놀이 차원을 넘어 잔인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투계 경기에 동원된 장닭의 발톱에는 한국의 낫 모양의 작고 날카로운 도구를 장착시킨다. 이 도구들은 장닭이 서로 싸울 때 상대의 눈과 머리 그리고 몸에 상처를 내고, 결국 피투성이가 된 장닭 중 한쪽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계속된다. 뿐만 아니라 투계 주인은 장닭의 체력을 강화 시키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주입시켜가며 훈련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렇듯 투계 경기의 잔인성이 부각되면서 미국의 여러 주들이 서서히 투계 경기를 법으로 금지시키기 시작했으며 플로리다도 1985년 이에 합류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 투계 경기를 허용하고 있는 주는 흑인 인구가 많은 루이지애나주와 히스패닉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뉴멕시코주뿐이며 나머지 48개 주가 이를 불법화 했다.

이들 주 가운데 플로리다, 알래스카, 뉴욕주 등을 포함, 22개주가 투계 경기를 여는 사람들을 '중범죄'로 다스리고 있다. 34개주는 투계 경기를 구경하는 것조차도 불법으로 규정해 벌금형 등을 물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엄격한 법규정에도 불구하고 투계 경기에 대해 미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비밀리에 연락망을 갖고 각 지역에서 투계 경기를 벌여 왔다. / 김명곤 기자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행되고 있는 시사 종합 주간지 <코리아 위클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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