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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옛말이 있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 최근 플로리다에서는 강산이 세 번 반 바뀔 동안 식물인간 딸을 극진히 간호한 모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3일 미국 플로리다의 지역신문 <올랜도 센티널>은 1면과 15면 등 두면에 걸쳐 식물인간 딸에 대한 어머니의 35년간의 조건 없는 사랑을 소개했다. 주인공은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77세의 노인 케이 오바라.

사실 케이 오바라 할머니에 대한 스토리는 지난 수년 동안 미 전역의 신문 방송 매체들을 통해 특별기획 또는 다큐멘터리, 책 등으로 소개돼왔다.

케이 오바라는 자신의 반평생을 어떻게 살아온 걸까.

35년 전의 약속 “엄마, 나를 떠나지 않는다고 약속해”

▲ <올랜도 센티널>에 '한 어머니의 약속' (A mother's promise)'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된 케이 오바라 할머니(77) 스토리. 케이 오바라가 딸의 손등에 키스를 하며 기도하고 있다.
케이 오바라의 딸에 대한 ‘모정의 세월’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 1월, 당뇨병을 앓고 있던 16세의 에드워다 오바라(Edwarda O'Bara)는 어느 날 아침 통증을 느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감기를 앓던 중에 먹은 당뇨병 치료약이 혈류에 녹아들지 않아 생긴 사고였다.

에드워다는 즉시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고 병원 침대에 누워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신장기능이 상실되고 심장박동도 멈췄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뇌에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자신의 불행을 의식했는지 에드워다는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는 속에서 공포가 가득한 얼굴로 어머니에게 말했다.

"나를 떠나지 않는다고 약속해. 엄마, 떠나지 않을 거지?"
"그럼. 난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오, 내 귀염둥이. 약속할게. 약속이란 말 그대로 약속인 거야!"

그것이 모녀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이후 에드워다는 35년 동안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식물인간’ 상태가 된 것이다.

케이 오바라는 35년간 한결같이 에드워다의 곁을 지켰다. 케이 오바라가 딸의 곁을 떠난 것은 단 두 번. 둘째딸의 결혼식과 남편의 장례식 때였다.

케이 오바라는 에드워다를 ‘식물인간’으로 표현하거나 취급하는 것을 싫어한다. 딸이 모든 것을 알아듣고 느끼고 있다고 믿는다. 에드워다가 눈을 깜박거리고 손에 힘을 주고, 미소를 짓고 하품을 한다고 믿는 것이다. 신경전문의들은 에드워다의 그런 행동을 ‘원초적 뇌세포 활동으로 인한 조건반사’로 보고 있다.

당초 의사들은 에드워다가 길어야 10년 정도를 버틸 것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예상치보다 3배 이상을 더 살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1100명의 식물인간 환자들을 연구해 온 신경전문가 론 크렌포드 박사에 따르면, 식물인간 상태에서 15년 이상 살 수 있는 확률은 1만5000분의 1에서 7만5000분의 1이라고 한다. 기록상으로 가장 길게 산 사람은 71세가 될 때까지 48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산 워싱턴의 리타 그린이라는 전직 간호원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5년에서 10년 이내에 다른 병에 감염되어 죽음을 맞았다. 크렌포드 박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평균치보다 오래 사는 경우는 어머니에 보살핌을 받았을 때다.

"진정한 기적은 어머니가 지킨 '약속 그 자체'"

▲ 케이 오바라의 '모정의 세월'을 소개한 책 <약속은 약속이다(A Promise Is a Promise>
미 서점가에서 ‘동기부여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작가 웨인 다이어(Wayne Dyer)는 이들 모녀의 감동적인 삶의 역정을 담은 <약속은 약속이다(A Promise is A Promise)>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웨인 다이어는 이 책에서 케이 오바라를 ‘순수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의 표본’이라고 칭하며 ‘현대판 마더 테레사’라고 썼다. 책에는 케이 오바라와 에드워다를 통해 ‘선천적 질병이 치유된 종교적 기적’이 발생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그러나 웨인 다이어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진정한 기적은 그녀(케이 오바라)가 자신의 딸에게 35년간 한결같이 지켜온 약속 그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

케이 오바라의 주변 사람들은 처음부터 에드워다를 정부전액 보조가 가능한 간병원에 보낼 것을 권유했지만 그녀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이 와중에 에드워다를 비참한 상태에서 해방시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총기발사 사건을 세 건이나 겪었다. 그러나 이같은 난관들도 그녀가 딸에게 지키기로 한 약속을 깰 수는 없었다.

케이 오바라는 두 시간마다 딸에게 음식물을 주입하고 대소변을 받아낸다. 또 등창이 생기지 않도록 에드워다의 몸의 방향을 수시로 바꿔준다. 네 시간마다 피를 뽑아내고 혈당치를 검사하고 인슐린 주사도 놓는다. 이 일들은 3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졌다.

그녀는 지난 35년 동안 한 번에 1시간 반 이상 잠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케이 오바라 외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시간씩 간호원이 도울 뿐이다. 딸에게 한 약속은 35년동안 지켜졌지만 케이 오바라에게 남은 건 ‘파산’과 30만불이 넘는 은행 빚이다.

"내 딸에 대한 사랑은 짐이 아니라 '명예'"

▲ 51회 생일을 맞은 에드워다의 최근 모습.
케이 오바라는 가난에 찌든 알코올 중독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의 초라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이런 생활에 지쳐본 적이 없을까.

“내가 하는 일이 짐처럼 보여요? 내 딸에 대한 사랑은 짐이 아니라 명예랍니다. 난 우리 동네의 다른 사람들처럼 알코올이 필요 없어요. 케케묵은 이 사랑이 나를 지켜주니까요.”

지난 2000년, 그녀의 집을 방문한 하와이의 한 작가에게 그녀가 한 말이다.

그녀는 에드워다가 식물인간이 된 이유가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한 사명 때문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그녀는 딸이 스스로 그러한 삶은 선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케이 오바라에 따르면, 에드워다는 동정심이 많은 아이였다. 케이 오바라가 가르치던 가톨릭 학교에 다녔던 에드워다는 또래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정신지체 장애아들과도 잘 어울렸다. 8세 때 그녀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이모에게 “내가 그를 평생 돌봐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에드워다의 그 약속은 케이 오바라를 통해 그녀 자신에게 베풀어지게 됐다.

에드워다의 삶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 몰라도 케이 오바라는 딸의 곁을 지킬 것이다. 자신의 반평생을 바쳐 딸의 곁을 지켜온 케이 오바라. 케이 오바라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얼마만큼 깊고 무한할 수 있는가를 자신의 삶을 통해 세상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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