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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포럼' 창립 심포지엄을 보도한 26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 오마이뉴스 김덕련
최근 '뉴라이트' 관련 단체들이 잇따라 출범하고 있는 가운데 중도우파 성향의 지식인들이 중심이 돼 지난 25일 출범한 '교과서포럼'(공동대표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학과 교수)이 보수언론들의 주목을 받으며 선보였다.

이들은 교육인적자원부 검정도서인 고등학생용 <한국 근·현대사> 역사교과서(금성출판사 간행)가 우리 현대사를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는 '교과서포럼'이 자학사관 극복을 주장하는 등 일본 극우단체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모임'(약칭 새역모)과 흡사하다는 지적과 함께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새역모'는 1997년 1월 동경대학의 후지오카 노부카쓰 교수 등이 자유주의 사관에 입각,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을 주장하며 결성한 우익단체로, 주변국들로부터 역사왜곡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교과서포럼' 출범과 관련, 사회 일각에서는 전교조에 대항한 우익이데올로기 확산전략인 동시에 최근의 과거사 청산 움직임 등에 대응하기 위한 우익진영의 정치 활동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는 핵심멤버 가운데 '뉴라이트' 참가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누가 자학사관을 주장하는가

일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란?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은 후지오카 노부카쓰 도쿄대학 교수, 니시오 간지 전기통신대학 교수, 고바야시 요시노리 만화가 등이 주축이 되어 1997년 결성한 우익단체로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파동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다.

새역모는 2차 대전 후 발행된 일본 역사교과서가 역사의 어두운 면을 강조하는 '자학사관'에 물들어 젊은 세대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자랑스런 일본역사를 발굴해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책임은 물론 이른바 '종군위안부'의 강제동원과 난징대학살 등을 부인해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새역모는 일본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팽창정책을 정당화하는 내용의 <후쇼샤> 교과서를 2001년에 출간했으나 당시 일본의 양심적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으로 교과서 채택율 1%에 그쳤다.

그러나 교과서를 다시 채택하는 올해에는 일본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 바람과 맞물려 2001년보다 채택률이 훨씬 높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미강 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 상임운영위원장은 "교과서포럼은 일본 '새역모'를 벤치마킹 했다고 볼 수 있다"며 "활동 경향이나 구성 멤버들도 모두 새역모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도 "역사는 충분한 사실연구를 기반으로 쓰여지는 것인데 교과서포럼은 사실의 맥락에서 쓰여진 역사를 이데올로기에 집착해 비판하고 있다"며 "날카로운 비판적 성찰 없이 역사교육을 이데올로기의 선전장으로 만들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교과서포럼에서 문제로 지적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금성출판사 간)>를 집필한 남정란 노원고등학교 역사교사는 "자학사관은 일본 새역모가 주로 사용하는 말"이라며 "자신의 부끄러운 역사는 빼놓고 '밝은 역사'로만 역사교육을 하자는 게 과연 건강한 주장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 '새역모'와 한국 '교과서포럼'이 ▲ '자학사관' 비판 ▲ 역사왜곡 ▲ 참여인사의 구성 등이 매우 닮았다고 지적했다.

양미강 상임운영위원장은 "일본 새역모와 한국 교과서포럼은 각각 현행 역사교과서들이 자기 역사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나 그것은 사실과 다른 얘기"라며 "그들이 현행 '자학사관'과 '실패한 역사관'을 바꿔 '성공한 역사'로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리가 없다"고 밝혔다.

남정란 노원고 역사교사도 "교과서포럼이 현행 역사교과서를 '자학사관'에 비유한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며 "현행 교과서에 충실히 저술된 4·19혁명이 우리에게 실패한 역사인가"라고 되물었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그들이 현행 역사교과서를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역대 정권에 비판적인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교과서포럼이 현행 교과서 내용을 실패로 규정한 것은 그들이 권력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우파와 닮은 꼴?

김 교수는 또 "교과서포럼이 분량의 편중을 지적하고 있는데, 중요한 역사적 계기나 전환점이 된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교과서에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을 주요하게 배치하는 것은 한국현대사 연구의 상식"이라고 밝혔다.

김육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도 "현행 역사교과서가 자학사관에 입각해 쓰여졌다고 생각해본 일이 없다"며 "지난해 10월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이 현행 교과서가 좌파적 관점에서 쓰여졌다고 했을 때도 현장 교사들은 편향된 내용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유영익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석좌교수가 현행 역사교과서(금성출판사 간행)의 내용과 관련, ▲ 대한민국 성립과정 1쪽 할애 ▲ 이승만보다 여운형 과다언급 ▲ 이승만 치적 과소평가 등을 들어 심각하게 왜곡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육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교과서포럼의 주장과 달리 현행 교과서는 여전히 3공, 5공화국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와 달리 정권의 공과 과를 함께 기술하는 원칙이 적용됐다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또 김육훈 회장은 "1954년 자신의 경우만 해당되는 종신대통령제 개헌안을 발의하고, 사사오입(四捨五入) 논리로 3선 대통령이 됐으며, 1958년 12월 차기 대선에 대비해 국가보안법 등 관계법령을 개정하고, 특정재벌에게 특혜를 준 인물이 이승만"이라며 "그를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남정란 노원고 역사교사도 "이승만 박정희 비판이 왜 자학인가"라며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이승만 박정희 비판에 이어 전두환 독재정권을 몰아낸 것까지도 역사의 발전이자 승리의 역사"라고 해석했다.

역사 학문연구냐, 우파 정치운동이냐

한편 '교과서포럼'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성향, 구성도 일본 '새역모'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미강 상임운영위원장은 "일본 새역모에 역사전공자가 없고 만화가, 정치학자 등이 주로 참여하는 것처럼 교과서포럼에도 역사전공자보다는 윤리학, 정치학, 경제학 전공자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며 "교과서포럼이 역사교과서를 연구하기보다는 우익세력의 관점에서 한국사에 대한 불필요한 이념논쟁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육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교과서포럼 구성원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일본군 성노예=공창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는 인물"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일제의 침략문제와 민족의 고통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지 근심스럽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또 "이들이 뉴라이트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뉴라이트는 일종의 우파 정치운동인데, 학문과 교육의 관점이 아니라 정치운동 관점으로 교과서와 역사교육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라면 매우 심려된다"고 근심했다.

"교과서포럼 인사들, 공부나 열심히 했으면.."

역사학계의 중견 학자들도 교과서포럼의 출범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언급했다.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교과서포럼에 별 관심이 없다"고 잘라말하고는 "해방 50주년에는 이승만 살리기운동을, 정부수립 50주년에는 박정희 살리기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모여 새로울 것 하나도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왜 언론이 주목하는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서 교수는 이어 "4월 혁명, 이승만 독재, 유신시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민족은 반유신운동, 80년대 민주화운동을 벌이며 일어섰다"며 "잘못된 정치에서도 민주주의와 정의를 중심으로 나라를 발전시킨 한국의 역사는 매우 '자랑스러운 역사'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하면서 교과서포럼의 주장을 반박했다.

서 교수는 또 "수구반공적 사고가 이 사회에서 더 이상 먹히지 않으니까 우익들이 뭔가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뉴라이트 등을 기획하고 있으나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는 힘들 것 같다"며 "내 생각에 그들은 공부나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안병욱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우리 역사에 대해 정확한 인식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일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간략히 언급했으며,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도 "일고의 가치도 없고,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중견 역사학자들은 "교과서포럼의 창립은 뉴라이트, 조중동의 '보수언론 살아남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하고는 "이들의 움직임을 상세히 보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우익들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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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입니다. <장윤선의 팟짱> 진행자이기도 해요. 지은 책으로는 <한국의 보수와 대화하다> <소셜테이너> 등이 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기자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모든 워킹맘을 응원합니다.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