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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본 보아그의 <청주시>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서양화에 한국적 풍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추상화이다. 박수근 그림에 등장하는 등에 업고 바닥에 안고 좌판을 까는 서민과 시장 사람들과 청주시 근방에 강과 산과 집과 시장 풍경도 보인다.
ⓒ Y. Boag
한국에 거주하거나 혹은 잦은 방문을 통해 한국 문화에 영향을 받은 외국 작가 12명이 본 한국전(Korean-Eyesed)이 오는 25일까지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02-733-6469)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다.

작가 중에는 화가는 물론 그래픽 디자인과 조각가, 설치 예술가도 있다. 이런 전시가 좀 낯설지만 한편 반갑고 또한 호기심도 인다. 동서양 문화 교류의 쌍방형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주말 오후 작가도 만나고 작품 해설도 듣고

여기에 참가한 작가 12명은 국적도 다양하다. 호주(3명), 벨기에(1명), 캐나다(2명), 프랑스(3명), 영국(1명), 일본(1명) 그리고 미국(1명)이다. 작품들의 다양성과 개성은 너무나 커서 거리를 좁힐 수 없지만 그래도 한국에 대한 인상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라는 점에서는 뭔가 서로 통하는 구석이 있다.

▲ 외국인과 한국인 기획자의 그림 설명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관람객들. 주말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4시에 가면 작가도 만나고 작품 해설도 들을 수 있다. 프로그램 안내 연락처 영어 011-9905-0696, 한국어 016-395-0083.
ⓒ 김형순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후 3-4시에 갤러리에 가면 기획자의 작품 설명과 해석을 들을 수 있고 외국작가와 직접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이 설명회는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영어가 부족하면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많다. 작가의 생생한 육성을 통한 설명은 들어볼 만 하다.

전시 취지는 문화 채널 넓히기

이번 전시회는 프랑스인 벤자민 주아노(Benjamin Joinau)씨가 기획했다. 그는 소르본 대학에서 고전문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영어뿐만 아니라 우리말 구사력이 수준급이다. 예인풍의 준수한 외모에다 작품 설명도 우리말로 알기 쉽고 짧게 설명해 주어 작품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 클로드 라이르 그림 앞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작가의 그림을 통역하며 아주 쉽게 설명해주는 이번 전시회 기획자 벤자민 주아노.
ⓒ 김형순
그는 프랑스어로 한국문화 소개서를 썼고, 우리 문학도 번역하며 한국어로 프랑스 요리에 대한 수필집도 냈다. 잡지와 신문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전문 작가이다. 홍대 불문과 교수(1996-2000년)를 역임했고, 이태원에서 ‘르 생-엑스(Le Saint-Ex)’라는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고 이 식당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이번 전시의 취지는 단순히 외국작가들이 한국과 한국문화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인 스스로도 자신의 문화의 정체성을 되묻고 문화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그래서 한국에서 다양한 문화 소통과 채널이 열리기를 바란다는 것이 기획팀 설명이다.

▲ 작가 이본 보아그는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란 너무나 큰 존재이면서 가장 소외된 존재임을 역력히 보여준다. 그녀는 한국 가족 그 중심에 서 있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동시에 보낸다. 아버지 신화가 무너지는 한국 사회를 이야기한다.
ⓒ Y. Boag
한국 문화를 깊숙이 헤아린 호주 작가, 이본 보아그(Yvonne Boag)는 한국의 아버지를 그리면서 한국의 가부장제 질서가 붕괴되어 가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큰 존재인 아버지는 그 신화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40대 남자가 세계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통계에서 보듯 한국 남자들은 가정에 책임감에 얽매여 산다. 그녀는 그런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 달라지는 가부장제를 직시하고 있다.

벨기에 원로 작가 클로드 라이르(Claude Rahir)는 벨기에서 큰 족적을 남긴 세계적 작가로 과천 현대미술관에 그의 벽화 작품이 있다.

그는 특히 큰 규모의 벽화 작가로 유명하다. 영험한 멕시코 벽화를 연상시킨다. 그는 지하철에서 갓난아이를 따뜻이 품고 있는 한국 엄마들과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를 보고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한국 소녀를 너무 사랑하여 시와 그림을 바치기도 했다.

▲ 아주 시적인 제목을 붙인 이 논개 그림은 그가 한국의 수난사를 이해해보려는 마음 씀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인상이 좋은 할아버지 모습을 하고 있어 마치 모든 면에서 한 경지에 이른 도통한 인물같다.
ⓒ C. Rahir
아주 시적인 제목을 붙인, '논개'에게 바치는 그림

한국 사찰은 얼마나 다녀보았냐고 물으니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한다. 그는 이미 한국일주를 마친 셈이다. 제주도에서 똥돼지가 재미있었단다. 그림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진주에서 발견한 논개, 그녀의 뜨거운 애국충정을 뜨겁고 강한 색채로 그리고 있다. 그림 제목이 너무 뜻밖이다 <물은 아직 따뜻하다(The water is still tepid)>. 외국작가가 논개를 알아본다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다.

파리 국립미술학교 출신인 엘로디(Elodie Dornand de Rouville)는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와 몇 번 전시회를 했다. 2003년 여름에 이 전시장에서 그녀를 본 일이 기억난다. 하지만 그녀는 날 기억 못한다.

그때 그녀가 나에게 한국이 경제성장에도 잔재하는 군사 문화, 향락 문화, 제도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 같다. 오늘 여기 벽화를 보니 그런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기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그렸을 뿐이다. 술집이며 지하철과 목욕탕 풍경이 더해졌다. 그녀는 이런 한국 풍경이 낯설지만 재미있는 눈치다.

▲ 작가 엘로디는 한국 아줌마는 너무 무섭단다. 몸에 조폭이나 하는 문신을 새겨놓고 있다.
ⓒ Elodie
한국 아줌마들, 조폭처럼 무섭다

특히 아주 재미있는 풍자는 목욕하는 한국 아줌마와 그녀의 딸, 그녀들의 몸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만큼 한국 아줌마가 와일드하다는 암시다.

작가는 그러나 한국 아줌마처럼 정이 많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런 극성이 이 나라를 이 정도라도 세운 것을 작가는 모를 것이다. 하긴 지성이 지나쳐 때로 극성맞기는 하지만….

▲ 우리에겐 너무 친숙한 라면 먹는 모습이 작가에겐 큰 충격을 준 모양이다.
ⓒ Elodie
라면 먹는 모습이 작가에겐 충격

우리에겐 너무 친숙한 라면 먹는 모습이 작가에겐 큰 충격을 준 모양이다. 모든 일에 후딱 해치우는 것은 이제 우리의 후천적 습관이 되었지만. 고도성장의 후유증이라고 할까. 그 외에도 금지가 너무 많은 한국 교육과 사유화된 지하철 풍경과 남성 중심의 뒷골목 향락 산업을 꼬집고 있다. 작가는 이런 그림을 보여주면서 그 반응을 예의 주시한다.

▲ 작가 클레르 바스티오는 아예 두루마기를 작품에 도입할 정도로 한국전통 복장의 곡선미를 심취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속에 동양적 기호들이 서구적 색감으로 결합되어 있다.
ⓒ C.Wastiaux
프랑스 작가 클레르 바스티오(Claire Wastiaux)는 동양의 기호와 서예에 깊이 빠져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글자는 그냥 글자만이 아니라 추상 회화이지 기호이고 암호이고 예술이라는 점에 크게 고무된 모양이다. 그녀는 아예 은은한 곡선미를 돋보이는 한국전통 의상을 그림에 도입하고 거기다가 동양적 기호들로 그득한 세상을 상징하는 무늬에다 서구적 색감으로 더하고 있다.

그녀는 1999년부터 광화문 근처에 살면서 매일 아침마다 고궁과 산을 봤다고 한다. 그러니 한국적 감각을 키울 만하다. 그녀는 프놈펜과 싱가포르에서 살 정도로 아시아를 좋아한다. 북경에 가서는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다시 미술 공부 중이다. 그녀가 즐겨 쓰는 검정색, 황색, 그리고 붉은색. 그런데 그 붉은색이 예사롭지 않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그 신기 넘치는 그 색이다.

호주 정물과 한국의 역동성을 혼합한 작가, 마리안 위크(Maryanne Wick)는 정물화에 삶의 풍경을 담아 고요한 호주의 분위기와 역동적인 한국의 분위기를 매치시키고 조합하여 또 다른 분위기를 추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우선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에 반했다고 한다. 이태원에 살 때 창문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의 변화무쌍함을 감상하며 그림의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 작가 마리안 위크는 한국의 계절과 인물과 풍속에서 자기의 고유한 정물화를 표출하고 있다. 이 그림의 제목이 <추석>인데 정말 알아낼 수 있는 한국 사람이 있을까? 허나 그녀 설명대로라면 추석이 보인단다.
ⓒ M Wick
이순신, 추석, 설악산 등 그림 제목은 지극히 한국적

위에 보이는 이 그림 제목이 <추석>인데 이 제목을 알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밖에도 지극히 한국적인 그림 제목은 아주 많다. 남산, 이순신, 설악산 등등. 그녀는 방금 산 한지를 내보이며 자랑하고 있었다. 너무 크고 넓기만 한 호주보다 다닥다닥 붙어 조금은 답답하지만 옹기종기 모여 사는 우리의 모습에서 또 다른 재미가 있나 보다. 좁은 골목을 지날 때 맛보는 스릴처럼….

최근엔 청색의 아름다움 다시 발견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가을하늘을 닮은 한국의 쪽빛 청색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하여튼 그녀는 지금 신 청색시대를 맞고 있다.

▲ 나무 인형인 목우를 등장시켜 극적 효과를 주고 있다. 그 속에 한국의 전통과 가족제도 그리고 장례의례까지도 남다른 시선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Y Sendil
예심 센딜(Yesim Sendil)은 순환적 생사관에 담긴 한국인의 불멸 사상에 공감한 듯하다. 우리도 잘 모르는 껴묻거리[副葬品]로 사용한 나무 인형인 목우 장례식 풍속을 재현하고 있다.

고구려 벽화에서 나오는 의상을 하고 있는 토템들. 그들은 영혼불멸을 믿으며 용, 뱀, 학, 십장생을 연상시키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터키 태생 호주 작가인 그의 작품은 호랑이를 탄 남자, 광대의 익살스런 모습,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품격과 품위를 지닌 남녀의 모습에서 한국적 이미지와 함께 어딘지 터키적 분위기가 풍긴다. 특히 사물놀이를 닮은 광대 그림에서 고단한 삶 속에서도 따뜻한 정서와 색감을 잃지 않는 한국인의 여유와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지면상 못다 소개하는 여러 다른 작가들

“한국 사람은 너무 급해요”라고 일침을 놓은, 그러나 서울 같은 도시를 너무 사랑하는 캐나다 작가 카렌 프리그(Karem Prig), 중국과 일본과 너무도 다른 한국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북한까지도 관심을 보이며 김일성 그림을 예수 성화에 빗대어 풍자한 영국작가 조나단 반브루크(Jonathan Barnbrook), 화투의 화려한 색채에서 환상적인 색채를 연출한 인도의 니르바나의 세계에서, 세속의 열락에서 찾고 있는 미국작가 제인 아이버리(Zane Ivy)가 있다.

또한 살풀이춤과 여성적 금기가 많은 한국에서 관능적 표현을 과감히 도입하고, 가을에 노상에서 말리는 고추의 황홀한 붉은색에 색동 복주머니 이미지를 조립한 캐나다작가 엘리자베스 젠덱(Elisabeth Jendek), 아시아를 방랑자처럼 떠도는 프랑스작가 안토니오 갈레고 (Antonio Gallego), 고교 수학여행 때 한국을 알게 되어 인연을 맺은 일본 작가 주니치로 이시이(Junichiro Ishii)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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