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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를 먹으러 간 집에서 만약 숯불이 아닌 가스 불에 고기를 굽게 한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만큼 갈비와 숯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그런데 같은 갈비라는 이름이 붙은 음식인 닭갈비는 가스 불에 달궈지는 두툼한 철판에 올려 먹는 것이 당연한 모습이다. 오히려 닭갈비를 숯불에 굽는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닭갈비는 지금 대부분의 모습처럼 가스 불에 철판을 달궈서 먹는 것이 맛있는 것인가, 아니면 숯불에 구워먹는 것이 맛있는 것인가.

▲ 참숯불 닭갈비
ⓒ 김영주
먼저 닭갈비라는 음식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음식 평론가 황교익씨에 따르면, 춘천 닭갈비를 발명한 사람과 그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춘천시 자료에는 ‘1958년 10월 지금의 강원은행 자리에 판잣집을 얻어 김모씨가 닭불고기라는 상호를 내걸고 장사를 한 것이 시작이며…’라고 적고 있고, 강원대 황익주 교수는 ‘1960년을 전후한 무렵에 춘천 시내의 조그만 판잣집에서 선술집을 경영하던 충남 출신의 K씨 노부부에 의해 고안된 음식이었다. 그 때 모종의 이유로 K씨네 선술집에 안주용 고깃감으로 쓰던 돼지고기의 공급이 중단되었는데, 이에 대한 일종의 비상 대책으로 K씨 부부는 통닭으로부터 널찍하게 각을 뜬 닭고기를 고추장, 간장, 마늘, 생강 등등의 양념을 해서 하룻동안 재워 양념이 충분하게 배게 한 후, 이를 석쇠 위에 올려 숯불로 굽는 요리 방식을 개발하였다. 이 새로운 음식에는 ’닭불고기‘라는 명칭이 붙여졌는데…’라고 논문에 쓰고 있다.

그 후 명칭만 닭불고기에서 닭갈비로 바뀌게 된 것인데, 결국 이제는 누구나 닭갈비라고 부르고 있는 이 음식의 출발은 석쇠 위에 양념을 한 닭고기를 올리고 숯불에 구워 먹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숯불과 석쇠를 밀어내고 철판이 대세를 차지하게 된 것일까. 각종 자료와 닭갈비를 춘천에서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에 따르면 대략 1971년 정도라고 하는데 춘천의 번화가 명동 골목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당시의 어려웠던 상황과 관련이 있는데 소나 돼지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갈비를 먹는다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고, 고기 말고도 푸짐한 야채와 고구마, 떡 등을 배불리 먹고 거기에 밥까지 볶아 먹는 행복한 덤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숯불에 구워먹는 닭갈비의 시대는 가고, 철판 위에 볶아 먹는 닭갈비의 시대가 오게 되는데, 호반의 도시이자 낭만의 도시를 가기 위해 경춘선에 몸을 맡긴 수줍은 남녀의 데이트 열풍에 힘입어 춘천 닭갈비의 명성과 맛은 전국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닭갈비의 역사가 시작된 곳은 왜 하필이면 춘천이었을까.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춘천지역이 양축업이 성했고, 도계장이 많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렇다면 닭갈비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숯불에 구워먹는 닭갈비는 어디에 가면 먹을 수 있을까. 요즘에는 춘천 지역에도 숯불 닭갈비가 적지 않게 생겨났지만, 일찌감치 춘천에서 닭갈비의 내공을 다진 후 서울로 올라와 숯불 닭갈비의 초심을 꿋꿋하게 지켜가고 있는 곳이 있다.

이영근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장사를 하는 <참숯불 닭갈비>집이다. 평소 닭갈비를 즐겨 먹던 나에게 닭갈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게 한 곳이다.

▲ 숯불닭갈비와 파무침, 냉미역국
ⓒ 김영주
이 집의 닭갈비는 심플하다. 닭갈비와 파무침이 전부다. 그저 숯불 위에 닭갈비를 놓고 구워 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간단해 보이는 닭갈비에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먼저 왜 숯불인가? 닭갈비 역시 고기이기 때문에 고기는 역시 숯불에 구워 먹어야 제 맛이라는 것이다. 특히 참숯의 특징은 체질을 바꿔준다고 하는데 알칼리성으로 고기를 연하게 하고 냄새도 없애주며 고기의 기름을 제거하고 맛을 담백하게 하며 양념이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여기에 이영근씨가 직접 제작한 석쇠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일단 쇠로 된 석쇠를 쓰면 녹이 슬기 때문에 스테인리스 재질을 사용한다. 석쇠의 간격이 넓은 것은 숯의 향이 잘 올라올 수 있도록 한 장치이고 숯과 고기의 거리를 감안하여 높이도 조절하였다고 한다. 또 석쇠는 한번 쓰면 갈지 않고 사용한다.

그럼 닭갈비의 대명사인 철판에 하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철판은 기름 때문에 느끼해지고 니글니글해지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철판 닭갈비는 기름을 넣어 볶고, 소스가 같이 합쳐져 결국엔 기름진 잡탕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일갈한다.

이영근씨의 경력은 20여 년. 고향이 춘천인지라 어릴 때부터 닭갈비를 하도 좋아해서 닭갈비를 직접 만들어 보는 데서 나아가 친구들과 야외를 나가면 직접 만든 숯불 닭갈비를 함께 먹곤 하였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1년 전에 비로소 점포를 얻어 닭갈비를 팔기 시작했고 지금의 자리인 공릉으로 온 것은 3년 전이다.

닭은 국내산인 생닭을 쓰고 있고 춘천 지역의 닭을 사용하는데 9호(900그램)에서 10호(1킬로그램)의 닭이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닭갈비는 다리 부위를 쓰는데 큰 닭다리인 장각이라는 부위와 아랫다리 부분인 북채를 사용한다.

여기서 잠깐, 이상하지 않은가? 닭갈비로 먹고 있는 고기가 닭의 갈비부위가 아닌 다리 부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름이 닭갈비가 된 것인가? 닭다리구이나 닭다리볶음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 덤으로 맛볼 수 있는 닭내장
ⓒ 김영주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기란 쉽지는 않겠지만, 영화 <오, 수정>에서 나와 유명해진 고등어를 구워먹는 음식의 이름도 ‘고갈비’라는 것과 갈비란 음식은 유일하게 뜯어먹는 음식이고 우리나라 외식 산업의 대명사가 바로 갈빗집이라는 점 등을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비록 닭다리 부위에 갖은 양념을 해서 구워먹는 음식이지만 이름이라도 그럴 듯하게 붙여주자는 뜻에서 갈비의 칭호를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소갈비나 돼지갈비가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도 이미 늦어버린 것 또한 확실한 것이다. 닭갈비도 역시 갈비다.

닭갈비에서 양념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양념에는 고추장, 고춧가루, 당귀, 인삼, 간장, 설탕, 감초 등이 들어가고 특히 닭 특유의 냄새 제거를 위해 참나무에서 뽑아낸 액인 식용 목초액이 들어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양념이 만들어지면 고기에 발라 3일간 숙성과정에 들어가는데 고기전용 냉장고에 보관한다.

이렇게 숯불에 굽는 닭갈비에 대한 반응은 어땠을까. 이영근씨가 처음 점포를 냈던 곳은 하루 유동인구가 고작 50명 정도였던 외진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어떻게 알고들 오는지 적지 않은 손님들이 몰려들었고, 지금의 자리에선 현재 하루 평균 2백명의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것도 작년엔 4, 5백명도 거뜬했다고. 요즘 경기가 정말 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한다.

물론 원칙에 충실한 이영근씨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닭갈비의 원칙은 뼈있는 닭갈비다. 고기는 뼈 안의 골즙이 붙어있는 살이 당연히 맛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손님들이 뼈 없는 닭갈비를 많이 찾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하게 됐다고 한다.

자,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해 보자. 닭갈비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일단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고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철판에 볶아 먹는 닭갈비는 나름의 코스 요리의 형태를 보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고 숯불에 구워먹는 닭갈비는 소나 돼지에서 찾기 어려운 닭고기 특유의 부드러움과 매콤한 양념 맛을 극대화한 맛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가, 유난히 닭갈비집은 어린이와 노인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닭갈비가 보여주고 있는 철판의 길과 숯불의 길 중에서 어느 것이 반드시 맛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숯불에 구워먹는 건 소나 돼지만이 아닌 닭고기도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비주류가 되어 버린 숯불 닭갈비를 찾아 먹는 것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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